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계

2014.07.03 13:46 from 아랍의 꽃저녁


내 본명은 아랍어로 '눈들'과 비슷한 소리가 난다

내가 평소에 쓰는 이름은 아랍어로 '여기'랑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있는 눈들이다

난 평생 구경꾼이었고, 아주 오래 전부터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내 이름은 한자어로 강 위의 구름이다

망원동에 있는 내가 일하는 도서관은 위층이 옥상인데

같이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러가면서 간이 의자를 갖다놨다

의자 하나만 놓았는데도 거기에 앉아 있으면 옥상이 전부 내 꺼 같게 되었다

옥상도 하늘도 다 내꺼 같다


+


내 이름은 구름이에요

형체가 없죠

그래서 난 경계에 약해요, 정의하기라는 것도 어렵고

내가 단어를 잘 이해 못하고 또 창문을 잘 못여는 건

다 그 때문이에요

다들 이방인인 국경에서 다들 나만 이방인인 것처럼 쳐다보는 것도

혼자 있을 때면 왠지 문이 잠겨서 열 수가 없는 것도

수없이 많은 열쇠를 손에 쥐고서 열 문을 찾지 못하는 것도

다 내 이름이 구름이라서 그런거에요


+


이 세상은 언제나 미로같은데

수많은 층계나 문들로 된 미로가 아니라

사막이나 바다같은 미로다

길을 잃을 수가 없어서 찾을 수도 없는 그런 데다


나는 이년 전에 열쇠를 찾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그것을 넘어서 열쇠가 해야하는 게 다 보였다

하지만 문이 없었다


내가 겪었다고 미워하지 말자

아니고, 내가 겪었으니까 미워하지 말자

이런 나도 옥상에 있는 구름 아래에 의자 하나를 놓고 앉아있으니까

이렇게 만족스러운 사람인데

그라고 해서 그런 게 없던 게 아닌데

모르는 게 아니면 내 속에서 독이 되게 할 이유가 없다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