동네

2011.03.05 08:43 from 공간/서울


내가 사는 곳은 가로수길인데
우리집 근처에는 카페가 굉장히 많다
옷가게도 많고 음식점도 많고
상당히 예쁜 동네지만
어딜가나 서비스는 별로다
차라리 하위문화의 중심지'였'던 홍대쪽이 더 깔끔한 편인데
그걸 과대평가한 사람이 롯데시네마인지 롯데마트인지를 두리반 옆에 지었고
쫄딱 망했다
그러니까 홍대는 롯데씨네만지 마트인지와 가로수길의 중간 레벨쯤 되는 것 같다
요즘 동네에서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를 찾고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
내 미각이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찾는다'라는 사실 자체가 나한테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에 나는 아팠고
쫌 바보가 되었다
실은 천천히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픈 걸 계기로 공식바보선언을 하게 된 것 뿐이다


멋진 아가씨들을 찾기 좋은 장소는 게이바이고
좋은 책은 술에 취해서 새벽에 눈을 뜬 낯선 사람의 책꽂이에나 있는 거고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는 중계동 같은 데, 그러니까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난 술을 더이상 못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면 담배의 부작용이 더 심해지는데
그러니까 사실 문제는 술이 아니라 담배인 것이다
그래도 난 술을 안마시는 쪽을 택했다
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난 최근에 어떤 아가씨 두 명에게 반했다
한명은 Parov Stelar라는 일렉트로닉 재즈인지 스윙인지를 부르는 목소리인데
반한지는 꽤 됐지만
아직까지 점점 빠져드는 것으로 봐서
종종 내가 반한건지 착각하는 건지를 헷갈리게 되는
말초신경의 자극만은 아니라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한명은 사진으로 본 외국인인데
난 평소에는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아가씨가 데모를 하는 사진을 처음 본 순간 가슴이 뛰었고
내가 변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동선을 잘 안바꾸는 편이라
이사를 온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저 집 앞에 싸고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맛있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이 될 것 같은데
'싼' 부분은 아마 힘들 것 같다
내가 사는 동네는 물가가 비싸다


최근에 만성피로로 아팠고
직장을 그만두었고, 곧 다시 새 직장을 찾았다
어쩔 수 없어서 쉬어야 했는데, 막상 쉬게 되니 나한테 쉴 만한 돈이 없다는 걸 알았다
샌드위치 따위는
실은 현실적인 고민이 아니었던 거다


하지만 실은 우리 동네가 마음에 든다
자정까지는 북적거리지만 그 이후에는 다 문을 닫는다
조용한 와중에
집 옆에 있는 재즈바에서는 계속 공연을 한다
난 재즈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음악 소리는 좋아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창문을 열 수 있을 거고
그럼 음악소리가 더 잘 들릴 것이다


반대쪽에는 폐가가 있는데
고양이와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딱히 폐가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지만
폐가가 있어서 그럴듯 해진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딱 한 명을 제외하고) 가로수길에 올 일이 없다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역시 날이 따뜻해지면 길에서 사람들을 구경할 것이다
그럼 만성피로도 좀 가시고
허깨비를 보아야 현실에 발을 디딜 구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