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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김하운 (22lover@hanmail.net)
2000/10/3(화) 22:15 (MSIE5.0,Windows98;DigExt) 211.178.110.252 1024x768
새벽대구기행
문득 마음을 먹고
밤에 대구행 버스를 탔다
새벽 세시에 모모군은 버스 내리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더 이상 길거리에서 잘 수 있는 날씨가 아니다
또 길거리에서 잘만한 옷차림도 아니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자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우리는 소주 세병에 푸짐하게 안주를 차려 여관으로 갔다
취하지 않던 술은 어느 순간 갑자기 올라왔고
여관방도 추웠다
누가 나에게 자기를 동정하냐고 화를 내며 물어본다면
난 그 질문의 첫단어를 듣기 시작했을 때의 그 표정 그대로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를 동정했었을까... 그걸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건 내겐 어려운 질문이다
그건 무관심이나 차가움이라고 불려서는 안되는, 그저 나의 텅빈 머릿속일 뿐이다
말을 하고, 행동을 하고, 선택을 하고
그리고 나서 그 이유들에 말을 입힌다
맞던 틀리던 언제나 타당한 이유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말과 행동과 선택들은
그 수많은 이유들이 있기 이전에 이루어진다
여관에서 정오가 되어서야 눈을 떠
난 웃기로 했다, 한순간의 선택
밤새 부은 얼굴은 어느정도 내 선택의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
모모군이 나를 걱정하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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