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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서울

이상한 날

GOM GOM LOVER 2010. 1. 31. 14:36

뭔가 발밑에 턱, 하고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장을 사고 화장도 했다
어떤 옷은 출근을 한 후에조차도 조용히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도
이젠 감을 익혔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이유인 것 같아서
고기를 먹기 시작한 지도 두 달째다
물고기와 닭튀김을 선택해야 되는 순간이 오면
굳이 닭튀김을 선택했다

옆자리에 앉는 아주 멋진 아가씨의 자태를 보고 배우려고
관찰하면서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그런다는 것을 한달만에 모두가 눈치챘다
아니면 내가 먼저 말을 해버렸던가




그러면 나아질 줄 알았다

아니, 나아지는 게 아니라 좀 달라질 줄 알았다



그렇게나 애를 쓰던 것이 나의 불찰로 다 소용없어지고
결국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눈길과 미소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나는 외로웠지만 왠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길들였다는 얘기를 이론군이 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어젯밤에는 삼백년만에 조커레드에 갔었다
스크류드라이버 서른잔을 먹고,
아니, 소주에 오렌지 주스를 섞은 것은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니 됐고,
뽕을 잔뜩 넣은 브라에 홀터넥을 입고,
아니, 집에서 홀터넥을 입을 때도 어차피 뽕은 잔뜩 넣어야 하니까 그것도 됐고,

아, 맞다 좋은 음악이 있었다
너무 좋아하는 옛날음악들을 들으면서 춤을 췄다
뭐라더라,
아주 좋은 전자음악

그리고 좋은 지인과 함께 있었다
생각하면 이루어지는 바람에 쇄골뼈 근처에 칼자국같은 화상흉터가 생겨버린 아가씨인데
그 기운이 너무 강한 바람에
나까지도 영향을 받아버렸다


이상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