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동물원'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2.03.31 Love kills
  2. 2012.03.23 토끼같은 딸년이 토끼같은 짓을 하네
  3. 2011.11.05 찬바람냄새
  4. 2011.10.01 줄리아, 줄리아
  5. 2011.07.10 탐, 붓기, 비경계...그 다음 (6)
  6. 2011.06.12 사랑 사랑 사랑
  7. 2011.04.28 그젯밤 꿈
  8. 2011.03.05 소모적인간 (2)
  9. 2010.07.18 이야기 1 (4)
  10. 2010.06.29 보면 안되는 것들
  11. 2010.06.16 왜 그랬어?
  12. 2010.04.11 몸과 사랑에게 자유를
  13. 2010.03.07 삼백번째 결심입니다 (4)
  14. 2010.02.07 오늘 저녁의 대화 (3)
  15. 2009.09.03 여체
  16. 2009.08.17 정상적인 S&M(Sadomasochism)
  17. 2009.08.16 I'm f***ing Matt Damon
  18. 2009.08.15 페티시즘...시계와 폭력

Love kills

2012.03.31 14:32 from 모텔 동물원

 

 

 

 

Love hurts.

When I feel the irregular beating of our hearts,

it has nothing to do with him... or her, too.

The main door is closed from out there

and one thing more to remember and adore

is that he has come to the very last part of my shore.

 

 

Don't..

I will talk,

I will take you to the past.

The test that you put me to 

took me to the last.

 

 

I'm all about eating and vomitting.

it makes more room for me to fit in,

and you tried to touch that domain.

He was different,

he stood far and watched me dying

and said nothing.

 

 

Now, here's another story about the other one.

The one once I loved was a girl that I can't tell anyone.

No, those are another lies,

because anybody can see the fact through my eyes.

While I was putting out the cigarette on my wrist,

she was drunk, dancing by my side.

She left me at the corner,

but it was her indifference that I loved. 

And it was also the same clothes that I wore

on the day when she and her girlfriend were nude.

 

  

Don't...

I will talk.

I will take you to the last deal.

At the last minute I was mending my wounds to heal,

you put all the fear, all the fire, and all the scars that kill

my already broken-down will.

 

 

                                                                                    by GomGomLover, April 1st,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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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우울증 판정을 받은 건 일년 후였다. 아이는 스스로 병원에 갔고 상담을 하고 약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날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면 나비가 보였었어. 나같은 사람을 두 명 더 만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진 않더라.' 딸은 한번도 자기 얘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 시작한 이야기들에도 앞뒤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아침식탁에서 입을 다물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것도, 말을 걸면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일도 줄어들었다. 한살 위인 아들의 문제로 얘기를 하다가 '그건 오빠의 문제가 아니야.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문제야'라고 쏘아붙인 게 다였다. 나는 울컥해서 눈이 빨개졌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에 딸아이는 안방 침대에 기어올라와서 내 다리를 꼭 붙들고 잤다. 사춘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아침 설거지는 아이가 하기 시작했다. 출근이 늦어져도 설거지는 꼭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게 원래 자연스러웠던 것처럼 내버려두었다. 오늘은 삼개월만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가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남편과 둘이서 서둘러야 했다.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일어나면서 뒷정리를 딸에게 부탁했다. 오늘 병원 예약이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도 얼른 가라고 거들었다. 검사도 진료도 간단하게 끝나서 정오가 되기 전에 집에 돌아왔다. 커피에 삶은 달걀이라도 내어놓으려고 냉장고를 열자, 그곳에 오늘 아침에 먹은 그릇들이 포개어져있었다. 냉장고에 넣었어야 할 남은 반찬통들은 모두 설거지대에 있었다. 새로만든 샐러드 소스에서는 올리브오일이 분리되어 작은 접시에 따로 담겨 있었다. 두려움과 걱정이 동시에 솟구쳤다. 아이는 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인기척을 내자 '어? 엄마 왔어? 일찍 왔네.'라고 말하는 게 평소와 같아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잊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걸까. '우울증이래, 나 우울증이래, 내가 우울증이어서 이러는 거래, 라고 삼백번을 얘기했는데도 괜찮다면서 남들도 다 그렇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같이 밥먹기 싫어서 다이어트 한다고 둘러대고 한 한달 있다가 우울증 주기가 다시 돌아왔거든, 그랬더니 나더러 다이어트를 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기 마련이라더라... 아주 입을 틀어막아버리고 싶었어.' 라던 딸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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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냄새

2011.11.05 15:07 from 모텔 동물원





<At the Same Time>              by Hindi Zahra

Here comes the time

For my heart to heal the past
From now and then
There will be the good and the best
Oh when your eyes and mine
Can see the same
Our love could last
Should i follow you?

Yes i remember flowers
Sent in blue skies
And you with your sweet smile
With your sweet smile
Holding me tight

You told me give your self away
And i would buy yourself
Knowing that your touch could heal my heart

I should die
I should die in your arms right now
And give it all
Give it all to you

You're my precious memory
I'm getting down on my knees
All that i've got is love for you
I should die
I should die in your arms
Oh, love is so beautiful and cruel at the same time
At the same time, at the same time
Oh your love is beautiful and cruel at the same time good at the same time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쯤에 바람에 섞여 오는 내음이 있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면 가끔 돌아버릴 것 같다

뭔가 겹겹이 싸여있어서 기억은 항상 흐릿한데
그때도 겨울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 전부터 그 찬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는 알고 있었다
그 언젠가, 그의 서늘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정확하게는 그때 그 서늘한 얼굴을 봤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나는 명예만큼이나 정의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단연코 사랑은 아닌(사랑은 딴 데서 했다) 그 느낌이다
항상 그거였다
뭐라고 불러야 할 지를 몰라서 누구에게도 말 할 수가 없었던, 그 느낌만을 원했다

그러니까 정의를 원해서도, 평화를 원해서도, 돈이나, 명예나, 아름다움이나, 지식을 원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그 느낌, 그 주변만을 맴돌면서
거기에 가까워지려고 했던 시간들이 쌓여갔던 것 뿐이다
그게 내 말투에서, 내 옷차림에서, 내 표정, 내 손짓발짓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
 
나는 그 서늘한 표정이 뚜렷하게 기억났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건, <기억>, 그 뿐인데
그래서인지 나는 아무것도 이미지로 기억 하지 못한다
대신 찬바람이 불면 더욱더 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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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줄리아

2011.10.01 08:54 from 모텔 동물원

상황은 단순하고 감정선은 어긋나있고 인과관계는 사라진
그런 이야기들이 유행하는 건
돌고돌아서 결국 우리가 찾아낸 게 말초신경이기 때문인거 같기도 하다



