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치,하면 왠지
두더지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두더지의 물고기 버전.

지인이 곰치국을 먹었다고 한다
난 요즘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데, 다 심리 상담과 약과 신앙과 나의 노력 덕분이다
아, 부모님이 항상 나를 기다려줬다는 게 먼저다
그래서 부모님과 놀러를 다니는데
어느 해안도로를 따라서 어느 해수욕장에 들어갔더니(고유명사 기억 잘 못함)
건물에 온통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하고 써 있었다
곰치국이 테레비에 나온 적이 있다고 하는데
테레비를 안봐서 잘 모르겠다
곰치국을 먹고 온 지인은
'조낸 맛있어요'
라고 했다
하긴,
그러니까 온 사방이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이었겠지

곰치국, 하면 나는 두더지국, 하고 어감이 같다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고, 오히려 먹어보고 싶기도 한데
그냥 이름에서 나는 느낌이 그렇다
두더지국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마 오랫동안 페스코채식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페스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육고기는 안먹지만 물고기는 먹는다



   
    
 

   
  

곰치 곰치 곰치 곰치 곰치










곰치가 쳐다본다






나는 채식을 안 한지 오래됐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홍초불닭을 먹기 시작했고
수년 동안 안먹은 걸 보충하려는 듯, 고기를 골라먹기 시작했고
안주도 막 고기를 시켜 먹다가
몸이 아파버려서, 실은 고기 때문에 아픈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원래도 물고기는 좋아하는 편인데
아구찜도 잘 먹고 회도 잘 먹고 홍어도 엄청 잘 먹는다
그러니까 곰치국도 문제없다

하지만 굴이나 멍게는 싫다
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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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imaginer BlogIcon 2012.01.01 12:47

    아.. 곰치가 저렇게 생긴 물고기였군요..ㅠㅜ
    강원도 바닷가 가니, 곳곳에 곰치국이 쓰여 있어서 먹어볼까 하다, 기회가 안 닿아 못 먹어봤는데..
    음.. 음.. 음..
    어쨋든 맛있다니 먹어봐야겠어요ㅎㅎ

  2. addr | edit/del | reply 오뎅 2012.01.02 04:43

    저 사진상의 물고기가 곰치는 맞으나...
    동해... 특히 속초 지역이 유명하다고 팔고 있는 곰치국의 재료는 아닙니다.
    곰치국은 강원도에서 물곰이라고 불리는 어종에 김치와 무를 넣어 끓인 국이라해서
    곰치국이라고 하더군요... 속초에 가시면 유명한 두집이 있죠... 가시면 꼭 맛보세요
    비싸기는 해도 맛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곰치국이라는 명칭을 그곳 주인분에게 들었네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2.01.02 05:42 신고

      아아아아아앗
      1.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요!!!엉엉엉 곰치야...
      2. 물곰을 먹다니요!!! 엉엉엉 물곰아...

  3. addr | edit/del | reply 2run 2012.01.02 08:34

    곰을 먹다니...
    곰을.......

    Carnival을 하고 왔군하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핑 2012.01.03 04:23

    곰치곰치곰치곰치곰치곰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웃겨 귀여워 >ㅆ<


내가 보일러 아저씨한테 반하게 된 것은
표정 때문이었다
쫌 어디서 맞고 다닌 듯한 얼굴에 서늘하게 웃는 표정이 있는데
나는 세상에서 그거에 제일 약하다
처음 만나서 인연인 걸 알았던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냥 얼굴만 보고 반한 건 처음이다
처음이어서,
가슴께에 이름표가 달려있는지 확인도 못했고
왼손 약지에 반지가 있는지도 확인 못했고
그런 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주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니지,
그 전에 할 일이 있는데
지금이 나한테는 일종의 차분한 기간, 이기 때문이다

