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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까만색 좋아해요? 나도 좋아하는데!"
라는 종류의 공감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건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과 소망이 깊지 않은 나의 불찰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아직은 미약하나마 나를 중심으로 어떤 토양이 생기고
거기서 돋아난 말투나 자태에는
그동안 내 속에 들어온 어떤 사람, 어떤 문화, 어떤 시간이 자리잡고 있어서,
비슷한 시대, 비슷한 취향,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면
역시 겹치는 말투와 자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러한 사람을 만나면 그런 우연의 일치들을 즐거워할 줄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거기에
조금은 개연성이 없는 우연의 일치가 강하게 느껴지면
재미는 두 배가 된다
+
십년전에 우연히 가입한 어떤 카페에는
그 카페를 혼자 노는 곳으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열었던 한 아가씨와
우연히 굴러들어가서 눌러앉은 나, 이렇게 두 명이서
아직도 가끔 들락거리면서
혼잣말을 서로한테 하는 듯 하면서 지낸다
나는 <삼백번>이란 단어를 자주 쓰는데,
어느날 그 아가씨가 그런말을 한 적이 있다
이상한 우연, 동선의 겹침, 마치 자기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는 듯한 이상야릇한 느낌.
그러니까 말하자면 <삼백>이란 단어는
그 아가씨도 즐겨쓰던 단어였던 것이다
<삼백>도 그런데
하물며 그게 <사십삼>이라든가 <이천칠백삼>이었으면
얼마나 놀라서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될까
그 후로 <삼백>대신에 <백>을 쓰려고 노력했었는데
의식적이어서 그런지 잘 안됐다
+
나는 길가다가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어떤 때는 맥주한 병을 건네받은 기억만이 그 사람의 전부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전부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그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고 그래서 실망할 겨를도 없다
더 알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나에게 그는 곧, 길에서 받은 맥주 한병이며
그 순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기억력이 나쁜 내가 이토록 오래 기억을 하는 것을 보면
살면서 의미있는 게 뭐 대단한 걸까
즐거우면 되는거지
나는 동물원이 좋다
비가 오면 동물원에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막상 가면 슬프지 않고 기분이 찝찝하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동물원>은 점점 더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갔다
내가 가고 싶은 곳
비가 오면 가고 싶은 곳
무언가 있을 거 같은 곳, 재밌는 곳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다는 걸 몰랐는데
참 좋다
:)
참 좋네요
http://blog.jaigurudevaom.net/378 < 동물원 노래 여기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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