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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채식을 시작했다
그 때는 육식은 일체 하지 않고, 달걀이나 달걀이 들어간 빵, 마요네즈, 라면 등도 먹지 않았다
해보고 나서 느낀 건데
우리 나라는 채식을 하기엔 전혀 편리하지 않은 나라라서
건강은 좋아졌지만 삶이 피폐해졌다
나이가 훨씬 들고나서 다시 채식을 시작했을 때는
물고기와 달걀을 먹기로 했다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는 생각보다
조금이라도 실현 가능한 생활을 하고 싶었던 거다
물고기라도 먹으면
그나마 외식도 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도 덜 힘들어졌다
게다가 난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해서
남에게 백프로 의존하는 식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물고기는 뭐랄까
식습관 범위 안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인 셈이다
동영상을 찾으려고 뒤지던 폴더에서 발견한 물고기들
난 물고기가 좋다
맛있다
회나 초밥, 매운탕은 물론 좋고
해산물을 다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예외가 있는데
굴, 이다
굴이 들어간 모든 것을 다 먹지 못하고 냄새도 못맡는다
아직 일년도 안 지난 이야기인데,
일하는 곳에서 예외적으로 동료들과 상당히 가까워졌다
노량진이 멀지 않아서
일이 좀 일찍 끝나는 날에
종종 노량진에 가서 우럭과 광어, 때로는 숭어나 방어를 골라
회를 떠서 먹고 그랬다
공간으로 맺어진 좋은 인연은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벗어나면서 예키지 않게 수그러들었고
인간관계에 대한 내 고집만 확고해져갔지만,
노량진에서 물고기를 먹고 다녔던 동선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싸고 맛좋은 물고기를 먹겠다고 바닷가로 가면
십중팔구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미원이 잔뜩 들어간 매운탕이나 먹게 될 것이고,
내 경험 범위 안에서는
아직까지 노량진 수산물 시장이 가장 맛있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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