1. 우선은 5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5월은 되어야 새벽에도 날이 따뜻해지는데, 난 요새 추위를 많이 탄다
   그리고 새벽에 밖에 앉아있고 싶다 졸린 건 싫은데 새벽냄새는 좋다
2. 일년동안 안만났던 가까운 지인들을 먼저 만나야 한다 순서란 게 있으니까
3. 한달 묵주기도 클리어... 그 정도 노력은 해줘야 손목에 십자가를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4. 그리고서 손목에 십자가를 새긴다 빅문오빠가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타투이스트도 괜찮다고 한다
5. 줄어든 귀를 다시 늘린다 목표는 12mm,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찾아서 하는 중이다
6. 약을 먹지 않아도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을 정도로
   약을 오래 먹은 상태였으면 좋겠다
7. 주양쇼핑 지하에 있는 빵을 종류별로 다 먹어본다 싸고 크고 맛있고 나는 빵을 좋아하니까
8. 담배를 끊는다, 오늘부로 다시 끊었다
9. 돈을 모은다 모으는 게 아니라 아낀다
10. 메모를 한다

일부러 숫자를 맞춰서 10개다

보일러 아저씨,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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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par3890.wordpress.com BlogIcon TUNA 2012.02.05 10:00

    설레이게 하는 글이네요 :D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2.02.05 13:01 신고

      우와.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고맙습니다..)
      저 참치랑 고양이 되게 좋아해요!
      참치 샌드위치!


미국에서 돌아온 스펙타클 청년의 페북에서 퍼왔습니다
홍대에 있대요
닭발 좋아하는데.





+

이건 개새.
사진은 불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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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작

2011.12.28 07:41 from 동선




내가 먹는 약은 프로작이다
이름은 다른데 하여튼 같은 성분이다

프로작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3주 동안
분홍색 작은 알약도 한알, 반알, 1/4알로 줄여가며 먹었는데
지금은 안먹는다

나는 오랫동안 마음이 안 좋았고
지난 일년 동안은 몸까지 안 좋았다
봄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큰 이상이 없었다
천성적인 게으름과 나태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의지를 불태워 봤다가
그만 그냥 활활 타올라 버렸다
기운 빠지는 짓이다



   
  

                                                                                                              구글에서 퍼온 프로작의 좋은 이미지들




나는 병원을 두 군데 다니는데,
약을 지어주는 쪽은 상담에는 큰 관심이 없고
나는 그래서 여러모로 마음이 편하다

약을 먹으면서
주기적으로(그것도 점점 빨라지면서) 오던 무기력증과 폭식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최소 6개월 동안은 약을 먹어야 된다는데
나는 벌써부터 약을 끊은 후가 걱정되고 있다
그런데 의사는 단 한마디,
"듣는 약이 있다는 것도 다행한 일이죠. 무슨 걱정이에요."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프로작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가 불면증이라는데
나는 약을 먹으면서 잠이 더 늘었다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정류장 한두개 전에도 스스륵 잠이 들어서
어딘지 모르는 아파트단지에서 내린다
밤을 새지도 못하고, 아침에도 늦잠을 잔다

의사들이 둘 다 진단한 내 우울증의 시발점은
10살 때부터다
그때부터 주기가 크긴 했지만 같은 무기력증과 같은 폭식증을 겪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인 게 이상하지. 나도 병원가면 우울증이라고 할걸>
이라거나
<다들 그 정도는 있는거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마>
라고 말한 사람들 중에서 내가 진지하게 들었던 건
우리 오빠랑 오수연이 말했을 때 뿐이다
나는 사람을 가린다

의사 말에 따르자면, 나는 오랫동안 아팠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뭐가 내 성격이고 뭐가 증상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나는 기억나는 시점부터, 화를 낼 때 빼고는 감정을 거의 못느끼는데
그건 증상이라고 한다
사람이 거슬려서 끝내 술을 마시지 않게 된 것도, 증상이다
그럼 거꾸로,
요즘에 부모님과 가까워지면서 기분이 좋은데
그건 약의 효과일까

세례를 받게 된 여러 경로 중 하나가,
내가 입는 옷, 내 성격, 내 말투, 내 기타등등이 결코 내가 아니고
그것들이 다 사라졌을 때 나한테 뭐가 남아있나 살짝 살펴봤더니
슬프게도 가식과 나태와 자존심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라는 건
참 다양하다
남아있는 게 없다는 건 좀 슬프지만
개운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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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2.01.20 01:46

    비밀댓글입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2012.09.28 00:03

    비밀댓글입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2012.12.31 11:32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3.01.21 20:47 신고

      상담을 해주던 병원은 문을 닫았구요,
      저도 약처방 중심으로 해주던 병원이 주였습니다
      위 댓글에 있어요 (역시 공개댓글기능밖에 없네요)

평화의 기도

2011.12.21 15:33 from 크리스찬곰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평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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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imaginer BlogIcon 2011.12.24 15:22

    저도 이 기도문 좋아해요. 제가 이 기도를 진심으로 할 수 있기를.. 빌어요.

