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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4 복잡한 세상에서 좌표잡기 (4)


내가 기꺼이 하는 취미활동이 많지 않은데,
그 중 하나가, 다음 아고라 - 즐보드 - 반려동물방,에 들어가서 동물들 사진을 보는 거다

그 훈훈하고 작은 게시판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법칙들과 다양한 관점들을 볼 수 있다
싸움도 난다
'동물한테 옷 입힐 시간 있으면 주변에 가난한 사람들이나 돌아봐라'
하는 종류의 사람들도 꼭 있지만,
동물을 무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도 싸운다

종종 반복되는 일 중 하난데,
한 사람이 여자고양이 불임수술을 시켰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랬더니, '사람의 잣대로 동물들이 고통받는 게 싫어요,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하는 답글이 붙었다
그러면, '그런 말 하는 분들은 동물 키워본 적 없죠? 특히 여아들은 불임수술이 얼마나 중요한데,' 하는 답답글이 따라온다
나도 잘 몰랐다면,
불임수술은 강아지 못짖게 하는 수술처럼 나쁜 거라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우리 봄이도 자궁축농증으로 눈을 감았다
나는 지금도 봄이를 생각하면 운다
봄이가 세상을 떠날 때 즈음 썼던 글은, 다시 보지도 못한다
강아지 불임수술을 반대했다거나 한 건 아니었고
그거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아무생각이 없었던 거였다
그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더라면, 일찍 불임수술을 해줬을 것이다
봄이에게 하염없이 미안하다

+

때로는 진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서 그 곳에 섰는데,
실은 알고보면 그건 '내가 잘못알았던 것'일 뿐 아니라
실제로 내가 서고 싶었던 위치도 아니고, 나답지도 않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어버릴 때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점점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딱 보니까 쓰레기 같았던 것도, 실은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고, 혹은 내가 해야하는 얘기일 때가 있다
어찌 그럴 듯 한데,
알고보면 쓰레기인 쪽이 더 무섭긴 하다

+

대신, 나에게 명확한 것은 난 편견일지라도 좋아하는 편이다
편견이어서 좋다
양쪽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애매모호하게 구는 건 질색이다
'개신교는 쉣이야', 라고 말했는데, '하지만 좋은 개신교도 얼마나 많은데.'라는 식의 얘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나는 '참 좋은 개신교도 많지만, 그래도 개신교는 쉣이야.'라고 말해야 한다
물론 앞뒤맥락이 있을 때의 얘기다

+

내가 어려서 배추흰나비를 잡으러 다녔던 배추밭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택시도 들어오지 않았던 동네에는, 신흥부유층을 대표하는, 이름만 대면 전국민이 다 아는 주상복합이 들어섰고
그런 변화를 겪던 어린시절에, 주변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동네에는 '구마을'이라는 데가 있었다
지금도 있다
말 그대로 '올드씨티'인 셈인데, '옆은 재개발이 돼서 고층아파트가 섰으나 여긴 아직 빌라와 다세대주택과 상가들이 있는 지역' 이라는 뜻인 거다
구마을과 아파트 단지의 차이는 없는 듯 있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구룡마을'이란 데도 있었다
지금도 있다
사람들이 등산을 하러가는 길목에서,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고 때로는 무관심하게 때로는 호기심에 돌아보는 동네였는데
'구룡마을에도 잘 보면 외제차 고급차가 득실하더라' 
라는, 완전 거짓말만은 아니지만 어조에는 악의가 있는 얘기도 있었다
같은 반에는 구룡마을에서 사는 아이들이 당연히 있기 마련이었다
그애들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그 중 아는 애들은,
조금은 꾀죄죄하고, 조금은 체격도 작았고,
게다가 운나쁘게도(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반에서 미운짓을 하던 애가 구룡마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럼 그렇지'
하고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아이들도 그 모든 상황에 어른스럽게 익숙해져있었던 거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라면을 끓여먹다 실수로 집에 불을 냈다는 소문이 났던 적도 있다
또, '그럼 그렇지'
하고 아이들은 다시 끄덕였다
우리를 그렇게 잔인하게 키운 것이 뭐였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최근 강남구청 앞을 지나면서
구룡마을 주민들이 공영개발을 반대하면서 당장 민영개발을 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는 걸 봤다
소복을 입고 꽹가리를 치고 더러는 드러누워 있었는데
시위치고는 다채로웠다
난 처음엔 욱,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곧 모든 게 헷갈려졌다
그러니까 공영이니 민영이니 하는 건 둘째치더라도
그 욱, 했던 게
어렸을 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잘못 찍었던 좌표 탓인지
아니면 커가면서, 나름 노력하고 생각하면서 찍는 중인 좌표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익숙한 이름과 주제에 아는 척을 하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어서였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광대가 전화를 했었다
포이동에서 큰 연기가 난다고 했다
이후, 눈으로 익숙해진 주변 인물들은 포이동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
나는 눈으로 그것들을 따라가고 있다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