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5.12 공동생활의 폐해 (3)

공동생활의 폐해

2011. 5. 12. 07:42 from 공간/서울


지인들이 해방촌으로 이사를 갔다
원래 살던 사람들은 일종의 공동생활을 했는데
나는 지나가면서 흘끗, 살짝만 봤을 뿐이지만
집을 얼마나 개판으로 썼는지,
엉망진창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냉동식품들까지 싸들고
원래 좋아하던 402번 버스를 타고 남산에 도착했더니
지인1은 경사진 골목에다 장판을 깔아놓고 물과 세제로 뻑뻑 닦고 있는 중이었고,
지인2는 똥이 묻은 변기가 있는 화장실을 우엑우엑하면서 다 닦았고,
지인들의 친구인, 친절한사람1은 창틀을 떼고 사방에 물청소를 했다

나도 커다란 쓰레기봉투 두 개에다가
젖어서 축축한 드랙용 복장, 깨진 형광등, 찢어진 영화 포스터, 곤봉, 휴지더미,
썩은 콜라, 썩은 상자, 썩은 비닐, 썩은 나무토막, 썩은 화분,
등등을 집어넣어봤는데,
쓰레기봉투 두 개가 꽉 찼지만 전혀 치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공동생활이라는 거였기 때문에
누가 이 지경에 책임을 져야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는 거다
이 공동생활을 운영하는 사람? 아니면 거기에 마지막으로 살던 사람? 아니면 그곳을 스쳐갔던 에브리바디?
지인1은,
- 몸으로 때우는 거면 하겠는데, 돈드는 커다란 쓰레기들이 있어요. 그건 치워주면 좋겠는데.
하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많이 도와주지도 못해서 얌전히 있었지만, 속으로는 무럭무럭 화가 자라났다

요즘에는 성당에를 나가기 때문에 기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정다운 지인들에게 복이 내리길 기도했다






Posted by GOM GOM LOVER 트랙백 0 : 댓글 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05.12 07:49 신고

    - 집들이 선물을 보탤게, 뭐가 필요해?
    하고 묻자 지인들은,
    -대문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imaginer BlogIcon 2011.05.16 07:15

    저도 얼마전에 해방촌에서 묵을 일이 있었는데,
    하루 묵는 거야 괜찮았지만,
    거기서 계속 사는 걸 상상해보니 썩 내키진 않더라구요..

    여럿이 모여있다 보면 쳥결(?)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서,
    충돌을 피하려다 보면 대개 그 기준이 하향평준화되는 거 같아요.

    사실 지금 몇 친구와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데, 딱히 규칙을 정해놓고 살지 않으니,
    집 상태가...음...... 개판까진 아니어도 가관이에요.
    같이 산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동거인들이 모두 모여서 한 대청소는 여지껏 딱 한 번 이었으니까요..
    같이 살면서 서로 사생활을 보장하고 받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구요..
    이렇게 살다 보니 공동체라는 건 규약 없이 각자의 자발성에 맡기는 게 아니라, 함께 규약을 만들고 그 규약을 자발적으로 따르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고민을 해요..

    그래도 큰 갈등 없이 지금껏 살아낸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구요. 하하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05.17 05:45 신고

      쉽지 않은 일에 그나마 있을 수 있는 최상의 상황을 누리고 계신 거 같아요..ㅎㅎ :)

      하신 말씀에 다시 한번 동감하면서...
      그놈의 자발성과 함께 쓰레기더미만 남아있는 지인들의 새집을 위해 묵념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