    크리스마스 밤, 기도문 읽으니 존 레논의 War is over 떠올라요ㅎㅎ 저에게나 곰곰님에게나 아픈 사람 누구에게나, 한 웅큼은 더 따뜻한 시간이길...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2.26 05:54 신고

      두번째 고해하고 보속으로 받아서 알게됐어요
      나이가 들면서 예수님이 점점 더 좋아졌는데
      아마 어렸을 때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은 얼마나 어렵고 인간이 하기 힘든 건지 알게 돼서 그런 거 같아요

      주님의 기도도 참 좋아해서...
      저도 주님의 기도랑 이 기도랑,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에는 혼자 있을 때도 자기합리화가 완벽했--;;었는데, 적어도 크리스찬이 되고 나서는 혼자 있을 때는 부끄러워하게 된 것 같아요, 다행이죠

      올해 가기 전에 존레논 노래도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그리고 청님하고 언젠가 만나뵙고 술을 술을 마실 수 있기를! :)


전날부터 엄마는 입을 거랑 먹을 거를 챙기고
아빠는 갈 곳을 꼼꼼하게 수첩에다 적었다
운전은 아빠가,
운전 못하는 나는 조수석에,
아픈 엄마는 뒷자석에 누워서
아침에 출발할 때부터 눈이 왔다
눈 비스무레한 싸레기가 전에 한번 오긴 했었지만
제대로 펄펄 내리는 눈은 처음이었다

                 

고치같은 자태의 엄마                                                                  사진기를 피하시는 아빠



갈매못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올라가보지 못했다.
삼차원입체십자가가 멋있다



가족여행에서 스타일따위는 중요하지 않은거다! 따뜻하면 제일 좋은거다!
이날 아침 엄마는 나를 위해 솜바지를 준비해놓으셨지
하지만 차마 그것만은 입을 수가 없었어
미적감각은 인간과 역사에 대한 예의라고 항상 말해왔기에



                  

공세리는 영화촬영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엄마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을 바라보고 계셨다
성당에 들어가서 거금 만원을 내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는데
나와보니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깔맞춘 아빠 엄마



점심에는 간장게장을 먹고 저녁에는 매운낙지볶음을 먹고
차 안에서는 엄마가 개인별로 싼 과일과 떡과 달걀과 고구마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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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핑 2011.12.15 03:58

    깔맞춤 ㅋㅋㅋㅋㅋ
    솜바지가 어때서!!!! 솜바지 입고 싶다ㅜㅜ 솜바지가 뭐지???? =ㅅ=;;;;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2.17 10:03 신고

      개인적으로 안좋아하는 것들이 있어용
      - 솜바지...솜으로 만든 바지. 허벅지 크기가 두배가 되는 거.
      - 옅은색 계열 뿔테안경. 흰색이나 노랑이나 그런거.
      - 레이스. 샤방샤방.
      - 그라데이션 천연염색. 인도나 태국의상 같은 거.
      - 글자 프린트. 티셔츠로도 싫음. 탐앤탐스 커피 자주 가서 일도 하고 하는데, 쓸데없이 영어로 잔뜩 써놓은 인테리어 무지 싫음.
      - 끝마무리가 둥그스름한 거. 예를 들면 풍선치마 같은.
      - 해골무늬, 호피무늬, 얼룩말 무늬.
      - 폭이 넓은 민소매.
      - 레깅스.