이사를 앞두고 내 집과 본가, 양쪽에 있는 짐을 정리하다가
진실로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메모와 영화 감상문과 노래 가사들을 발견했다
가사는 비틀즈의 줄리아였고, 메모는 상당히 긴 편인데 2008년 9월에 쓴 거였고,
영화는 <아름다운 청춘>이었는데,
나는 정말 처음 보는 영화제목이다
비틀즈의 줄리아도 들어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

오랫동안 그 사람에게는 이름이 없었는데,
그래서 <줄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

줄리아가 말이 없어서 나는 죽을 것 같았다
나도 말을 거의 안하고 듣는 편인데, 그건 말을 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얘기다
- 목소리가 듣고 싶어, 목소리가 듣고 싶어, 아무 얘기나 해봐

아, 아니다

- 목소리가 듣고 싶어, 목소리가 듣고 싶어, 재밌는 얘기를 해줘

재밌는 얘기라는 건 대개는 자기 얘기를 말했다
줄리아는 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보통 말한 것 보다 더 많이 편지나 쪽지를 보내왔다)

- 고등학교 때 나는 조용한 아이였어
   내가 살던 곳은 작고 좁은 동네라서, 내가 한 이야기가 돌고 돌아 내 귀에 돌아올 때까지 세시간 정도가 걸렸지
   체감 공간감이 딱 이 방만큼인 데였어
   도망갈 곳이 필요했지만
   나는 조용한 아이였고, 도망갈 방법도 몰랐고, 동네는 너무 좁았어
   방에서 담배를 피우면 아무리 부채질을 하고 창문을 열어놔도 냄새가 남잖아
   그리고 가끔 자기는 냄새가 사라진 줄 알지만
   엄마가 방문을 열자마자 뒤로 물러서면서, '너 이게 뭐야!' 하고 말할 때가 있잖아
   꼭 그런 기분이었어
   그래서 나는 항상 도망갈 방법을 찾아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게 사람들 말에 따르면 마치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신비로움을 낳았다는 거지
   하긴 허공을 응시하는 것과 다를 건 뭐야
   나의 시선을 가로막은 건 고3 때 담임선생이었어
   젊은 남자였지

거기까지 들었을 때 나는 말을 막았다
- 젊은 남자라니,
   타인과 맥락을 읽지 못해서 자기를 파괴하고도 남을만큼의 에너지를 가졌다는 그 이십대의 젊은 청년을 말하는 거라면
   듣지 않겠어!
- 질투하지 않는다더니, 질투도 하는구나

질투가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 도망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어
   그리고 그걸 선택하는 것 자체도 도망가는 방법 중 하나야.
   그리고 가끔 네가 사람들이 함께 있는 데서 내 손을 밀어내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게
   질투를 일으키기 위한 거라면
   그런 건 그만둬
- 얘기를 하면 좀 들어라
   이 세상에는 도망가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었을 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그거 하나밖에 안보였어
   그거 하나였어
   그리고 그 결과 지금의 내가 있는거야, 그래도 안듣겠어?

말문이 막혀서 얌전히 있었다
줄리아가 다시 얘기를 시작해서 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 담임선생님은 나를 좋아했지
   나는 착하고 얌전하고 예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데다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어느날 야자가 끝나고나서도 나는 교실에 남아있었어
   기다리고 있었어
   담임은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줬어
   머뭇거리면서 나한테 다가와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봤지
   나는 술이 먹고 싶다고 말했어
- 줄리아!
- 걱정마, 사실 술을 먹고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나는 실질적인 도피처나 새로운 어떤 걸 원했던 게 아니야
   그냥 내 주변에 그냥 있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던 것 뿐이야
   실제로도 난 그냥 술만 먹고 싶었어
   그 다음을 생각하기엔 너무 어렸거든, 나이가 아니라 경험이.
   근데 담임은 거절했어
   담임이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학생은 술마시는 게 아니다' 라더라 하하하하....
   딱 그 한마디만 했어. 내가 그 날 밤에 하루종일 들은 건 그 말밖에 없어

줄리아의 고3 때 담임선생은 줄리아의 손이 아닌 팔목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서 줄리아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마 끌고 갔다고 하는 편이 맞을 거다
그 선생님, 그 젊은 청년의 멋진 대목은 줄리아와 술을 마시지 않았다,라는 것보다
그렇게 집 앞까지 가면서도
집 앞에서도
단 한마디의 감동적인 말, 혹은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아마도 나보다 말이 없는 줄리아보다도 더 말이 없는 사람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짜 슬픈 대목은,
이 얘기를 하는 내내 줄리아는
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 손을 밀어내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건지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

나는 스무살 후반이 되었다
지금은 안 마시는 술을 그 때는 하루종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술에 취하면 술에 취한 것처럼 군다
보통 때는 절대로 하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데
그 날은 오빠에게 전화를 거는 거였다
평소라면 우리 남매는 결코, 전화는 커녕 대화도, 그러니까 아예 교류를 하지 않는다

오빠는 축지법을 써서 오초만에 내가 있는 클럽 앞에 나타났다
씩씩거리고 있었다
나는 가방과 겉옷을 잃어버렸고
나를 챙겨주던 일행들은 오빠가 등장하면서 동시에 내 주변 십미터 밖으로 물러났다
우리 오빠는 좀 무섭다

오빠는 내 팔목을 움켜쥐고 나를 질질 끌고 어디엔가 있는 어떤 집으로 데려갔다
오빠의 일행 중 아는 아가씨의 집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말 그대로 나를 거기에 '쳐'넣고
다시 축지법을 써서 사라질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주먹질 역시 하지 않았다
다만 씩씩거렸을 뿐이다

낯선 아가씨의 집에서 내가 미쳤나 내가 왜 오빠한테 전화를 했을까 미친듯이 후회를 하다가
나는 문득 줄리아와 줄리아의 담임선생이 떠올랐다

아,
그랬었나보다

줄리아는 아마도
제대로 된 도망방법을 찾았던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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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회성이 아니다
반복된다
그러니까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래서 오히려 조급한 마음이 줄어들었다
이 한번의 노력, 지금의 의지, 현재의 변화가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순환의 고리가 보일까
그때 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

