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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가 좋다
우리말과, 우리 땅이 좋다



영어로 아무리 애써봐야
드러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숨을 쉬듯, 말하는 데는 끊어가는 흐름이 있는데
그게 우리말로만 표현이 된다
그리고 그 미묘한 단어들의 뉘앙스
만족스러운 단어들을 만족스럽게 조합하여
만족스러운 덩어리로 끊어가며 말하는 것은
우리말로만 가능하다

                                                             출처: 그 이름도 한국적인 한스타일 www.han-style.com






서울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람과 차와 소음이 너무 많아서이고,
실제로는 이 넓은 서울에 아는 곳도 많고 내 시간이 서린 곳도 많고
난 여기서 나고 자라서
여기저기 스며놓은 것이 많다

나는 광경보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쪽이라서
사람과 사건의 연결고리가 없는, 막연한 해외여행에는 아예 흥미를 못느낀다
무함마드 조하를 만나기 전까지
프랑스 파리는 나한테 심지어 강남역 골목들보다도 더 감흥이 없었다

풍경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경치를 보러다니는 여행은 기억에 오래남지 못한다
하지만 그 차를 타고 그 음악들을 들으며
으레 휴게소에서 한그릇 먹는 우동과 길을 상의하는 부모님의 조곤조곤한 대화,
기차간에서 쳤던 기타, 지인과 같이 들었던 노래,
이런 것들이 풍경에 붙으면

거기선 새로운 내음이 난다









애국심..
우연찮게 태어난 한국에 거대한 이름을 애써 붙여줄 생각도 없고,
마침 그렇게 태어난 나라와 '민족'이
다른 나라들과 '민족들'보다 뛰어나다거나, 빛나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첫 숨을 쉬었던 이 땅의 기운,
내가 반복해서 먹었던 이 땅의 살아있는 것들,
만나고 겪으면서 몸 속에 스며든
그것들이 '나'이기 때문에 감사한 부분이 있다

중학생 땐가
어느날 가을에 문득,
우리 나라에 사계절이 있다는 사실이 교과서 글귀가 아니라 생생한 인식으로 다가오면서
눈물나게 감동했었다



묵은지의 참맛은
그게 유산균이 바글바글한 잠재적 백신기능을 가진 별미라는 게 아니라
김과 함께 의연히 식탁에 오를 수 있는 일상이라는 데 있다

그런 거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에 있는 한 산이다
이스라엘은 이 산을 깎아서 그 위에 불법 정착촌을 세웠다
이 사진을 보고 어느 누구도
이 산과 연결된 끈을 쥐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생생한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자료화면이 아니라
그 동안 이고 왔던 존재의 무게감을 한 켠 잘라내는
그런 것일테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됐다

다만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몇몇 이름들만이 돌고 있고
납득할 만한 절차도, 이유도, 결과도 없는

삽질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에 손을 대면서
무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이렇게 미칠 것 같은 것도
내가 이 땅과 연결된 끈을 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 의견들이 충분히 합리적이지 못해
이 '사업'이 시작된 거였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이 세상이 돌아가는 꼴이 뭔지가 의심스러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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