      솜바지가 일등이거든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핑 2011.12.19 11:43

      저랑 너무 다르신 님..ㅋㅋㅋㅋㅋㅋ 레이스랑 풍선치마, 해골 호피 얼룩말 레깅스 다 좋아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ㅇ<-<

  2. addr | edit/del | reply 라일 2011.12.19 15:40

    나중에 어머니 모시고 가면 좋아하실 곳이네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2.20 06:36 신고

      절만 다녀봤는데 카톨릭 성지도 다니기 좋더라구요.
      라일님 인도이야기 있다가 없어졌어요?

  3. addr | edit/del | reply 코코 2011.12.23 09:56

    대체 이유가 뭐냐고 묻지는 않겠지만, 너무 많다.

치료

2011.12.08 04:48 from 동선



나는 병원을 두 군데 다니는데
하나는 한의원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이다
양쪽 병원에서는 내가 다른 쪽을 다닌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제대로 다니고 있다는 건 모른다
한의원 쪽에서는 상담을 공들여해주고, 병원 쪽에서는 약을 공들여지어준다

문제라고 할 것도 없지만,
문제가 뭐냐면
나는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데 익숙하지가 않은데
이제는 일주일에 2번, 서로 다른 사람에게 반복해서 내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한의사는 인내심이 많고
양의사는 얘기보다는 약의 효과에 더 관심이 많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 나더러
그냥 다들 가지고 있는 문제 같은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니까 '너무 심각해'지면 안된다는 투다
내가 심각한데 왜 심각해지면 안된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매번 설명하기도 귀찮지만,
다들 가지고 있는 문제여도 그냥저냥 살 수 있는 사람한테는 문제가 아니고
그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거나, 일상에 변화가 뚜렷해졌다거나, 몸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다

또 흥미로운 건
내가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한걸음 떨어져 있었던 주변의 지인들이 나의 변화를 더 눈치채고
위로를 해주고
손을 내밀어주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무엇보다 그 따뜻한 손들이 너무 필요해서 심지어 독일에까지 국제전화를 걸던 중이었다
성당에서 혼자 앉아있다가 나는 그동안 무엇을 보고 무엇을 잡고서 온 건가 하는 생각에
조금 흔들거렸다

그러고 보니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꼭 보듬어주고 계시는 아빠엄마의
품은
왜 항상 미안하기만 하고 부담이고 귀찮았을까
왜 먼저 사랑하고 기쁘고 좋다는 게 앞서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병원(들)을 다니면서 좋은 점은
엄마아빠와 처음으로 나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런 게 처음이라 어색해하실 줄 알았는데
우리 아빠엄마는 웬만한 변화나 충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으신다
나랑 오빠를 키우면서 뱃속에 부처가 들어앉으셨다

+    

나는 상담을 할 때
'나에게 충격적이었던 일'을 중심으로 얘기했었다
예를 들면 10살 때 원인모를 열병으로 아팠던 거,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치료약으로 복용했던 거, 그 부작용.
사실 그거 말고는 없었다

그런데 학창시절 얘기를 하다가 고3 때 대학을 안가고 동굴에서 도닦으려고 하다가 발각돼서
학교랑 집안을 뒤집어놨던 얘기가 나왔다
왜 그 이야기는 미리 안했냐며 의사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놀랐겠지만, 그 일을 꾸민게 난데 내가 놀라고 충격받을 게 뭐람,
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상당히 둔한 편이어서,
자신에게 뭐가 충격이었고 뭐가 일상이었는지 구분을 못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렇잖아도 상담중에는
평소라면 감정변화 없이 나열할 수 있는 10가지 이야기들 중에
유독 어떤 것들에는 격렬하게 반응을 하면서 울 때가 있다
지난주 상담 때 나는
예수님이 불쌍하다면서 숨을 못쉬게 울었고
정신이 들고 나서는 기분이 멍 했다
생뚱맞게 예수님이 그렇게까지 불쌍했었나
내 안에 누가 뭔 생각을 하면서 들어앉아있는 건지 모를지경이다
아마 그래서 내가 뜬금없이 크리스찬이 된 건지도 모른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했었는데.