내 문제의 시작은 '탐'이다
말초적인 욕구, 갈구, 탐욕인데
여기엔 지속성이나 발전성이 없다
TV를 멍하니 보는 것, 예쁜 것을 사모으는 것, 술 담배, 입맛에 맞는 걸 먹는 것 등등이 한순간 주는 쾌감 같은 거다
탐에는 자제력이 없다
뜨거운 커피를 다 마시는 데도 30분이면 충분하고, 30분 후에는 또다른 자극과 쾌감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니까 반석이 되는 어떤 것에 대한 욕구,
그것을 딛고 그 다음 단계로 나가거나 최소한 지속되는 만족감으로 다른 일로 돌아설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욕구가 아닌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일회적인 감각을 만족시키는 어떤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그런 종류의 욕구다

+

그래서 그 '탐'의 결과 온갖 것들이 부어오른다
쾌락은 순간적이지만 그 부수물은 쌓이기 때문이다
살이 찌고, 폐에 찌꺼기가 차오르고, 간에 독이 쌓이고
삶의 반경이 흐트러지고, 시간 개념은 순간의 연속이기 때문에 끝이 없게 된다
분노는 계기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로,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인성과 삶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부어오른다
붓기로 하염없이 불어난 모든 것들은
본디 가지고 있었던 윤곽선을 잃기 마련이다
팽창한 것들은 형태가 무너지고, 형태가 무너지면 경계의 존재가 모호해지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경계에 대한 무개념,
그러니까 사물이나 사건을 규정짓고 구분하고 위치짓는 것에 대한 오래된 공포나 막연함도 결국,
이러한 붓기에서 나온 것일거다

+

탐을 멈추려는 의지나,
붓기를 달래려는 노력이나,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경계에 대해 부정을 해왔던 머리아픈 싸움들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 별 변화를 낳지 못하고 그 자체로 반복되고 있다
나는 끊임없이 탐하고, 부정하고,
탐하고 부어오르고, 부어오르며 노력하고,
노력하면서 인식하려고 하고,
인식하면서도 탐한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 지도 실은 한참됐다
그 역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사람들은
순간 배가 너무 고파서, 이뤄야할 하나의 목표가 있어서, 혹은 원래 그래먹은 인간들이라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순환의 고리에서 의지가 무력하다는 것을 알아버려서일 것이다
붓다의 위대함도 미륵불이나 극락에 있는 게 아닐 것이고.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은 불합리가 아니라 무의미,라고
어떤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거기에 크게 공감한 좋은 지인이 해준 적이 있다
목적이 없는 반복에 지치는 것은
내가 현대를 살아가는 정상적인 현대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그게 더 무서운 게 맞는 걸까
나는 돌을 굴려대는 시지프스에게서 아무런 감동도,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인간승리는 개뿔...

+

그래서,
이 무한반복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혹은 바꿀 것인가, 가 내 문제다
거기에 사소한 문제가 부록처럼 따라오는데,
말하자면 내 삶의 자취와 내 움직임의 모든 것이, 심지어 손가락 하나의 자태마저,
그러한 반복에 맞게 사후 프로그램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사람들은 심한 길치인 나에게 '길을 자주 잃어버리겠네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나는 길을 잃은 적이 별로 없다
'길을 잃는다'라는 개념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길치, 라는 게 출발점이면, 길치들에게는 거기에 맞도록 개념 또한 프로그램된다
나의 자태는 저 탐-붓기 팽창-비경계, 의 악순환에 최적화되어 있다
자그마치 30여년동안.

그러니까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들여다볼 것인가

빼먹을 뻔 한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인식한다'라는 건 죄책감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인식하지 못하면 때론 문제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인식하는 순간, 그건 마치 저 꽃이 내게 와 꽃이 되듯, 그렇게 문제가 되어버린다
죄책감은 기운을 소진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의지를 쥐어짜낼 힘도 없다,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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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사랑

2011.06.12 07:52 from 모텔 동물원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바람을 일으키는 종류의 접촉이 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다가와서
- 저기 멋진 당신, 나에게 연락처 좀.
하는 식의 것들이다

나는 생각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수의 청년들이 성적 매력이 있는 아가씨들에게,
아무리 그녀들이 할래할래하고, 개념이 없고, 삽질을 하고, 심지어 그런 부정적인 접촉조차 전혀 없어도
빠져들게 되며, 그 결과 자신들이 그녀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말한다는 사실에
무지하게 놀랐던 적이 있다
그리고 나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아가씨들도 어떤 청년들에게 그런 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청년들이 코의 각도만 보고 다른 청년들에게 반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런 건 좀 익숙한 편이다
그러니까, 이건 남녀나 일반과 이반의 차이가 아니라
내가 경험으로 느끼는 의외성의 정도 얘기다

+

외모와 비슷하지만 좀 다른 범주로, 취향, 에 대한 것도 있다
모모모씨(직장 동료, 남)은 어느날 우연히 내가 포함된 술자리가 있던 술집에 들어왔었는데
나를 보고 인사를 하러 왔으나 나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고
내가 포함된 술자리의 일행 중 한 명이 하여튼 뭔가에 잔뜩 취해 흐느적거리며 일어나서는
춤을 추며 그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고 키스를 하고서는
'마치 천사처럼 사라진(-그의 표현 인용. 실제로는 그저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 후,
모모모씨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죽어라고 나를 괴롭히면서 그녀의 연락처를 내놓으라고 말했으나
그녀는 '원래 취하면 그러는 사람'이고, 그랬던 사람이 삼백명도 넘으며, 그들에게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는 매몰차게 그 부탁을 거절해야 했다

어쨌든간에 중간에 끼는 건 불편한 일이다

+

신체접촉이 사랑을 탄생시키는 이야기는 조선시대 가족사의 전형이라서
그 위력에 정통성이 있다

모모씨(지인, 여)는 어느날,
남매처럼 편한 관계의 이성 친구와 키스를 하는 꿈을 꾼 다음
그와 절교를 선언했다
어색하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내가 아무리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짜증을 부리고 그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윽박을 질러도
끄떡도 안했다
세상에 적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은 내쪽이 더 많은 편이라서,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이건 사랑을 일으킨 예가 아니지 않냐고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슬프게 끝났으나 어쨌든 같은 범위 안에 있는 행동을 낳았으니 그게 그거다

