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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 있을 때
대학원 사무실에서 일한 적이 있다
출석체크 하는 일을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대학원 선배 중에
내가 '누나'라고 부르는 선배가 있었다
누나는 편견이 없었다
마냥 철없던 나에게도
별 탈 없이 그렇게 대했다
누나에게는 잘 안보이는 무게감이 있어서
왔다갔다 하는 내 동선을 잡는 힘이 있었다
난 누나 앞에서는
뭘 해야할 지 몰랐다
주눅이 드는 것과 같진 않지만 비슷한 그런 거다
어느날 내가
'제주도 여행 가자'
라고 했더니
'응'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우린 제주도로 떠났다
묘한 일상들...
묘한 빛깔들...
묘한 암시들...
묘한 건물들...
이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나는 게 없다
뭘 타고 제주도까지 갔는지도 모르겠다
기억나는 건,
사진을 공부하던 선배가 엄청 많은 사진을 찍었다는 것과
온통 이상했던 색깔들의 이미지다
그리고 이건
내가 제일 좋아했던 사진이다
심지어 모텔에 비추는 햇빛도 묘한.
2002년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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