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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0 탐, 붓기, 비경계...그 다음 (6)

문제는 일회성이 아니다
반복된다
그러니까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래서 오히려 조급한 마음이 줄어들었다
이 한번의 노력, 지금의 의지, 현재의 변화가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순환의 고리가 보일까
그때 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

내 문제의 시작은 '탐'이다
말초적인 욕구, 갈구, 탐욕인데
여기엔 지속성이나 발전성이 없다
TV를 멍하니 보는 것, 예쁜 것을 사모으는 것, 술 담배, 입맛에 맞는 걸 먹는 것 등등이 한순간 주는 쾌감 같은 거다
탐에는 자제력이 없다
뜨거운 커피를 다 마시는 데도 30분이면 충분하고, 30분 후에는 또다른 자극과 쾌감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니까 반석이 되는 어떤 것에 대한 욕구,
그것을 딛고 그 다음 단계로 나가거나 최소한 지속되는 만족감으로 다른 일로 돌아설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욕구가 아닌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일회적인 감각을 만족시키는 어떤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그런 종류의 욕구다

+

그래서 그 '탐'의 결과 온갖 것들이 부어오른다
쾌락은 순간적이지만 그 부수물은 쌓이기 때문이다
살이 찌고, 폐에 찌꺼기가 차오르고, 간에 독이 쌓이고
삶의 반경이 흐트러지고, 시간 개념은 순간의 연속이기 때문에 끝이 없게 된다
분노는 계기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로,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인성과 삶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부어오른다
붓기로 하염없이 불어난 모든 것들은
본디 가지고 있었던 윤곽선을 잃기 마련이다
팽창한 것들은 형태가 무너지고, 형태가 무너지면 경계의 존재가 모호해지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경계에 대한 무개념,
그러니까 사물이나 사건을 규정짓고 구분하고 위치짓는 것에 대한 오래된 공포나 막연함도 결국,
이러한 붓기에서 나온 것일거다

+

탐을 멈추려는 의지나,
붓기를 달래려는 노력이나,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경계에 대해 부정을 해왔던 머리아픈 싸움들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 별 변화를 낳지 못하고 그 자체로 반복되고 있다
나는 끊임없이 탐하고, 부정하고,
탐하고 부어오르고, 부어오르며 노력하고,
노력하면서 인식하려고 하고,
인식하면서도 탐한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 지도 실은 한참됐다
그 역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사람들은
순간 배가 너무 고파서, 이뤄야할 하나의 목표가 있어서, 혹은 원래 그래먹은 인간들이라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순환의 고리에서 의지가 무력하다는 것을 알아버려서일 것이다
붓다의 위대함도 미륵불이나 극락에 있는 게 아닐 것이고.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은 불합리가 아니라 무의미,라고
어떤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거기에 크게 공감한 좋은 지인이 해준 적이 있다
목적이 없는 반복에 지치는 것은
내가 현대를 살아가는 정상적인 현대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그게 더 무서운 게 맞는 걸까
나는 돌을 굴려대는 시지프스에게서 아무런 감동도,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인간승리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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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무한반복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혹은 바꿀 것인가, 가 내 문제다
거기에 사소한 문제가 부록처럼 따라오는데,
말하자면 내 삶의 자취와 내 움직임의 모든 것이, 심지어 손가락 하나의 자태마저,
그러한 반복에 맞게 사후 프로그램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사람들은 심한 길치인 나에게 '길을 자주 잃어버리겠네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나는 길을 잃은 적이 별로 없다
'길을 잃는다'라는 개념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길치, 라는 게 출발점이면, 길치들에게는 거기에 맞도록 개념 또한 프로그램된다
나의 자태는 저 탐-붓기 팽창-비경계, 의 악순환에 최적화되어 있다
자그마치 30여년동안.

그러니까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들여다볼 것인가

빼먹을 뻔 한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인식한다'라는 건 죄책감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인식하지 못하면 때론 문제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인식하는 순간, 그건 마치 저 꽃이 내게 와 꽃이 되듯, 그렇게 문제가 되어버린다
죄책감은 기운을 소진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의지를 쥐어짜낼 힘도 없다, 귀찮다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