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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꿈

작성자 gotothezoo       

번호 46

조회수 2

작성일 2002-02-17 오전 12:03:36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꽤 어렸을 때 부터

아주 지루해하고 있었다


내 주위에 있는 지루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변신을 하여

내가 만든 룰에 웃어주며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그런 일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난 현실적이었다


대신 나는,

세상의 모든 게으른 개인주의자가 그러하듯,

어딘가에 있는 어떤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룰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들이 만나게 되면

다만 우리들이 즐겁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고

바랬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영원과 같은 시간동안


버스 안과 다리 위와 조용한 저녁의 아파트 단지와,

아침이 되어가던 신촌 누군가의 자취방 앞에,

서울역과 거기서부터 걸어갔던, 그리고 생각만큼 멋지지 않았던 야경을 가진 광화문에,

어느 영화관이 있던 건물의 구석진 계단 아래에, 담배와 아이스티가 있던 안양 어느 아파트 옥상에,

비가 오던 날의 모 대학 편집실 복도에, 또 다른 대학의 잔디밭 벤치에,

아지트였던 수원의 지하 술집에 있었다

또,

촬영이 있던 서울 북쪽 어느 허름한 구의 병원에, 신촌의 부대찌게 집에,

춘천으로 가는 기차에, 싸늘한 바람과 노래가 불던 개울가 모래밭에,

추위를 피해 들어갔던 어느 건물 계단에,

대학로 이름도 뭔지 알 수 없는 나무 아래 의자에,

알 수 없는 음악이 흐르던 낯선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작은 방들에,

씨발 강릉 바다에,

씨발 홍대 놀이터에,

대학로의 조용한 공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눈이 내리던 도갑사와

목포의 한 호텔과

16mm와

벨 앤 세바스찬과

모두가 한 번씩은 울었던, 한강의 야경이 보이는 합정의 집에

있었다


축제에는

한없는 술들과 음악들과 담배연기가 있었고

알아들을 수 있는 법칙을 가진 사람들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취해 있었다

나는 영원과 같은 시간동안

그들과 함께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키스를 했다


그랬었다


결과적으로 내게 있어 세상이란 이런 것이었다

쑈꾼들을 만났을 때는 술이 필요없었다

하지만 그 외 모든 경우에는

절대 술에서 깨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쑈꾼들을 만났고

불행히도 세상과 꿈의 경계를 알지 못하는 그의 꿈에 화가나

술을 마시기 시작해버렸다

그리고 페이딩아워즈오브드리머를 목격한

그 날

그 시간 이후에는

나는 충실히도 술에 취해 있었다

술에서 깨어났을 때

축제는 이미 끝나 있었고

나는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 얘기를 아주 오랫동안 하고 있다

내가 아는 모두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그들이 내게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기를,

또는 그 축제에 있던

그래서 나를 기억할 누군가를 데려다주기를

막연히 바라고 있었다


어제는

꿈을 꿨다


그녀는 참을성있게 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기억도 안나는 누군가와

기억도 안나는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녀를 보지 않는 척 했지만

여전히 웃으며 내게 말을 거는 그녀의 힘겨운 모습이

너무도 잘 보였다

나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현실에서는 그녀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바라는 무언가를 앞에 두고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되는 상황은

아무도 견뎌낼 수가 없는 것이다


꿈을 깼을 땐

모든 것이 옛날과 아주 비슷했다

난 다시 지루해졌다

축제의 얘기는 내게도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꿈은 그만 두기로 했다

옛날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젠 입을 다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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