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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동물원

보면 안되는 것들

GOM GOM LOVER 2010. 6. 29. 15:02



문이 열려있고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불이 꺼져있어서 어둑한 곳에는,
집약된 기운들이 덩어리가 되어 쌓여있어서
고민없이 성큼 들어가면 안된다
그런 염들은
간절하지는 않지만 짙고 무거워서
숨을 쉴 때 들이키면 중독이 되고 만다

술이나 감기약이나 커피 같은 거에 취하면
감정을 지탱해주던 기둥이 사라진다
기둥과 함께 집이 무너지면
남아있는 것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장마였다

얼굴에 머리에 팔에 떨어지는 비가 시원하고 시원해서
그냥 걸었다
눈을 가렸지만 봤던 이미지가 없던 것이 되지는 않았다
해가 떴는데 아침같지가 않았다

하루만 여기, 이 모텔에 틀어박혀서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침대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모텔에는 침대가 꼭 있어야 한다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면 좋을텐데
심지어 시간이 아깝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다만 좀 쉬고 싶었다

음악이 나오고 불이 꺼져있는 곳에는
함부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난 발을 얼만큼이나 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