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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서울

서른 한 살, 새 직장, 새 집

GOM GOM LOVER 2010. 1. 14. 11:16
매고 다니는 가방이 무거워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땅을 보면서 걷는 편인데
어젯밤 퇴근 길에는 너무 추워서 문득 고개를 들었다

새로 이사간 집으로 가는 길에는
시장이 있고
그동안에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만 바빠서 몰랐는데
돌아보니 눈에 들어오는 문닫은 점포들이 갑자기 낯익었다

지금 살고 있는게
나중에 떠오를 때면 어떤 내음과 이미지들과 느낌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을,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바람에 그걸 하마터면 놓칠뻔 한 것 같아서
마침 그 날, 추워서 고개를 들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이사간 집은
계단 밖에 있는 대문이 대박이다




직장이 숨막혀서 죽을 것 같았고
하지만 사람들이 다 좋아서 딱히 탓할 곳도 없었고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 걷는 것조차 어색했었는데,
마음이 가는 한 사람 덕분에 갑자기 모든 것이 안정됐다

이론군의 말이 맞다
결국 광경에도 감흥이 없고, 맛이나 소리도 잘 구분하지 못하고, 기억력도 없는 나같은 사람한테는
어떤 의미 있는 사람만이 그 외의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전화비가 8만원이 나왔다
난 전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게다가 전화를 많이 쓴 것도 아닌데.
뭔가 이상하고 기운이 없다
술값은 그다지 아깝지 않은데, 전화비는 아깝다
게다가 난 쓰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전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