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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버스인 것,과 있는 생활공간 중 일부인 것,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
길에 지나다니는 버스들과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라는 세밀한 차이다
옛날에
12번 좌석버스, 라는 게 있었다
이렇게 생긴 게 옛날 좌석버스
압구정동을 거쳐 신촌에 가는 노선이었는데
항상 신촌까지만 갔기 때문에 그 후로는 어디로 가는 지 모르겠다
이 버스는 포스가 쫌 줄어든 일반버스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472 파란 버스다
거의 이십 년을 타고다녔더니
그 길하고 친해졌다
+
472는 가는 길에 한남오거리(이 근처에 있던 조르바,라는 바에서 일한 적이 있다)를 지나고
남산 1호터널을 지나서
명동성당 옆에 선다
여기 중앙극장이 있다
그리고 중앙극장에는 인디전용관이 있다
씨네큐브도 안녕을 고한 마당에
이런 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은 누군가 이렇게 만들어 두었지만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오늘 여기서 연속 세 편의 영화를 봤는데
사람은 총 나까지 일곱 명이었다
이걸 보고도 용관이를 혼자 두려는가 (출처: 유투브)
+
<고갈> (김곡, 2009)
"이토록 아름다운 충격은 없었다." (홍보 문구 제목)
"불안이나 무의미는 대사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말과 개념을 넘어서는 순수한 느낌, 이미지 자체이기 때문이다.
<고갈>은 바로 그 불안의 이미지를 캐스팅한 영화다." (감독의 말)
"세기말의 황폐함으로 가득한 불모의 갯벌, 언어를 잃은 채 오직 '몸'으로만 소통하던 두 남녀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파국의 배달부가 당도했다.' (시놉시스 중)
이 영화는 폭발같았다
리얼리즘 영화들의 지루하지만 봐야할 것 같은 그런 롱테이크와 관조적 시점과 달랐다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들이 보여주는 '어쨌든 참신했다' 식의 대견함도 절대 아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미칠 것 같았다
장면 하나하나가
서로 그래야한다는 듯이 연결이 됐고
그것들이 감정의 선을 잡고서 앞서서 끌고 갔다
그리고 음악과 소리
사람이 이런 감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도하고 그런 소리들을 집어넣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걸, 영화를 보고 나와서 홍보 찌라시에 있는 감독의 말을 읽고
의도된 거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형식은 참신한 게 아니라
안정되어 있었다
이미 그런 세상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불안이나 무의미는
대사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말과 개념을 넘어서는 순수한 느낌, 이미지 자체이기 때문이다
<고갈>은 바로 그 불안의 이미지를 캐스팅한 영화다"
<고갈 Exhausted> 감독: 김곡 / 주연배우: 장리우, 박지환, 오근영
난 어제
한달 동안 공부했던 자격시험을 봤고
그래서 오늘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봤다
<고갈>은 첫 번째 영화였다
영화 내용이 아니라
영화가 충격적이었다
장면과 소리와 내용에 내내 감정이 잡혀 있어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토할 것 같았다
멋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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