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자가 정말로 인식에서 욕망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니다. 아니 매우 불행한 일이다. 정말로(!) 그랬다면 그들은 결코 새로운 인식의 창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성은 진리라는 아이를 가질 수도, 갖게 할 수도 없다. ......욕망을 몰아내고 객관적 사실과 가치중립을 내세우는 학자들의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임증'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인을 그 누구와도 혼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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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가 말을 이었다. 그들은 중력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는다. 강한 중력 때문에 그들의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중력의 영'이라 불리는 난쟁이가 자기 귓속에, 그리고 자기의 뇌 속에 무거운 납덩이를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중력의 영'으로 불리는 난쟁이가 당신의 귓속에, 그리고 뇌 속에 무거운 납덩이를 떨어뜨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차라투스트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그 의미에 대해 말해주었다.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하면 난쟁이는 그것이 예전에 이미 시도되었던 낡은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예전에 해봤는데 아무 소용없어!', '너 그러다 큰일 난다. 세상 물정을 통 모르는 녀석이군!' 뭐 그런식이다. 지혜와 관심을 가장한 난쟁이의 말들은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납덩어리이다. '중력의 영'은 경험, 관습, 도덕, 법률, 법칙 등 다양한 것들 속에 기거하면서 내 자유로운 비상을 가로막았다.

......

'유일신이 왜 그리 위대해졌는지 아는가?' 엉뚱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신이야 원래 위대한 자 아닌가? 그러나 뜻밖의 답이 나왔다. '그건 인간들이 왜소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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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라투스트라는 이 무리도 잘 보면 진짜와 가짜가 있다고 일러준다. 세상일에 냉소적이고 '세계에 싫증난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진자 '세계에 싫증이 난 병자'나 '기력을 잃어버린 자'가 아니라 '간교한 게으름뱅이'거나 '훔쳐먹기를 즐기는 쾌락의 고양이'들이다('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에 대하여'. 쾌락의 고양이라고? 그건 학자들에게 던졌던 욕이 아니던가. 그렇지. 차라투스트라가 답한다. 그놈들은 세상에 대해 뭔가를 아는 척 뻐기며 세상을 욕하는 데 바쁘지. 그놈들 눈에는 이놈도 틀렸고, 저놈도 틀렸지. 언젠가 세상을 떠나는 배가 한 척 있었는데, 그놈들 중 어떤 놈도 타려하지 않아. 그런데도 세상 욕은 끔찍이도 하더군. 세상에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작 세상을 등지진 않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

이들 입이 삐죽 나온 건 엄밀히 말해 세상 살기 싫다는 게 아니다. 그건 무언가 욕망하는 게 있는데 얻지 못했다는 것이지. 이들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야. 차라투스트라에게 물었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나서서 회초리로 때려야 한다. 회초리로 때려서 이들 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못된 고양이들에게는 회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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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단호했다. "중력의 영은 불구대천의 적이다. 나는 그것이 창조한 모든 것, 이를테면 강제, 율법, 필요와 귀결, 목적과 의지, 선과 악을 뛰어 넘고자 한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을 이해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자들도 제도와 법, 관습과 도덕이 그어 놓은 선을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 조금 벗어났다가도 그들은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처럼 다시 돌아왔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마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었다. 모두가 몸을 사렸다.

......

차라투스트라는 날개가 생겨난 이들에게 기대를 건다. 물론 날개가 있다고 해서 발로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보다 더 빨리 달리는 타조가 날 수 없는 이유는 그 머리를 여전히 무거운 대지 속에 처박기 때문이다"('중력의 영에 대하여'). 분명히 우리 주변에도 시대의 중력장에서 탈주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이들이 있다. 심지어 탈주가 초래할 위험성을 감수할 결심이 선 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기 시대 자기 삶에 대한 거부만으로는 결코 날 수가 없다. 부정과 거부는 여전히 무거운 자들의 정신이다. 중력의 영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중력의 영이 던진 그물에 걸리면 부정과 거부는 금세 반동이나 허무로 돌면할 수 있다.

무공을 잘못 익히면 몸을 망친다. 특히 이제 날개가 돋기 시작한 어린 새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정을 통해 도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변증법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약은 긍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다"('중력의 영에 대하여').>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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