그리고서 아빠가 말해서 문득 알게 됐는데,
나는 어렸을 때는 없던 고소공포증이 언젠가부터 생겼다
언젠가부터 커다란 가방에 '모든 것'을 다 넣고 다녔고
언젠가부터 얇고 뾰족한 게 무서웠다

- 다들 크고 나면 집을 떠나고 싶어해. 그래도 실제로 그러는 애들은 별로 없어.
  그런데 너랑 오빠는 그러더라. 진짜로 가더라.
라고 엄마가 말했다
아, 나랑 오빠가 그랬었구나
하지만 엄마아빠를 떠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우리 부모님은 많이 괴로웠을텐데도
항상 체면보다는 나를 먼저 챙겼다
내가 고3때 대학을 안가겠다고 등교거부를 하며 버틸 때도
한발 물러서 달랑 수능성적표만 쥐어주고 또 버틸 때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대학을 가겠다면서 우길 때도,
지금이나 그때나 학생과 학부모의 입지와 체면은 성적과 대학이름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한데도
엄마아빠는 한번도 그런 의미로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나를 다그치지 않았었다
정말로 내 마음이 어떤 건지를 먼저 걱정해주셨다
나는 그걸 항상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진실로 느끼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잡았더니
세상이 좀 넓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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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imaginer BlogIcon 2011.12.08 23:52

    토닥토닥..

  2. addr | edit/del | reply 2run 2011.12.22 06:31

    토닥토닥
    자랑스러워

곰싸움

2011.12.07 11:28 from 공간/서울

재방송을 보는데 곰들이 마구 싸웠다

이 세상에는 마치 우주의 법칙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주스는 오렌지주스
쨈은 딸기쨈
인형은 곰돌이인형

하지만 실제 곰돌이는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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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2.07 12:17 신고

    대모님의 덧: 물고기 통조림은 참치통조림
    그래서 생각났는데, 과일통조림은 복숭아통조림!(아 파인애플...)

  2. addr | edit/del | reply 2run 2011.12.22 06:35

    꽁치 통조림 무시하시나요? 라고 소심하게 반항을 하고 싶;;;;







                                                                                                 <In the Field>   by Gabriel Boray








나는 이 그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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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run 2011.11.30 10:09

    가고 싶다 저곳!

  2. addr | edit/del | reply 코코 2011.12.05 07:43

    나는 가련다.

아이들과의 대화2

2011.11.23 07:25 from 공간/서울

열심히 노력을 한다면,
종교인인 경우, 열심히 기도를 한다면,
또는 착하게 산다면

그러면 마땅히 와야하는 결과는 뭘까

그게 공부에서는 좋은 성적이고
사회적으로는 남에게 인정받는, 소위 성공이고
건강하거나 병이 낫는 거고
큰 키, 멋진 외모,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지 않다

그냥 확률적으로, 숫자로 따져봐도
'소위' 서울대연고대를 가는 아이들의 수는,
적다. 적게 정해져있다
'소위' 변호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소위' 삼성에 들어가는 사람의 수도
정해져있다. 적다
성인 남자 키 평균이 174인가라고 하던데
그 와중에 키 180이상인 근사한 남자친구가 생기는 경우는
(그것도 나는 가만히 있는데 무작정 와서는 '너같은 애는 처음이야' 하며 나를 열렬히 사랑해주는 경우는)
그냥 확률상으로 적다

그렇게 숫자로 '적게' 정해져 있는 게
기도나 노력이나 선행으로 주어지는 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거꾸로,
성적이 안나오거나, 몸이 아프거나, 돈이 없거나, 외모가 마땅치 않을 때는
(확률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해당하게 되는데도)
열심히 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고, 착하게 굴지 않은,
하여튼 뭐가 돼도 자기가 잘못해서 '벌 받은' 게 되어버린다


+


실제로 그런 가치관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쪽팔려하고 비난하고 불행해하는 경우는 너무 흔하다

성적이 아이들을 결정하는(이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뜻을 담고 있다. 때로는 말 그대로 성적이 그 아이가 '된다'. 성적이 낮은 아이는 가치가 낮아지고, 성적이 높은 아이는 그냥 가치가 높아진다) 시스템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적이 안나오면 스스로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 걔가 초등학교 때 어학원을 보냈어야 하는데, 저희가 맞벌이를 하느라 종합학원에 보내놓고 신경을 안썼어요. 그래서 듣기가 다른 거에 비해 약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애한테 미안하고 답답해요. 이제 어떻게 해야하죠?

