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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동물원

삼백번째 결심입니다

GOM GOM LOVER 2010. 3. 8. 01:54
여기서
멈춰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팥죽송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Badger Mushroom...>








시작은 <욕망>이었을 것이다
박탈감에서 비롯된, 그래서 책임감을 잃어버린 욕망.
그걸 채우려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던 건데
그게 어느새 관성을 가졌다

그래서 그걸 멈추려고 모든 것을 떠나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는데
매순간, 찰나의 순간, 선택의 순간들마다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나는 같은 선택을 했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태도를 보이고, 같은 시선을 주고받고,
그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만들었고
그래서 다시 관성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그러다 또다시 모든 것을 떠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었다

순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못보는 것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전체라는 걸 볼 줄 모른다
그래서 왜 자꾸 쳇바퀴를 돌게 되는지
해외관광을 떠나서 골목 사이에서 길을 잃고는, 왜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같은 골목들만 빙빙 돌고 있는건지
자기가 그러고 있으면서도 잘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옷을 입더라도 이미지는 인식하지 못하고 무늬와 색감과 비율만 보게 되고
책을 읽더라도 역사 속의 작가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작가에게 감겨있는 역사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게 되면
관계는 보지못하고 눈빛 따위에 집착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열정적인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구토를 했었다
아무 이유가 없어도 나는 그들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서늘한 눈빛을 가진 사람들은 좋았다
서늘한 손길이나 나를 바라보는 서늘한 표정도
좋았다
그런 건 심장 위치에 각인이 되어서 오랫동안 남는다
그들이 손을 내밀지 않으면 내가 손을 내밀었고
혹은 그 반대였고,
서늘한 우리들은 한번 부딪혔다가 스쳐지나갔다
구경꾼 둘이 모이면
아무런 쑈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대신 열정적인 쑈꾼들을 만나 토악질을 실컷하는 쪽이 정상이다

며칠전, 술자리에서 점점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다
삼백년 만에 보낸 문자에서
그는 나의 근황이 아닌 자신의 근황을 내게 물었다
나는 그것이 계시라고 생각하고 그 앞에서 고해성사를 늘어놓았고
다음날 술이 깨고 많이 후회했다
하지만 말이 길어진 것이 안타까웠던 거지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후회했던 건 아니다






이제 그만.
독서도 공부도 생각도 일도 사람도 술도 다 그만.
그만그만그만그만

프로페셔널한 현대 사회인은
사생활에서는 술을 덜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방향으로,
일에서는 바쁘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잠은 자기 집에 딱딱 들어가서 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