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낯선 세상을 만나서, 질문이 생겼다 평화바닥과는 2003년에 요르단에서 만났다. 이라크에 가는 길목이었다. 당시 반전평화팀으로 요르단과 이라크에 있었던 사람들이나, 지원연대로 한국에 있었던 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 탄생한 것이 평화바닥이다. 나는 당시 순전히 ‘참 논리에 맞지 않는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는 구나’ 라는 논리적 생각을하던 끝에, ‘왜 말도 안 되는, 게다가 유치하게 뻔히 보이는 괴상한 이유로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고 난리야’ 라는 감정이 앞서게 되는 바람에, 화를 풀러 이라크에 가는 길이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메탈리카, 검은색, 곰, 회색곰, 북극곰, 갈색곰 등등이라고 대답하고, 무엇을 싫어하냐고 물어보면, 바퀴벌레, 빨간색, 굴, 굴국밥, 굴전, 굴무침, ..
다니면서 이야기를 만난다 1. 체크포인트와 벽. 몇 년 전 비행기를 타러 요르단 국경을 넘어 텔아비브에 왔었다 바다, 호텔들, 해변을 뛰어다니는 커다란 강아지, 비키니를 입고 거리를 걸어다니는 멋진 아가씨들과 청년들, 소매 없는 옷에 팔에는 문신이 있던 우유가게 아줌마.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가 한국에서 그나마 몇 번 읽었던 글들에는 높이가 팔미터나 되고 사람의 생활과 숨통을 한꺼번에 끊어버릴 것 같다는 분리장벽이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면 이 광경이 끝이 나고 모욕적인 체크포인트와 공상과학 영화의 암울한 미래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분리장벽들이 있다는 건지 도무지 공간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스쳐가는 칼란디아 검문소 앞에서 그 벽을 보았다 그냥 차를 타며 지나가는 광경이었다 밤이었고, 사람들은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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