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녀 엉엉엉

2011.11.09 12:01 from 공간/서울

우리 성당 보좌신부님은 쫌 웃기시다
미사 때마다 농담을 찐-하게 하시는데,
저번주 일요일 미사 때는 무슨 농담을 하시다가
처음 당신이 사제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쉽게 보내주셨을 거 같냐고 하시면서
'그죠? 저라도 저같은 자식은 곁에 두고 싶었을 거에요.'
라고 하셨었다
근데 이랬다:
1. 그 말을 듣고 내가 즉각 이해한 내용- <나같이 걱정되는 자식은 어디 멀리 못 보내고 어머니 당신 곁에 두고 싶을 거다>
2. 사실 보좌 신부님이 말하고자 한 내용- <나처럼 멋진 자식은 나라도 보내기 싫었을 거다>

크면서 자식들은 부모 얘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너도 커서 너같은 딸 낳아봐라>
라는 말은,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엄마는 내 (지금 생각해보면 장난같은) 결혼을 반대하면서
<네가 커서 너같은 딸 낳을까봐...>
이랬었다..
저 말을 듣고서
저렇게까지 모두 품고가려는 모성애와 희생에 감사드려야 하나,
아니면 결국 내가 저만큼이나 속을 썩였다는 말이니 죄송해해야하나,
그냥 짜증을 부려야 하나,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젠장! 미안해 죽겠어!



+




엄마가 다시 입원을 하셨다
폐에 종양이 있는데,
우선 암은 아니고 떼어내기 좋은 위치고 뭐 하여튼
어떻게 보면 좋은 상황이다
젠장
하지만 나나 우리 친오빠 말고 다른 누가 <어떻게 보면 좋은 상황이니 힘내> 라고 말하면
죽여버릴테야.

아빠랑 엄마는 수술할 거라는 얘기를 언젠가 화요일에 듣고서도
그 주 목요일까지 나한테 얘기를 안하셨다
뭐 일부러 숨기신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에 <아 맞다, 내가 안경을 어따 뒀었지> 하는 식으로
그렇게 이틀을 넘긴 거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은 따로 사는 것도 아니고 같은 집에 사는데
이틀씩이나!

아빠한테, 그것도 문자로, 엄마가 수술할 거란 얘기를 듣고서 엄마한테 득달같이 전화를 했는데,
그런 나에게 엄마가 통화로 말한 내용 요약:
<사람은 다 혼자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결국 혼자 아프고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자기 자신을 잘 간수하는 것이 주위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그러니 너도 이런 거 가지고 전화하고 방방거리지 말고,
 지금껏 아무말 안하고 있었지만 네 방 청소 좀 하고, 나갔다 들어오면 손발씻고 이 닦는 버릇을 들이고,
 엄마 없는 동안 집 어지르지 말길 바란다.>

그래서 요즘 집을 어지르지 않고, 씻고 자려고 애쓰고 있다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