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606 낯선이의박하사탕 김하운 09/05 19 자리도 많은데 홀홀 할머니는 굳이 내 옆에 앉았다 기사양반이 맘에 들었나... 툭툭치는 할머니 돌아보니 은근히 웃으며 조잡스런 투명비닐에 덮힌 박하사탕을 내미신다 시청에 다 와갈무렵 내릴 준비를 하느라 빈 자리로 옮겨 앉았더니 기다리기나 한 듯 절편떡을 빼무는 홀홀 할머니 조잡한 투명 비닐에 덮힌 박하사탕은 절편 떡에 대한 할머니의 나름대로의 댓가가 아니었을까 아닌 게 아니었을까 아니었을까 그런 고민이 들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510 이태원비오는밤 김하운 08/29 33 스파에 갔다 끼를 부리던 언니는 누군가의 어깨를 휘감고 우울해했다 마지막 한가지 춤을 추고 쇼가 있었다 카리스마를 가졌고 말투는 천박했다 가슴팍에는 파란 지폐 이태원은 방값이 비싸다 작은 방에 침대도 있고 네명이 오그리고 잔다 텔레비전 소리는 그냥 배경이었다 신경이 곤두설 줄 알았는데 역시 무감했다 비가 왔지만 너무 더워서 문은 열어두고 잤다 새벽이 되면 개새끼도 짖어대고 옆방 아가씨들이 앙칼진 목소리로 서로를 불러댄다
No. 1096 김하운 등록일자: 2000/08/09 14:54 조회수: 34 새벽,지인과의 조우 새벽에 홍대앞에서 옛 지인을 만나 살살 술을 마셨다 내겐 벽밖에 남은 게 없다고 조용조용 그러나 단호했던 모모씨의 말로 깨달음을 얻고 이제는 어떤 말을 할 때 말하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었다 그리고, 새벽에 만난 지인앞에서 또는 알지 못할 사람들에게 이불과 선풍기와 담배 타령을 할 때 또는 봄이년이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며 내게 뽀뽀를 할 때 모모씨의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 새삼새삼 만족스럽게 알아차렸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더라도 나에게도 해당한다 아, 그러니까 만족스러운 웃음
No. 429 김하운(♀) 등록일: 2000/6/07 (수) AM 0:03 조회수: 1 바다로간다 내 친구의 친구는 물에 빠져 죽었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얘기다 작년에는 견디다 못해 허위허위 인천에 갔었는데 어설픈 관광업소들과 콘크리트 똥벽에 인천 똥물에 득시글한 원조교제 아저씨들때문에 등골에 마비가 오는 듯 했다 올해 들어와서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크게 내시는 엄마를 뒤로하고 밤에 바다에 갔는데 밤길을 차를 타고 가는 기분은 그 날 처음 본 등대만큼 좋았다 1학기 끝나자 학교 때려치우고 부산으로 내려간, 불안정한 인간이랑 부산 밤바다 소주 한 병에 부산 오뎅 근데 지금 두려운 건 돌아오고 싶다는 거 어디를 가던 결국 변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나 원하는 대로 나를 이끄는 게 힘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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