+

여러 종교 전통에서 신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에 넓게 신비주의,에 포함되는 것들이 있는데
'연인처럼' 신을 사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건 내가 잘 모르겠는 거다
머리로는 좀 알 것도 같은데, 겪어본 적이 없다
최근 성당을 다니면서(그런데 나는 불교가 좋다!! ㅠ) 신앙을 가지려고 노력노력을 하는 중인데,
자아성찰 부분은 좀 알 것도 같지만 신을 사랑하는 부분은 어렵다
엄마아빠를 대입해서 감정이입을 하면 화르륵 사랑이 가슴 속에서 타오르지만
'신'으로 돌아오면 역시 잘 모르겠다
나는 십자가에 걸려있는 예수님도 사랑한다기보다는 안타까워서,
내 십자가에는 예수님이 걸려있지 않다
그런데 예수님이 걸려있지 않은 십자가는 개신교 꺼고 천주교꺼는 예수님이 있어야 된다고 해서
고민이 된다
그러니까 막연하게 신에 대한 사랑을 느끼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천주교인의 정체성을 가지려면 예수님이 걸려있는 십자가를 벽에 걸 수 있느냐 마느냐 하는 실제적인 문제인 것이다

+

스무살 때 점쟁이가,
'스물 두 살때 열렬한 사랑을 할 것이오'
라고 말하고 나서,
나는 한동안 스물 두 살이 되면 확 결혼을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스물 두 살 때 나는 요리만큼 어려운 컴퓨터프로그래밍에서 에프를 맞기 일보직전이어서
주변 오만 사람들에게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떠냐 하면,
열렬한 사랑 같은 건 싫다
나는 숨쉬는 것도 피곤하다

사람은 어렸을 때 보고 느낀 것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은데
나로 말하자면, 야르르르한 러브러브보다는 의리! 믿음! 희생과 양보! 이런 걸 압도적으로 많이 겪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리와 믿음과 양보와 협력이 좋아지고 있다

+

그러니까들 나한테 연애하라는 소리 좀 하지 말아줘 좀
특히,
- 어, 어, 괜찮아, 너도 곧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질거야
이 말씀만은 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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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젯밤 꿈

2011.04.28 09:15 from 모텔 동물원

(꿈1.) 대부분 기억나는 내 꿈에는 반복되는 장면들이 있어서
현실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을 못하면서도 어떤 꿈 속의 길들은 만나면 찾아갈 수 있을 정도다
위험한 물, 노선위의 길, 허름한 방, 공유하는 낡은 집, 화장실, 등등이 주된 소재인데
오랜 시간에 같은 장소나 장면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범위에 포함이 되지 않는 꿈들이 있다

(꿈2.) 그런 곁다리 꿈들은 꿈에서 깨기도 전에 까먹는 게 거의 대부분이고
(꿈3.) 절대 잊지 못할 것들이 영쩜일프로 정도,
그 꿈들에는 양감과 촉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반쯤 깨고 반쯤 꿈꾸는 상태에서
상체가 위로 들린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이 침대와 분리가 되는 게 보이면서 비로소 무슨일이 일어나는 지 알 수 있었다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저께 꿈에 등장한 건 '사람'이다
전에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고,
만져진다
역시 반쯤 꿈을 깼을 때도 여전히 그 양감이 느껴져서
나는 내 방에 친구들이 와 있거나
아니면 또 내가 술에 취해서 어떤 사람 집에서 깨어난 건 줄 알았다
술을 안마신 지가 몇달 째인데도.



+



좋은 친구들과 몰아서 생일파티를 했다
일식집 옷을 입은 아저씨가 초밥을 만들지만 어쨌든 이름은 북유럽식 바이킹 뷔페인 데서
배가 터지게 밥을 먹고
배가 터질 것 같아서 좀 걸으려고 했지만 우린 모두 사실 걷기가 싫었기 때문에
종로에 가서 칵테일을 한 잔씩 마셨다

어렸을 때 생각하기로는 
십대 초반이 지나면 연애문제는 한고비 넘기고
그 다음부터는 뭐랄까 인생과 철학과 종교에 대해 논하게 될 줄 알았는데,
앞으로 삼십년 정도는 계속 이렇게 연애문제를 싸매고 짊어지고 가야할 것 같다
비록 유독 인간관계에서 겁이 많고,
혹은 비록 무성애자고,
혹은 비록 무지하게 바빠서 실제로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연애의 힘은 강력하다

때로 이렇게 좋은 우정은, 연애 상담용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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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인간

2011.03.05 20:42 from 모텔 동물원

내가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비싸거나 쓸데없는 사치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나한텐 그게 싫어할 이유가 되지도 않는다)
그저 내 눈에 전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지겨운 유산소운동처럼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는 가게들을 빙빙 도는 게 싫을 뿐이지
쇼핑 자체는 오히려 좋아한다
그래서 내 컴퓨터 즐겨찾기에는 쇼핑 목록만 모아놓은 폴더가 있는데
그 이름이 '인간과 역사에 대한 예의'이다

                 

이것은 가급적 비싼 걸로 퍼온 샤넬 가방.                            이것이 내 눈에 예뻐보이는 가방. 빈티지 좋아하는 거 맞음.
역시 예뻐보이지 않는다.                                              이래뵈도 이태리 장인이 만든 거임   출처: windee.co.kr




실제로 미적감각은 인간과 역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건을 대할 때 무럭무럭 솟아나는 사랑이 생명체한테는 없을 때 문제가 있는 것이지
실제로 자존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는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온갖 추한 것들을 보면,
꼭 사지는 않더라도 틈틈이 가게나 온라인 쇼핑몰들을 방문하면서
취향과 감각을 유지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일상의 작은 것에서 뿌리내린 자존심은
크고 예외적인 일이 닥쳤을 때도 거의 그대로 드러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미적감각이란 게 나의 경우엔 전적으로 취향에 달려있다는 건데,
그래서 예를들어 사람에 대해 말하자면, 난 소개팅이나 선을 통한 인간관계를 전혀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착한 사람'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에게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니까 언제나 항상 돌아오는 것은 '취향'문제다
나는 말투만 마음에 안들어도 상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를 들기 위해 데려온 고양이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고양이의 예                             아주 마음에 드는 고양이의 예
(고양아 미안해, 사실 너도 예뻐)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나의 그 취향이 요즘 극히 소모적이라고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옷을 사는 게 소모적이진 않지만 그 옷을 입는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모적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게 소모적이지는 않지만 내가 모든 사람의 모든 주제에 무기력을 느끼는 상태라면
좋지 않다
비판하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나 화낼만한 주제를 곱씹으며 화를 방출하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좋지 않다
좋지 않아

모로코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라고들 하는지 생각해본다
가본 적은 없다
시리아에 갔다왔던 지인은 감탄을 했었다
난 아직 그 지인의 결혼 축의금도 미처 주지 못했다
이 세상과 나의 첫 연결고리인 지인들과 음식과 분쟁이나 전쟁, 음악, 영화제를 열까 미술을 좀 더 알아볼까 하는 것들,
아무생각 없이 우선은 여행을 가야하는 지 고민하는 것,
지난 추억과 사람들을 더듬는 것,
등등을 다 빼버리고나면

