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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꽃저녁

바그다드

GOM GOM LOVER 2009. 12. 9. 03:31

바그다드는
이야기의 도시입니다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신비롭고 아련하고 빠져드는 이야기들이 넘쳐났지요

사람들은
허풍이 심하고 많이 웃어요







여기는 바그다드의 찻집입니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에요
저 차이라는 건,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펄펄 끓이면서 차이를 웅큼씩 집어넣고
그렇게 다 끓은 차이를 사분의 삼 설탕을 채운 이스티칸, 이라는 작은 찻잔에 넘치게 부어주는 겁니다
놀러가면 집에서도 나오고, 길거리에서는 리어까에서 팔고, 남자들만 갈 수 있는 다방같은 찻집도 있고,
또 저렇게 작은 점포식 찻집도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어딜가든 항상 차이를 마시게 되는 셈이죠
아니 차이와 사분의 삼 설탕을.













리어까에서 파는 물고기입니다
바그다드에는 디질래 강이 흘러요. 유프라테슨지 티그리슨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아랍어로 들으면 디질래처럼 들리는 강이죠
꽤 넓어요
짜잔한 파리의...무슨 강이더라...하여튼 그 강하곤 다르게
넓고 힘찬 강이에요
강변에는 커다란 물고기를 반으로 쩍 갈라서 소금만 치고 구워내는 물고기 요리집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아주 맛있어요
특히 기름이 자글자글 흐르는 내장 요리는 최고죠
이 물고기들은 아마 그 강에서 잡았나봐요
전쟁 직후에는 그 강에 시체가 둥둥 떠 다녔다는 사실같기도 하고 거짓말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아, 기억났다
한국에서 용감한 아저씨들이 한짐 장비들을 챙겨서 바그다드에 왔었죠
디질래 강에서 시체 건지는 일을 하겠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진 걸 보아, 일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었나봐요














이라크에 사는 친구, 살람아저씨라고 합니다
어느정도로 친하냐 하면,
인간관계에서 극도로 수줍음을 타는 제가 차마 이러저러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아저씨가 이라크에 있는 동안은 일절 연락을 안하는 걸 다 이해하는 사이죠
대신 살람 아저씨가 한국에 오면
나는 뛰어가서 안기곤 했는데...
말이 쉽지, 안경도 삐뚤어지고 아저씨 팔힘이 쎄서 안긴다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살람아저씨는 식구가 많아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막내가 여덟째인가...아흐마드라고, 이제 아마 걸어다닐겁니다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첫째인데, 도하라고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예쁘기까지 해요

살람아저씨 보고 싶은데
또 언제 한국에 오려나 모르겠어요

















아, 그리고
오늘 또
바그다드 근방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고 하네요
백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대요
이제 웬만한 숫자에는 별 감흥도 없잖아요
거진 한두 달만에 백 명인 것 같은데......



.......
근데
난 바그다드에 친구가 있어요
그 백 명 중 한 명이 내 친구일 수도 있어요
내 친구의 친구일 지도 모르죠
동네 이름을 확인해봤는데, 아마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