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랍의 꽃저녁

2003년, 바그다드의 자태

GOM GOM LOVER 2009. 9. 5. 02:12


바그다드, 길거리의 물고기 노점







바그다드, 알 마시텔의 의자고양이

 

 




바그다드, 작은 찻집에서 샤이 만드는 청년과 바라보는 아저씨









2003년,
종전 선언 직후의 바그다드는,
누가 위험하진 않았냐고 물어보면 딱히 위험하다고도 할 수 없는,
하지만 위험하지 않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는,
그렇게 얘기가 길어지다 보면 어디나 차사고로라도 사람은 죽지 않느냐고 말하게 되는,

그런 묘한 상태였다

조용했고,
그냥 친절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간절한 바램을 담은 그 종전 선언은
실제로는 그 후로 한참 연장된다
바그다드는,
이 유수한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이야기의 도시는,

기본 단위 수십에서 수백명이 죽는
전쟁터가 된다
월드컵, 환호하는 인파 속으로 자살폭탄 트럭이 돌진했고
사람들이 죽었다
대상도 목적도 이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자살테러들
그리고 그런 자살테러를 할 만큼 오래 쌓이고 묵혀온 갈등이나 증오는
바그다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자살테러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또 저 개새끼 미군들은 왜 여전히 남의 나라에 와서 지들 것처럼 행동하는지,
그걸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더니 어느날 그 난리는 갑자기 잦아들었다


우리가 '왜'라고 물었을 때 대답이 없었던 것처럼,
그러니 갑자기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처럼,
바그다드는 잠시 조용해진다



+



내 친구는
얼마전 바그다드를 떠났다
고집을 부리며 이라크에 남아있던 그를 위해
우리는 전화로 원격 생일파티를 주고받았었다

그는 지금 태국에서 머물고 있다
올해는 겨울이 가기 전에 태국에 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열대의 열병처럼
태국에 앉아서도 한국과 이라크의 이야기를 하겠지
아마도 그는 태국이 시원하다고 느낄테고,
난 덥다고 느낄 것이다




+




이제서야 선선하게 공기가 바뀌었다
공기 내음이 달라졌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