아랍(이 거대한 정의!)과 아랍인이 주는 원초적인 매력이 있는데,
나는 때로 그것을 갖기 위해서 앞서 말한 그 모든 지인들과 음식과 전쟁과 기타등등을 내가 소모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 반대든가

나는 원래 남미에 가고 싶었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고, 잘 하지도 못하고, 그 상태가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멕시코나 쿠바에 가서 음악을 듣고 싶었다
게다가 데낄라가 진실로 대단한 파티용 술이라는 것도 아주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실이니까

내가 만난 아랍의(그래봐야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소위 전형적인 나의 이상형이었냐하면
그렇다!
기억 속의 내음과 목소리들은 그렇게나 이상적이다

팔레스타인에서 떠나오기 전 날,
나는 술에 잔뜩 취해서 한국에서 하던 것과 똑같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당장 게스트하우스로 튀어오라고 명령조로(나의 영어 말투는 명령조라고들 한다) 말했고,
예루살렘에서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시고 있던 그는 그대로 차를 타고 실제로 날라왔다
오는 길에 타이어가 펑크가 났고
그걸 고치느라 한 시간을 길에서 보냈고
그 길은 모두가 알다시피 점령상태로, 거기에서 인내나 운이나 로맨스를 바란다는 것은
어떤 팔레스타인 관련 책자나 기사에도 나올 일이 없는 얘기였지만 실제로 그는 그 일을 벌였으며
그래도 차를 고칠 방법이 없어서 그 와중에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라말라로 왔다
그가 멋지게 문을 열고 등장했을 때 난 고주망태가 되어 있었는데
그는 나더러 '마즈누나', 즉 미쳤다고 말했고
난 잘 생각해보라고, 미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라고 대답했다
차를 몰았고 마침내 차를 다 고쳤던 그의 친구는 두 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그를 태우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점령이라니

새삼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미친 건 나나 그가 아니라 세상이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미치지 않는 대신에
소모적이 되었다

아랍은(다시 말하지만 그 광대한 단어의 범위라니!)
사실 내가 거기로 돌아가야 할 삼백만 개의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책이나 영화나 또는 가보지 않은 사람들의 동방견문록 같은 이미지에서조차
너무도 실제적으로 원초적이고 매력적일 지 모른다
난 아마도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그것에, 단지 그것에만 끌렸을 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만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내게 돌을 던지지도 목을 베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울에 사는 소모적인 인간
내게는 이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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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2010.07.18 05:48 from 모텔 동물원

지키고 싶은 거 하나만 골라보라고 하면 <돈>이라고 말하는 아가씨가 있었다
그 아가씨 집은 현금이 잘 도는 종류의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다닐 때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가게에 들르면 옷이 왜이리 지저분하냐며
정장 한벌을 사주는 정도는 일상적이었다
대학에서는 단체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잘 안됐던 것 같다
한동안 술을 마시고 그 동안의 서류들을 정리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할 지 난감하고 낯설어하는 듯 보이더니,
어느날 학교 근방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청년과 그 일행들과 함께 보름동안이나 사라졌다가 나타났을 때는
얼굴에 온통 피어싱이었다

- 가슴에도 했어?

내가 물어보자 그렇다고 대답을 했는데, 별로 믿기지는 않았다
나는 섹스를 제외하고는 피어싱이나 문신처럼 몸에다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피어싱이 변화나 저항의 상징이 되는 걸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게다가 난 그 오토바이 청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나는 시골 출신이에요.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귀농할거에요.

난, 오토바이를 타기에는 서울보다 시골 쪽이 훨씬 더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했고,
또 시골 출신이라면서 <귀농>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웃기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의 일행(이렇게 표현하면 마치 그가 주요인물이 되는 것 같아서 싫긴 하지만) 중에는 괜찮은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도 그 당시 가장 필요했던 게 <돈>이었다
물론 애초에 돈이 없었기 때문에 지키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난 깨끗한 욕실이 딸린 방 하나가 가장 갖고 싶었다

처음 길에서 자는 요령을 알려줬던 사람은 영화제에서 만난 어떤 청년이었다
우리는 영화제를 하는 건물의 계단 뒤, 아무도 가지 않을 그런 장소에서 자면서 추위와 비를 피했다
다행하게도 어떤 이유였는지, 난 커다란 가방에 항상 베개를 가지고 다니던 참이었다
날이 따뜻해졌을 때는 공원 벤치에서도 잤고, 문이 열린 아파트 옥상에서 실론티를 먹으면서 쉬다 가기도 했다
어느날 신촌에서,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과 그가 대판 싸우고 난 뒤,
내가 화난 사람들을 달래주며 바래다 주고서 그와 연락이 끊겼을 때(그는 보통은 핸드폰을 꺼두었다)
신촌 지하철 역 의자 있는데로 <이제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며 기대없이 찾아갔을 때
거짓말처럼 그가 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날이 조금이라도 추워지면 벤치에서도, 공원에서도, 건물계단에서도, 어디에서도 자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난 길에서 자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난 간절히 방 하나를 가지고 싶었지만, 당시 내가 받는 아르바이트 비로는 택도 없는 얘기였다
그럴때 아까 말한 <오토바이 타는 청년의 일행 중 괜찮은 사람>이 종종 나를 재워줬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나를 마치 투명인간처럼 대하면서도 모든 일을 자연스럽다는 듯한 자태로 해냈기 때문에
나는 고마워서 거의 울뻔 했었다
그가 없던 어느날 나는 나쁜 짓을 하는 기분으로 그의 씨디 하나를 틀었다
Grandaddy가 전혀 Radiohead스럽지 않은 분위기로(그랜대디가 라디오헤드 아류라고 하는 말은 듣기가 싫다)
우주, 혹은 우주선에 대한 노래를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시작이었다
나는 그의 방에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꺼낸다음 제자리에 두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사표시였다
아가씨와 오토바이 청년이 돌아왔을 때 나는 더 이상 그 집에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둘과 몇몇이 보름동안 사라지기 전에도 나는 그 집에서 종종 신세를 졌었지만,
그들도, 그도, 나도 갑자기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고 느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새벽에 그의 집을 나오던 날
나는 그를 꼭 끌어안고 뽀뽀를 했다


아가씨는 커다란 샌드위치를 파는 고급스러운 가게에서
굶주리고 왠지 슬퍼진 나에게 커다란 샌드위치를 사주었다

-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여전히 그건 <돈>이지. 사람이 성숙했다고 해서 꼭 특정한 아이템을 선호해야하는 건 아니야.

