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굴 재오픈

2014.06.10 08:44 from 공간/서울



이 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냐면

진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들으면 좀 활동적일 것 같은 자취를 가지고 있지만

실은 생긴대로, 내 상식 안에서 했던 일들이고

거기에다 공감능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뭔가에 도전하여 이루거나, 노력해서 얻거나, 바꿔본 경험이 없다

그렇게 해서 배운 것도 없다

그래서 머리를 두 갈래로 묶고 다니면서 아래위로 똑같이 소리를 질러대는 삼십 대 어린애였다


그런데 지난 이 년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고르륵 잠겨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 자신이 점점 작아져서 사라지면 딱 편할 것 같은 그런 거였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보이는 만큼을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내 세상의 중심에 여전히 서서 물고기 둥지를 들여다보는 여전한 곰 같았다


무엇보다 오해, 뒤틀린 소통에 대한 괴로움이 깊이 남아서

내가 노력한 만큼 겉으로는 참 괜찮은데

그 괴로움이 속에서 뭉쳐져, 단단히 굳어져, 언젠가 독이 될까봐 무서웠다

어떻게 될 지는 아직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게 되면서 할 말도 같이 잃었다

아랍어를 배우러 갔었는데, 말을 잃고 돌아왔다


평생 구경꾼의 자태로 살면서 

어찌 알아보고 찾아온 쑈꾼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걸로 내 세상을 만들어왔었는데

내가 뛰어들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자리가 눈 앞에 펼쳐지자, 나는 죽으려고 했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먼저 편하고 싶었다

몸에 밴 버릇이 그렇게 스며나왔다

문득 생각나면 자다 일어나서 얼굴을 박박 긁을 수도 있는, 그런 쪽팔린 사소한 괴로움이었다

그렇게 돌같이 암만으로 돌아왔을 때

바다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나는 다시 얼굴을 박박 긁었다


전달자와 통로는 좀 다르다

전달자는 교육자 같기도 하고 영업직 같기도 해서 취향에 안 맞지만

통로는 열리기만 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나는 조각보 보자기 같은, 통로 같은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는 게 느려서 가는 길이 멀지만

가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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