모 외국어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때 서먹서먹한 아이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부모님 직업을 거수로 답하라고 했었는데,
변호사, 의사, 중소기업 사장, 고위직 공무원 등등 사이에서 단 두명이었던 자영업자(소위 '장사하시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 순간 자기 부모들이 쪽팔렸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사랑해준 부모가.

'남자친구 키가 컸으면 좋겠어' 가 아니라, '키 180도 안되는 남자를 왜 만나?' 하는 분위기에서는
둘만 있을 때는 좋은 애인을
자기 친구들에게는 소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쪽팔려서.
그리고 '겨우 그 정도' 남자를 만나고 있는 자기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는 그냥 공부를 못하는 것 뿐이다. 엄마도 아이도 잘못된 건 없다
사실 대다수의 부모들은 변호사, 의사, 중소기업 사장, 고위직 공무원이 아니다. 소위 서민이다. 그건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사랑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소한 스스로가 분열되는 그런 기준이라면
그건 애인의 잘못이 아니다. 본인이 가치가 없어서도 아니고.
 

+


나는 잠시 길거리에서 놀았었어
지금은 강사하니까 그나마 이렇게 치마도 입고 깔끔하지만 (BGM: 야유 '우~우~')
그때는 피어싱에 문신에 머리는 지금처럼 땋고서
꽃무늬만 보면 환장해서 분리수거함 같은 데서 주운 꽃무늬들을 이렇게 막 두르고 다녔었다고

어느날 새벽에 나같은 친구들하고 헤롱헤롱 노는데
양복 잘 빼입은 새끼들하고 시비가 붙은 거야
여러분이 나 보면 알겠지만, 내가 성질은 더러워도 먼저 시비를 걸거나 하진 않아
피곤하니까!
별 일도 아닌 걸로 파출소에 갔는데
그래도 경찰, 하면 뭔가 억울하고 그럴 때 제대로 판단을 내려줘야하는 거잖아
그런데, 들어갈 때부터 대우가 다른거야
그 양복놈들한테는 친절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 앉아서 이거 쓰세요'고
우리한테는 삿대질을 하면서 '니들은 꼴이 그게 뭐냐.' 이랬어
지나가던 개새끼는 '부모들이 뼈빠지게 고생해서 키워놓으면 저러고 다니고...쯧쯧쯧' 이러는데
그 혀차는 소리가 얼마나 분한지 모를거다
근데 말했잖아, 별일 아니었다고
경찰새끼 한 놈이 실수를 한거지
정도껏하고 입을 다물것이지 지 말에 지가 취한거라, 이랬어
'니들 중에 서울대연고대, 아니지 모모모모 대학(이렇게 한 일고여덟개를 주워 세면서) 거기 다닌 놈들 하나라도 있으면 내가 보내주겠다'
병신
우리 중에 있었거든, 그 대학 중 하나를 다니던 애가.
코 앞에 학생증을 들이밀고는
벙쪄 있을 때 우리를 다 끌고 파출소를 걸어나왔지

(BGM: 탄성 '이야~')

왜, 통괘하냐?

(BGM: 대답 '네~')

통쾌하지
근데 봐라
이거 통쾌한 얘기가 아니야, 졸라 답답한 얘기지
만약 우리 중에 그 대학 다니는 애가 없었으면,
그럼 어땠을까?
억울하게 뒤집어 썼겠지
그럼, 대학이 우리 자신의 성품이나 그 때 있었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데?
없지
그러니까 이건 통쾌한 게 아니야
(소위) 좋은 대학, 좋은 집안, 돈, 권력이 없으면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야

그럼 너네는 통쾌하게 살 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려고 기를 쓰는 게 빠르겠냐
아니면 확률상 소위 좋다는 대학에 안가더라도 억울하게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고 기를 쓰는 게 빠르겠냐

나야 학원 강사지만.