나는 아마도 그녀가 자기 삶 속에 공부나 사랑이나 소통 등과 같은 것들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는 <돈>을 자꾸 의식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잔정이 없고 타인의 감정은 느끼지 못하는 나는 오히려 이렇게 사람들과 상황과 감정에 휘둘리며 굶주리고 슬퍼하고 있는데
그녀는 반항적인 피어싱을 잔뜩 하긴 했지만 무덤덤한 눈빛과 편안한 표정으로 나와 샌드위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너도 이제 일을 해
- 일이라면 지금도 하고 있어. 너도 알잖아
- 그런 일 말고, <진짜 일>을 해. 돈을 받고 돈을 모을 수 있는 그런 종류 일 말이야

그러면 언젠가는 방을 구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런 때가 언젠가 오리라는 게 도무지 실감이 안나서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 네가 오토바이 청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아무일도 없었어

<상관없어!>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지만 실제로 말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그저께 이진씨 집에서 나오면서 키스했다면서?

<그건 키스가 아니라 뽀뽀였어>라고 다시 마음 속으로 외쳤고,
나는 그가 그 얘기를 그녀든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했다는 사실이 믿지기 않았다
비밀이어서가 아니라 나는 일정 반경 안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남에게 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 세상에 <키스>가 말 그대로 <키스>만일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대. 그래서 좋았다고, 내가 네 친구니까 나는 그런 걸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더라

<친구니까 알고 있다>라는 게 말이 되는 문장이던가
사람들이 보여준 작은 이해와 작은 배려와 작은 사랑들에도 나는 끊임없이 불평과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 되는 문장이던가?

지금은 좀 말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오토바이 청년은 오년 전 기록을 마지막으로 실제 모습 뿐 아니라 온라인 상의 모든 활동이 멈춰져있다
나는 그가 오년 전에 죽었을 거라고 믿는다
아가씨는 떠났다
그녀는 나를 견디지 못하고 나도 그녀를 견디지 못하고 우리는 소위 너무 사랑해서 서로를 떠났다
내게도 그런 게, <사랑하니 떠난다> 따위의 것이 가능한 시절이 있다는 게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진씨는 처음부터 내 삶 안에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오토바이 청년과 마신 술의 십분의 일도 그와 마시지 않았고,
오토바이 청년과 나눈 얘기의 십분의 일도 그와 하지 않았다
그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모든 게 끝났을 때, <친구니까 알고 있다>가 말이 되는 문장이라고 느꼈다
나를 알던 사람들,
그래, 우리가 그렇게 모여서 무슨 <결과물>을 만든 것도 아니고
무슨 <교훈>을 얻을 만한 한편의 이야기를 그린 것도 아니고
그저 두서없는 상황들과 감정과 소통의 나열만이 있었을 뿐이지만,
그렇게 나를 알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그냥 말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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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려있고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불이 꺼져있어서 어둑한 곳에는,
집약된 기운들이 덩어리가 되어 쌓여있어서
고민없이 성큼 들어가면 안된다
그런 염들은
간절하지는 않지만 짙고 무거워서
숨을 쉴 때 들이키면 중독이 되고 만다

술이나 감기약이나 커피 같은 거에 취하면
감정을 지탱해주던 기둥이 사라진다
기둥과 함께 집이 무너지면
남아있는 것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장마였다

얼굴에 머리에 팔에 떨어지는 비가 시원하고 시원해서
그냥 걸었다
눈을 가렸지만 봤던 이미지가 없던 것이 되지는 않았다
해가 떴는데 아침같지가 않았다

하루만 여기, 이 모텔에 틀어박혀서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침대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모텔에는 침대가 꼭 있어야 한다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면 좋을텐데
심지어 시간이 아깝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다만 좀 쉬고 싶었다

음악이 나오고 불이 꺼져있는 곳에는
함부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난 발을 얼만큼이나 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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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어?

2010.06.16 02:24 from 모텔 동물원

왜 그를 따라가지 않았냐고
그 아가씨가 슬픈 표정으로 물었다

- 모르겠어. 어쩔 수가 없었어

어쩔 수가 없는 일은 세상에 없다고, 아가씨는 화를 냈다

- '따라가는' 게 아니었어. 처음에 우린 그렇지 않았어.
   손을 잡고 같이 가는 거였어.
   그냥 무작정 춘천에, 목포에, 도갑사에, 부산대학교에, 무슨무슨 기차역에, 아무데나 있는 건물들에 갔던거였어.
   하지만 서울에 돌아왔더니 모든 것이 달라졌지. 서울은 모든 걸 다 바꿔놔.
   그가 뒤돌아서 가기 시작했을 때는, 따라가야 했던 게 맞아.
   그런데 그래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를 몰랐어.
   그래서 따라가지 않았어. 어쩔 수 없었어.

아가씨가 자기 얘기를 해줬다
나는 밤새도록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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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사랑에게 자유를.

마음껏 불타는 밤을 즐겨보세요
홍콩행 익스프레스에 탑승한 우리에겐
콘돔과 피임약이 있으니까.
대신 질외사정이나 주기 조절 따위의 개소리는 절대 금지

그리고 착각하지 마시길,
순결주의자와 불감증자와 무성애자들에게도 똑같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잊는다면,
그런 러브러브는 곧장 쓸데없는 우월감에 찬 파시즘이 될테니


 









가열찬 현대판 신여성들의 옷을 벗게하는 데는
이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고 한다
- 옷을 벗지 않으려는 걸 보니, 당신은 순결주의자인 모양이군.

최신 지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만큼은 용납이 안됐던 아가씨들은
자발적으로 옷을 벗었고
이 상황이 성폭력 사건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입조차 자발적으로 다물었다고 전해진다
그게 소위 명문대학이었나 운동판이었나 구십년대였나 이십일세기였나, 하여튼 그런데서 그런때에 일어났던 일이다,
내 기억은 확실한 적이 없지만.

