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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뜨개질

GOM GOM LOVER 2025. 7. 18. 04:54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 #kpopdemonhunters #KPDH

아래는 내가 2013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그리고 케데헌을 보면서 너무도 공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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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뜨개질]

...그래서 나는
보자기 같은 게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개새끼로 태어난 걸 어쩌란 말이야, 뭘 해도 일센치 씩 어긋나는 걸...

그런데 그 와중에 보자기 같은 것도 있는 거다.
길어서 잘리고 짧아서 남겨진, 그냥 모자란 것들이 모여서 된 예쁜 것.
뭔가 어긋난 넝마들을 가지고서
또 그 본질을 속이지 않고서도 만들 수 있는
예쁘고 쓸모있는 것.

타고난 교만이나 가식이나 분노를 눌러주는
별 거 아닌 일상적인 면역체가 있다.

예를 들어, 길에서 지나가는 타인과 어깨가 좀 닿았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쌓아 온 자신의 분노를 쏟아내는 개새끼한테는,
누군가 비슷한 상황에서 웃으면서 '아 미안해요' 하고 가볍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을 겪는 경험이
목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자극이 일상적으로 반복 되면,
교만이나 가식이나 분노같은 단단한 성질일지라도
뭔가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다른 모양새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러한 한 땀 한 땀을
우연한 상황 속에서 만나길 기대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게 삶 속 자신의 바로 옆에서 습관처럼 주어질 수 있다면

그건 일종의 뜨개질이 된다.
말하자면, 존재론적 보자기를 만드는
일상적인 뜨개질인 거다.

나는 좋은 것들을 주변에 많이 가지고 있구나.
가족들,
내가 변화해가도록 옆에 있어준 사람들,
노래와 책들,
그 모든 경험들.
그게 나를, 우리를, 모두를 만들어 간다.

우주가 하는 미묘한 뜨개질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