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려있고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불이 꺼져있어서 어둑한 곳에는, 집약된 기운들이 덩어리가 되어 쌓여있어서 고민없이 성큼 들어가면 안된다 그런 염들은 간절하지는 않지만 짙고 무거워서 숨을 쉴 때 들이키면 중독이 되고 만다 술이나 감기약이나 커피 같은 거에 취하면 감정을 지탱해주던 기둥이 사라진다 기둥과 함께 집이 무너지면 남아있는 것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장마였다 얼굴에 머리에 팔에 떨어지는 비가 시원하고 시원해서 그냥 걸었다 눈을 가렸지만 봤던 이미지가 없던 것이 되지는 않았다 해가 떴는데 아침같지가 않았다 하루만 여기, 이 모텔에 틀어박혀서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침대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모텔에는 침대가 꼭 있어야 한다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면 좋..
왜 그를 따라가지 않았냐고 그 아가씨가 슬픈 표정으로 물었다 - 모르겠어. 어쩔 수가 없었어 어쩔 수가 없는 일은 세상에 없다고, 아가씨는 화를 냈다 - '따라가는' 게 아니었어. 처음에 우린 그렇지 않았어. 손을 잡고 같이 가는 거였어. 그냥 무작정 춘천에, 목포에, 도갑사에, 부산대학교에, 무슨무슨 기차역에, 아무데나 있는 건물들에 갔던거였어. 하지만 서울에 돌아왔더니 모든 것이 달라졌지. 서울은 모든 걸 다 바꿔놔. 그가 뒤돌아서 가기 시작했을 때는, 따라가야 했던 게 맞아. 그런데 그래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를 몰랐어. 그래서 따라가지 않았어. 어쩔 수 없었어. 아가씨가 자기 얘기를 해줬다 나는 밤새도록 펑펑 울었다
몸과 사랑에게 자유를. 마음껏 불타는 밤을 즐겨보세요 홍콩행 익스프레스에 탑승한 우리에겐 콘돔과 피임약이 있으니까. 대신 질외사정이나 주기 조절 따위의 개소리는 절대 금지 그리고 착각하지 마시길, 순결주의자와 불감증자와 무성애자들에게도 똑같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잊는다면, 그런 러브러브는 곧장 쓸데없는 우월감에 찬 파시즘이 될테니 가열찬 현대판 신여성들의 옷을 벗게하는 데는 이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고 한다 - 옷을 벗지 않으려는 걸 보니, 당신은 순결주의자인 모양이군. 최신 지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만큼은 용납이 안됐던 아가씨들은 자발적으로 옷을 벗었고 이 상황이 성폭력 사건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입조차 자발적으로 다물었다고 전해진다 그게 소위 명문대학이었나 운동판이었나 구십년대였나 이십일세기였나,..
여기서 멈춰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팥죽송 시작은 이었을 것이다 박탈감에서 비롯된, 그래서 책임감을 잃어버린 욕망. 그걸 채우려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던 건데 그게 어느새 관성을 가졌다 그래서 그걸 멈추려고 모든 것을 떠나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는데 매순간, 찰나의 순간, 선택의 순간들마다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나는 같은 선택을 했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태도를 보이고, 같은 시선을 주고받고, 그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만들었고 그래서 다시 관성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그러다 또다시 모든 것을 떠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었다 순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못보는 것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전체라는 걸 볼 줄 모른다 그래서 왜 자꾸 쳇바퀴를 돌게 되는지 해외관광을 떠나서 골목 사이에서 길..
안녕, 안녕, 오랜만이에요 그래 내 친구, 내 동지, 내 형제, 내 사랑 오랜만이야 물어보기 전에 미리 얘기하자면, 나는 하루의 반은 착한 학생으로 지내고 있고 나머지 반엔 술에 취해있어 말하자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인데. 그래서, 어떻게 지내? 나는 세상이 변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을 만났었어요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였지만 그들 중 하나는 아니었죠 그리고 이번에 나도 그들 중 한명이 되기로 했어요 또,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그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란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랑에 빠졌죠 많은 일들이 있었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그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사방팔방에 있죠 그렇군 해보고 그럴듯하면 나에게도 말해줘 나도 해보게 아뇨, 그럴듯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신건강에..
- Total
- Today
- Yesterday
- eagle shark
- 사브린
- Can You Please Look at the Camera
- 아랍 음악
- 파이루즈
- 복잡한지점들
- 무서운살사
- 마흐무드 다르위시
- 에코앤더버니멘
- 팔레스타인여행
- 시리아 연극
- 두개의 선
- 길바닥평화행동
- 여행
- 노래노래
- syrian play
- 일상
- TED
- 푼돈들
- 도서관나무
- 마르셀 칼리페
- 찾아가는책
- 프린지
- Walking Books Flying Books
- 림반나
- 멋쟁이
- 관심의중요성
- 팔레스타인비폭력저항
-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 Julia Bacha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