지적 우월감이나 초조함에는 원래 부작용이 많은 법이지만
몸에 해롭기까지 하면 치명적이다
그건 마치 <버지니아 슬림> 광고를 보고 담배를 피우기로 한 '비흡연자 아가씨'의 안타까운 결심과도 같은 거다


버지니아 슬림 <You've come to a long way - 그동안 애썼음. 이제는 당신세상임>을 나타내는 광고들


   
   
  
     

  
  
  


  
   
    


















자유란 건 얼마나 한없이 상대적인 개념인걸까

몸에 자유를 주세요
자유연애주의 신여성 신남성에게도 박수를.
첫날밤의 숭고함을 믿는 고전적인 순결주의자에게도 박수를.
맨몸으로 자전거를 타고 온세계를 누비기를 서슴지 않는 자연주의자에게도 박수를.
다양한 마스터베이션으로 끝내 스스로 오르가즘을 터득한 섹스불신자에게도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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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멈춰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팥죽송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Mushroom...>








시작은 <욕망>이었을 것이다
박탈감에서 비롯된, 그래서 책임감을 잃어버린 욕망.
그걸 채우려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던 건데
그게 어느새 관성을 가졌다

그래서 그걸 멈추려고 모든 것을 떠나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는데
매순간, 찰나의 순간, 선택의 순간들마다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나는 같은 선택을 했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태도를 보이고, 같은 시선을 주고받고,
그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만들었고
그래서 다시 관성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그러다 또다시 모든 것을 떠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었다

순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못보는 것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전체라는 걸 볼 줄 모른다
그래서 왜 자꾸 쳇바퀴를 돌게 되는지
해외관광을 떠나서 골목 사이에서 길을 잃고는, 왜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같은 골목들만 빙빙 돌고 있는건지
자기가 그러고 있으면서도 잘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옷을 입더라도 이미지는 인식하지 못하고 무늬와 색감과 비율만 보게 되고
책을 읽더라도 역사 속의 작가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작가에게 감겨있는 역사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게 되면
관계는 보지못하고 눈빛 따위에 집착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열정적인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구토를 했었다
아무 이유가 없어도 나는 그들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서늘한 눈빛을 가진 사람들은 좋았다
서늘한 손길이나 나를 바라보는 서늘한 표정도
좋았다
그런 건 심장 위치에 각인이 되어서 오랫동안 남는다
그들이 손을 내밀지 않으면 내가 손을 내밀었고
혹은 그 반대였고,
서늘한 우리들은 한번 부딪혔다가 스쳐지나갔다
구경꾼 둘이 모이면
아무런 쑈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대신 열정적인 쑈꾼들을 만나 토악질을 실컷하는 쪽이 정상이다

며칠전, 술자리에서 점점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다
삼백년 만에 보낸 문자에서
그는 나의 근황이 아닌 자신의 근황을 내게 물었다
나는 그것이 계시라고 생각하고 그 앞에서 고해성사를 늘어놓았고
다음날 술이 깨고 많이 후회했다
하지만 말이 길어진 것이 안타까웠던 거지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후회했던 건 아니다






이제 그만.
독서도 공부도 생각도 일도 사람도 술도 다 그만.
그만그만그만그만

프로페셔널한 현대 사회인은
사생활에서는 술을 덜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방향으로,
일에서는 바쁘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잠은 자기 집에 딱딱 들어가서 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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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오랜만이에요


그래 내 친구, 내 동지, 내 형제, 내 사랑
오랜만이야
물어보기 전에 미리 얘기하자면,
나는 하루의 반은 착한 학생으로 지내고 있고
나머지 반엔 술에 취해있어
말하자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인데.
그래서, 어떻게 지내?


나는 세상이 변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을 만났었어요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였지만 그들 중 하나는 아니었죠
그리고 이번에 나도 그들 중 한명이 되기로 했어요
또,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그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란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랑에 빠졌죠

                               
                                                                            


많은 일들이 있었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그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사방팔방에 있죠



그렇군
해보고 그럴듯하면 나에게도 말해줘
나도 해보게

                                                                


아뇨, 그럴듯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하지만, 전혀 그럴 듯 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나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때로 그의 논리를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난 그걸 피하려고 술을 마시죠
그럼 술에 취하고
술에 취하면 다시 사랑을 느끼게 돼요
무한반복이에요



아...

                                                                      





바쁜가봐요
알고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당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특히 일하는 중이었다면
아닌가요?



아니야
지금은 오후 네시이고 이제 막 일어났어
그리고 한 시간 있다가 약속이 있어
그리고 특히 사랑에 빠진 너의 이야기라면 들어야겠어



아, 일요일이었지
하지만 내 얘기는 길어요
밤을 새야할 거에요
그러니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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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체

2009.09.03 06:18 from 모텔 동물원



대부분의 경우 사람의 몸은
야하지 않다
그냥 멋지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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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무슨 말인지가 어려운거다

정상적인 S&M 이라면,

채찍과 재갈이 바로 옆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정도(이 정도는 소위 '정상적인' 섹스에 해당하니까)에서 그치는 것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제대로 재갈을 물리고 채찍을 때리는 것(그래야 S&M 세계에서는 '정상'일 테니까)을 말하는 걸까.



                                                            자체 검열을 거쳐 구글에서 불펌한 S&M 이미지    ◁  Family Guy




10년 전에는,
노을이 지던 벤치에 앉아 수줍게 웃으며 고백했던 그녀가
어느날 부터 때리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엔 촛농을, 그 다음엔 구두 뒷굽을
그리고 끝내 칼을 들었다면서,
어디까지 사랑인지, 과연 헤어져야 하는 건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한 청년의 사연이

마냥 웃겼다

난 로리타 컴플렉스에는 웃음이 안나오지만,
S&M은 상호합의가 되었다는 전제만 있으면
웃기다고 생각했다
꽁트처럼.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얼마 전
지인들과 빈 집에 와인과 치즈와 과일과 크래미를 사들고 앉아서
무슨 얘기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 중 한 명은 바이섹슈얼 - 남자 여자 가리지 않음
또 한 명은 정도가 미약하나마 S&M - 그 중 당하는 쪽 -_-;;
그리고 한 명은...
...음?

게이도 있는 판에 바이섹슈얼이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상관이 있다
게이는 이성애자와 원리가 같다
다만 상대가 동성이냐 이성이냐의 차이 뿐.
하지만 바이섹슈얼은, 그건 부류가 좀 다르다
매우 애매모호한, 성적으로 미아인 부류.

어쨌든.

그러니까 실은
별 거 였던 게 별 게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경험에 따라 기준이 바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준을 중심에 둔 반경은 확실히 넓어진다


그래서,
정상적인 S&M 플레이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본인이 원해서, '아이쿠' 정도의 감탄사만 나오는 정도로 하는...
그런 거?




(물론 로리타 컴플렉스는 웃음도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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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 얘기가 나와서
웃긴 에피소드 한 편.





