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011.10.02 13:15 from 공간/서울 아닌 곳


내가 갔던 베트남은
쉣이었다
태국에는 있었던 사람들의 여유나 편안한 눈길이
베트남에는 없었다
욕망과 사기와 무례가 드글드글해서
베트남에서는 하루빨리 떠나버리고 싶었고
떠나고 나서는 안도감이 들었다

김정환 시인이 본 베트남(하노이 서울 시편 - 문학동네)은
내 꺼랑 다르다



<공항>  - 하노이-서울 시편 1

100년 전쟁은 편안하다 하노이 공항
입국 절차도 하기 전에 별이 달린 군대 계급장
제복의 공안원은 시골처럼 꺼칠하고
여행가방은 귀성객의 보따리를 닮아가고
공습을 겨우 면한 역사 건물이
망가진 기념시계보다 편안하다.
문득, 5.16은 쓸데없이 육군 소장 박정희
라이방만 새까맣다.
쿠데타만 지독하고 지리멸렬하다.
100년 전쟁은 편안하다 제국주의(이 말도 벌써 소란하다)에 이긴 100년 전쟁은
사과도 사양하는
온화한 권위다.
이 말도 소란하다

6.25와 4.19, 그리고 5.16
숫자가 요란하다

우린 왜 그리 이를 악물고 살았던가



<첫 논과 밭>  - 하노이-서울 시편 2

좌우로 논이 펼쳐진다 첫눈이 내리듯
이전도 그후도 춥지 않은 첫눈 내리듯
그 위로 자상한 호치민 아저씨
입간판이 지나간다 가난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전망처럼
그래. 정말. 박정희 없는 60년대 혹은
반공교육 없는 70년대 같아. 냄새 숭한 빡빡머리 중고생 때
반공강연회에서 귀순간첩의 남파와 암약에서
드라마를 배운 나는
반공도 예술도 철저하지 못한
뒤늦게 그것이 다행인 나는
새마을운동이 저렇게는 안 되지
공장 건설도 저렇게는 안 되지
사랑의 남세스런 냄새를 처음 맡았던
대학 4년 때 베트남
'패망과 해방'이 겹치는 충격을 겪었던 나는
웬일인지 다시 군대 내무반 생활로 돌아와 있는
그게 지겹지만 운명인 듯 지겨움에 벌써 익숙해진
악몽을 꾸는 나는.
어쨌더나 그 세월 펼쳐진다 나무,
나무 사이로 첫눈 내리듯 논밭 펼쳐진다 공습의
흔적이 사람의 흔적으로 군데군데 묻어나느 하노이 외곽로
해체와 건설이 동시 진행되는 2차선 도로가 펼쳐진다
그럼. 그런 사소하고, 사소한 만큼 당연하지......
세월 펼쳐진다 '모종과 이중'의.



+



(반공교육 없는 70년대 같아. 냄새 숭한 빡빡머리 중고생 때
반공강연회에서 귀순간첩의 남파와 암약에서
드라마를 배운 나는
반공도 예술도 철저하지 못한
뒤늦게 그것이 다행인 나는
- 이 대목에서 웃었다. 흐흐흐)

내가 숫자 가득하고 천박한 우리의 6,70년대를 못 겪어서 그런가
아니면 딱 그만큼이 사소하고 일상인, 춥지 않은 베트남 첫눈의 '이전'을 못 봐서 그런가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