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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김하운
2000/9/10(일) 20:15 (MSIE5.0,Windows98;DigExt) 211.176.71.209 1024x768
축제마감야릇한여운
잠깐 몇 분의 공연을 위해 사람들이 애썼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사람 버글거리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예뻤다, 시작이라는 거
이반들이 있는 공간은
모르는 사람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내 성격도 안 통하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내 삶을 풀지는 못했지만
우리들 웃으면서, 또는 별 감정없이 한 얘기들
그것만으로도 내가 편해질 수 있었다는 건
솔직히 기쁘지만은 않았었다
아직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겐 잊을 수 없게 소중했던 남자가 있었는데도
그런데도 작년말 이후에야 겨우
내 안을 들여다보다 가장 솔직한 것을 찾자고,
그래서 중학교 이후 흔들려 가는 확신을 버리고
바이인지 레즈인지 이름을 잊기로 했었다
길을 걸으며 여자만이 내 눈에 들어오더라도
또 어떤 하나의 남자를 만나 소위 사랑에 빠져 다시 혼란스럽더라도
누군지 확신하는, 다가갈 수 없는 현재의 그녀를 다시 보게 되더라도
누군지 모를, 의지가 통하지 않는 미래의 그녀를 동경하면서도
항상 고정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남아있을 것 같다
고정
내가 무엇이라는 거
그 이름을 말로 뱉어버리면
영원히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렇다
하지만
이 안에 존재하는 문화들을 사랑한다
삶에서 어느 한 구석이나마 나와 닮아보이는 이 사람들을 사랑한다
아주 힘들게, 나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를 동정하지 말자고 애를 쓴다
현재의 사랑을 포기하는 것과 현재의 내 존재를 포기하는 건 결코 같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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