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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9 우리 부모님과 엄마의 갈비뼈와 착한 요정 (4)


엄마 아빠는 요즘 자전거를 타신다
살래살래 타는 게 아니라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양평이나 철원 같은 데를 팔구십 킬로씩 뛰고 오신다
과천이나 분당은 뭐랄까,
냉면 한그릇 먹으러 가볍게 갔다오는 정도

자전거 타는 데도 뭔가 요령과 규칙이 있다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음이 불편할 때는 자전거를 타서는 안된다'
는 거고, 또 하나가
'장애물을 만나면 반드시 직각으로 넘어갈 것'
이라고 한다

최근 엄마한테 당신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할 일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냐면, 뉴스에도 보도된 사건과 관련이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마음을 풀려고 아빠랑 자전거를 타고 분당을 갔던 거다
그리고 길에 작은 호스가 늘어져 있었던 거고
그걸 직각으로 넘지 못하고 비스듬히 미끄러졌던 거고
호스와 함께 밀려가면서 핸들이 180도 돌아갔고, 엄마 가슴을 쳤다

그래서 분당으로 가던 하천 공원길에서
아빠랑 다친 엄마는 도란도란 상의를 하신거다

- 119를 부를까
- 정신도 멀쩡하고 피도 안나는데 뭘. 그냥 슬슬 올라가보지 뭐
- 하긴 이런 일로 119를 부르기도 좀 그러네. 그럼, 나는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올까
- 그럼, 아빠가 자전거를 위에다 올려놓으면 난 길가에 가만히 앉아 있을께
- 그럼, 혹 택시가 올지도 모르니 여기 삼만원.
- 그럼 잘 다녀오세요

그렇게 착하고 합리적인 대화 끝에
아빠는 자전거를 도로 타고 차를 가지러 집으로 가시고
엄마는 길가에 오도카니 앉아계셨던 거다

(얘기를 듣다가 나는 속이 터졌다... 젠장!! 119를 부르란 말이야!! 119!! 119!!)

나조차 보기 답답한 그 자태를 부처님 하느님 알라님이 보시고
차도 안다니는 모중학교 뒤 그 골목 하천가에
착한 택시 기사분을 보내주셨다
그 아저씨는,
1. 엄마를 위해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싣고 엄마를 태우고
2. 차를 서울 우리가족 단골병원인 세브란스병원까지 살살 몰아주셨고
3. 심지어 미터기에 나온 요금만 받으시려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갈비뼈 3개가 골절이었다
팔은 인대가 뒤틀렸는지
엑스레이를 찍다가 통증으로 졸도를 하셨다
엄마가 눈이 천천히 뒤집히면서 정신줄을 놓더라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는 분명 많이 놀라셨던 거다

나는 어찌나 착하고 합리적이면 119를 부를 줄도 모르는 우리 부모님이,
아빠는 안좋은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사하셨다는 것과
엄마는 움직이고 돌아다니고 앉아있고 택시를 타고 오는 도중에 부러진 갈비뼈가 다른 장기를 건드리지 않은 것과
경기-서울 따블을 불러도 잘 안가는 요즘엔 착한 택시아저씨가 요정처럼 등장해서 엄마를 구해준 것이
진실로 감사했다

엄마는 오른팔이나 다리가 멀쩡하셔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씻을 수도 있고
다만 기침할 때만 힘들어하신다
나는 본가에 가서 내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고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처음에는 너무 우울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가만히 엄마 옆에 딱 붙어앉아 있었다
아빠는 동네 상가에서 뼛국을 사가지고 오셨고
저녁에는 친구분들이랑 민어회를 드시고 오셔서, 피부에 밤나무 가지가 좋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우리는 언제 한번 경동시장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완전 사랑스런 우리 엄마 아빠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