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사랑

2011.06.12 07:52 from 모텔 동물원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바람을 일으키는 종류의 접촉이 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다가와서
- 저기 멋진 당신, 나에게 연락처 좀.
하는 식의 것들이다

나는 생각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수의 청년들이 성적 매력이 있는 아가씨들에게,
아무리 그녀들이 할래할래하고, 개념이 없고, 삽질을 하고, 심지어 그런 부정적인 접촉조차 전혀 없어도
빠져들게 되며, 그 결과 자신들이 그녀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말한다는 사실에
무지하게 놀랐던 적이 있다
그리고 나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아가씨들도 어떤 청년들에게 그런 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청년들이 코의 각도만 보고 다른 청년들에게 반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런 건 좀 익숙한 편이다
그러니까, 이건 남녀나 일반과 이반의 차이가 아니라
내가 경험으로 느끼는 의외성의 정도 얘기다

+

외모와 비슷하지만 좀 다른 범주로, 취향, 에 대한 것도 있다
모모모씨(직장 동료, 남)은 어느날 우연히 내가 포함된 술자리가 있던 술집에 들어왔었는데
나를 보고 인사를 하러 왔으나 나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고
내가 포함된 술자리의 일행 중 한 명이 하여튼 뭔가에 잔뜩 취해 흐느적거리며 일어나서는
춤을 추며 그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고 키스를 하고서는
'마치 천사처럼 사라진(-그의 표현 인용. 실제로는 그저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 후,
모모모씨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죽어라고 나를 괴롭히면서 그녀의 연락처를 내놓으라고 말했으나
그녀는 '원래 취하면 그러는 사람'이고, 그랬던 사람이 삼백명도 넘으며, 그들에게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는 매몰차게 그 부탁을 거절해야 했다

어쨌든간에 중간에 끼는 건 불편한 일이다

+

신체접촉이 사랑을 탄생시키는 이야기는 조선시대 가족사의 전형이라서
그 위력에 정통성이 있다

모모씨(지인, 여)는 어느날,
남매처럼 편한 관계의 이성 친구와 키스를 하는 꿈을 꾼 다음
그와 절교를 선언했다
어색하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내가 아무리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짜증을 부리고 그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윽박을 질러도
끄떡도 안했다
세상에 적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은 내쪽이 더 많은 편이라서,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이건 사랑을 일으킨 예가 아니지 않냐고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슬프게 끝났으나 어쨌든 같은 범위 안에 있는 행동을 낳았으니 그게 그거다

+

여러 종교 전통에서 신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에 넓게 신비주의,에 포함되는 것들이 있는데
'연인처럼' 신을 사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건 내가 잘 모르겠는 거다
머리로는 좀 알 것도 같은데, 겪어본 적이 없다
최근 성당을 다니면서(그런데 나는 불교가 좋다!! ㅠ) 신앙을 가지려고 노력노력을 하는 중인데,
자아성찰 부분은 좀 알 것도 같지만 신을 사랑하는 부분은 어렵다
엄마아빠를 대입해서 감정이입을 하면 화르륵 사랑이 가슴 속에서 타오르지만
'신'으로 돌아오면 역시 잘 모르겠다
나는 십자가에 걸려있는 예수님도 사랑한다기보다는 안타까워서,
내 십자가에는 예수님이 걸려있지 않다
그런데 예수님이 걸려있지 않은 십자가는 개신교 꺼고 천주교꺼는 예수님이 있어야 된다고 해서
고민이 된다
그러니까 막연하게 신에 대한 사랑을 느끼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천주교인의 정체성을 가지려면 예수님이 걸려있는 십자가를 벽에 걸 수 있느냐 마느냐 하는 실제적인 문제인 것이다

+

스무살 때 점쟁이가,
'스물 두 살때 열렬한 사랑을 할 것이오'
라고 말하고 나서,
나는 한동안 스물 두 살이 되면 확 결혼을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스물 두 살 때 나는 요리만큼 어려운 컴퓨터프로그래밍에서 에프를 맞기 일보직전이어서
주변 오만 사람들에게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떠냐 하면,
열렬한 사랑 같은 건 싫다
나는 숨쉬는 것도 피곤하다

사람은 어렸을 때 보고 느낀 것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은데
나로 말하자면, 야르르르한 러브러브보다는 의리! 믿음! 희생과 양보! 이런 걸 압도적으로 많이 겪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리와 믿음과 양보와 협력이 좋아지고 있다

+

그러니까들 나한테 연애하라는 소리 좀 하지 말아줘 좀
특히,
- 어, 어, 괜찮아, 너도 곧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질거야
이 말씀만은 좀.
ㅠㅠ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