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습관과 능력을 관통하는

어떤 특징이란 게 있다

다부진 체격의 사람을 보면 왠지 성격이 강단질 것 같다고 느끼게 되는

일종의 경험치나

혹은 다윈을 모독하는 다윈주의자들의 참으로 합당한 상상력에서 나온 

골상학 등도 같은 맥락인데,


예를 들어 나는 괜찮은 본질을 인식할 수 있는 지력이 있고

그런데 막상 나 자신의 본질은 개새끼고

그래서 수집품의 세부사항은 지력의 힘을 빌어 그럴 듯 하게, 하지만 결국 전체 콜렉션은 뭔가가 어설픈 쌈마이가 나오는 것.

그리고 내 몸도 그와 마찬가지로

괜찮은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기는 자기파괴적이고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딱히 문제가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센치씩 어긋나있다


내 삶에 대해서도

똑같은 얘기를 반복할 수 있다

내 취향에 대해서도, 지식이나 행동 습관에 대해서도,

혹은 손가락 하나까지도 마찬가지다

끊어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만, 막상 있다고 해서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닌

내 손가락들.


+


월요일에는 엄마와 인사동을 걸었다

엄마는 종종 작은 오리나 개구리들을 사곤 했었지만, 그날은 그냥 걷기만 했다

우리 엄마한테 이제 작고 예쁜 것들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엄마가 내게 직접 하지 못한 그 말을, 중간에서 듣게 된 좋은 친구가 전해줬다

나는 남편과 부모 사이에서, 그 둘이 아닌 또다른 물리법칙 때문에 여기로도 저기로도 가지 못하고

어중간한 중간에서 국제미아에 과부노릇을 할 참이기 때문이다

그 전전날, 엄마는 당신이 결혼 때 받은 반지 두 개를 나에게 줬었다

징징대지 말고, 둘이 하나씩 나눠갖고, 담배 끊고, 미래를 생각하라면서.


나는 저런 사람의 딸이 될 자격이 있는걸까, 

그리고 또 저런 사람의 아내가, 저런 사람의 친구가, 저런 사람의 지인이 될 자격이 있는 걸까


...그래서 나는 엄마와 함께 인사동을 걷다가

보자기 같은 게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개새끼로 태어난 걸 어쩌란 말이야, 뭘 해도 일센치 씩 어긋나는 걸...

그런데 그 와중에 보자기 같은 것도 있는 거다

길어서 잘리고 짧아서 남겨진, 그냥 모자란 것들이 모여서 된 예쁜 거.

뭔가 어긋난 넝마들을 가지고서

또 그 본질을 속이지 않고서도 만들 수 있는 

예쁘고 쓸모있는 거


+



타고난 교만이나 가식이나 분노를 눌러주는

별 거 아닌 일상적인 면역체가 있다

예를 들어, 길에서 억압된 분노를 쏟아내는 멍멍이에게는

웃으면서 '아 미안해요' 하고 가볍게 먼저 걸어오는 말이

목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자극이 일상적으로 반복 되면, 단단한 성질일지라도 뭔가 다른 모양새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 한 땀 한 땀을 길을 가며 우연히 만나길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게 가족이나 친구나 책이나 노래 처럼 바로 옆에서 습관처럼 주어질 때는

일종의 뜨개질이 된다

말하자면, 존재론적 보자기를 만드는 일상적인 뜨개질인 거다


나는 좋은 것들을 주변에 많이 가지고 있구나

언젠가 월급을 굉장히 많이 번 적이 있는데, 딱 그 즈음에 아팠다

그래서 그걸 전부 병원에 다니며 상담에 약에 재활에 운동에 쏟아부어야 했다

나는 그 전에도 후에도 그렇게 많은 월급을 받은 적이 없고

그 돈이 없었더라면 병원에 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

돈은 얼마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거다, 따위 속세의 교훈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우주가 하는 미묘한 뜨개질 얘기를 하는 거다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