토크쇼 진행자인 Jimmy 와 Sarah 는 5년된 연인이고,
Matt Damon 하고는 친한 사이다
Jimmy 는 자기 프로가 끝날 때마다 매번
"맷 데이먼, 미안 (너를 부르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하고 농담을 했고,

그래서 맷과 사라는 지미와 사라의 5주년 기념일에
지미의 토크쇼에서 복수의 의미로 이 동영상을 틀어버린다


 







그러자 지미 역시 복수의 의미로 동영상을 만드는데
등장 인물이 바로

 




아...웃겨서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Is someone here...f***ing Ben Affleck?"
하고 물어보는 배달 청년은 브래드 피트 이고
"Honk ...if you're f***ing Ben Affleck"
라고 쓰인 차를 몰고 느끼한 키스를 날리고 가는 사람은 해리슨 포드다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을 케빈 스미스 영화에서 가장 멋졌다고 생각한다
뉴저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각자의 성격과 삶이 녹아있는 덩어리 같은 게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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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존나 싸구려 발정기가 될 수도 있고,
평이하게 일상적이 될 수도 있고,
그냥 그 사람의 옷차림에 특색이 있듯이, 그 정도로 일탈적일 수도 있다

블로그를 옮기면서
해도 될 이야기와 원래 없던 것처럼 버릴 이야기들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얼마전 쏟아버린 얘기라서,

이건 다시 해야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시작은 이렇다

사람사이의 관계가 섹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너무 많이 봐버린 것이다


1.

실은 '사랑'이란 건 상당히 스펙트럼이 넓다
그 중에서 굳이 이름을 붙일 때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 과 '남녀 사이의 사랑' 이라고 하면
그 정도로도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지 쉽게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그건 이성애자들 얘기고,
남성 게이들에게 '아직 제대로 아가씨를 못만나봐서 그래'
라거나
여성 게이, 그러니까 레즈비언들에게 '아직 진짜 청년을 몰라서 그래'
라는 등의 망언을 하는 이성애자들에게
굳이 자기 상태를 설명하고 싶은 게이들이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육체적인 끌림, 과 섹스'

그래서 게이들의 사랑은
인류가 그 오랫동안 쌓아오고 다듬어온
그 모든 철학과, 고차원의 고뇌와, 다분히 본능에 반하는 희생이 동반된
그런 '사랑'
이 아니라,
'섹스'에 더 촛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이성애자라면 자연스러울 것들은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미묘한 범위의 어긋남을 낳는다

아주 미묘한 어긋남.

어떤 곳에서의 룰은
다른 곳에서는 룰이 아닌 것이다


2.

한 아가씨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딱 한명과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주변 반경 안의 모두와 섹스를 했다
그 딱 한명과 섹스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 사람과는 '특별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관계가 주는, 역시 미묘한 긴장감을 즐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건 그 '특별한 관계'에 있던 딱 한명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애초에 도를 닦을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포함한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런 일들에 대해 관심을 접기로 한다

실은
그런 건 이미 술안주 거리로는 좋았지만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에는 그와는 취향이 달랐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으니,
자기 이야기를 술안주 거리로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예
관심을 접기로 했던 것이다


3.

그 특별한, 하지만 소외된 딱 한명에게(앞으로 이 사람은 A라고 한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멋진 청바지를 입고, 멋진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 사람은 A를 데리고
처음으로 밤이 내려앉은 길거리를 걷다가
좁은 계단이나 옥상을 찾아 잠을 자는 법을 알려주었다
다행히 A에게는
베개를 가지고 다니는 취미가 있었다
어디에서든 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A에게는
방향을 잃은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구토증세가 있어서
너무너무 좋은 것을 가지게 되면
먼저 그 완벽함이 깨지는 것이 두려워 도망을 가는 버릇이 있었다
이건 그 유명한 '사랑하니까 떠난다'보다도 하위단계로
그저 토악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A의 증세였다

A가 그 사람과 그 당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떠난 이유는
그것밖에 없다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구토증 말고는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불행에 빠졌지만
왜 그런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더욱 슬펐던 것은
다른 모두 역시 마찬가지여서, A에게 당장 그 이유를 말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죄책감과 쪽팔림이 슬픔과 상실보다 크진 않았겠지만
A가 나를 찾아왔을 땐
그는 이미 길을 잃은 듯이 헤매고 있었다
자신의 발이 삼백개라는 걸 의식한 순간, 걷는 법을 까먹고 뒤집혀버린 지네처럼.


4.

A는 자유에 대한 거부감은 심했지만
시계는 좋아했다

내가 보기엔,
그는 자신의 구토증세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면 그 즉시 도망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방어벽을 만들었다
목적지가 보이는 순간
스스로 눈을 가리고, 방향을 틀되
자기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게 따블로 속이면서
결국엔 그 목적지에 닿으려는
일종의 이중 트랩이었다

물론 그때는 그가 아직 어렸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지만
자신이 그것을 벗어날 정도로 성장했는지 자신이 없었던 그는
계속해서 그 상태를 유지했고

그 결과 페티시즘이 탄생했다

                                              여성용 콤비자동 로렉스       
                                              출처:  A씨의 즐겨찾기 목록에 있는 방씨네 아빠시계 http://www.abbawatch.co.kr/



그는 자유를 싫어하지만
시계를 좋아한다

그가 자유를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1년 동안 메탈리카를 듣지 못한 것과 비슷할 것이다
난 98년, 첫번째로 메탈리카가 내한했을 때
앞에서 세번째 자리에서 공연을 보았고
살아있는 게 기쁠 정도의 감동을 맛본 후
집에 돌아와서 1년 동안 메탈리카 음악을 듣지 못했다
메탈리카를 들으려고 할 때마다 이상한 구토증세가 있었는데
나는 그게 A씨에게 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래서 '자유'라는 단어나 그 맥락에 거부감을 갖게 된,
혹은 그렇게 해서 구토증세를 벗어나려는 첫번째 트랩을 설치한 A씨는,

대신 그 시계를 차고 있는 그가 제공해 주었던 그 '자유'를
시계에 대한 페티시즘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노골적인 상징성을 숨기기 위한 두번째 트랩으로
그는 폭력을 선택한다

그것도
고대 투사들의 전통에서부터 볼 수 있는
'뒤에서 공격하기'의 방식으로.
이건 농담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A씨에게 시계와 폭력이란
자유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구토증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만 필요한 도구일 뿐,
사실 그에겐 폭력에 대한 면역이 없다

실제로 그가 상당히 극한 폭력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그는 고통 보다는 죽음을 택했고
다행히 그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아무도 죽지는 않았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페티시즘.
이렇게 말하니까 별거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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