+



나는 그래서,
언뜻 '공평하다'고 주장하는 그놈의 경쟁 사회가 싫다

출발점은 엄청 불공평한 주제에
게다가 그 목표라는 것도 때로는 우스운데,
결국 모두가 확률적으로 낮은 어떤 목표를 향해가야하고,
무엇보다도 확률적으로 높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싸그리, 게다가 스스로 개새끼가 되어버리는 그게 싫다
그냥 있는 자기 자신이 부끄럽고 쪽팔리고 하찮아지는
그게 뭐야


+


...라고 애들한테 말했다
나는 애들한테는 내 고민을 거의 전부 다 얘기하는 편이다

하지만 기말고사기간이기 때문에
진도를 나가야 했고
본문암기를 하나라도 틀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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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imaginer BlogIcon 2011.11.23 08:36

    좋은 선생님이군요! ㅎㅎ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23 11:01 신고

      그럼요 ㅎㅎ
      저도 상식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말로 애들에게 전해주는 건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요즘 고민이 최근 다니기 시작한 성당과 최근 사태들과 나의 자태...뭐 이런 거였거든요. 그니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근데 문제는, 막상 보여주는 행동인데,
      학원 강사니까 어느정도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저는 무섭고 엄한 강사거든요. 방법상 절대 좋지 않은. 이중적인 면이 있어요.

  2. addr | edit/del | reply 2run 2011.11.23 11:21

    무시무시한 반전이네....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핑 2011.11.28 09:05

    아잉... 김하 운사랑해♥

  4. addr | edit/del | reply 코코 2011.12.05 07:48

    BGM 모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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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run 2011.11.23 11:22

    찔리네...




 
이름씨는 그림을 그린다
또, 판화도 하고 가구도 만들었다
요리는 정말 잘하는데, 특히 해물탕과 고추김치를 푸짐하게 얻어먹었다

나는 이름씨 그림을 하나 샀었다
이름씨가 학교를 졸업할 즈음이었던 것 같다
아닌가
난 원래 음악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그때쯤 전시회를 보러 다니면서 부쩍 그림이 좋아지던 참이었다

이름씨의 그림은 획이 큼직큼직해서
부드러운데 좀 쓸쓸할 때도 있다
영화로 말하면 입자가 큰 저감도 필름을 쓸 때랑 비슷하다

내가 가져온 그림은 가운데 한 여자가 앉아있는데, 저녁같다
역광이라서 여자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데
뒤에는 감질맛나게 거울이 살짝 비추고 있다

오랫동안 집이 없어서 그 그림을 산 후에도 한동안 이름씨네 집에 두었다가
가로수길 폐가 옆 집으로 이사가면서 드디어 내 집 벽에다 걸어두었고
최근에 본가로 들어가면서 내가 자는 방 서랍장 위에 올려뒀었다 



               이름씨가 좋아하는 고양이 사진으로 초상권 보호를 받은 이름씨. 뒤에 걸려있는 게 바로 그 그림이다.




엄마는 막 폐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무지 잘됐고, 암은 전이되지 않았고, 심지어 몸무게도 늘었다

엄마는 자전거를 잘 타는데도, 왠지 자꾸 넘어지고 다쳤었다
크게 안다쳤기 때문에 동네병원에만 들락거렸는데
어느날 갈비뼈가 다섯개나 부러져서 대학병원에 가게됐다
혹시 부러진 뼈가 다른 장기를 건드리지 않았을까 하고 가슴사진을 찍어보다가
한 의사가 지나가는 말로 CT촬영을 해보겠냐고 했고
엄마는 과잉진료라면서 뾰루퉁해 있었는데, 아빠가 찍어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진에 폐에 있는 종양이 잡혔다
다른 장기는 멀쩡했고, 부러진 뼈도 시간이 되자 곧 나았다
결국 암이었던 그 종양은
한 쪽 폐 위에 예쁘게 자리를 잘 잡고는, 암치고는 얌전히 몇 달을 꼼짝않고 있었다
그쪽 폐를 1/3을 들어내고는 그걸로 끝이었다
엄마는 심지어 오늘, 큰이모랑 같이 김장을 하고 계신다

나는 앞으로 평생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엄마더러 그렇게 하라고 손을 잡고 이끈 것처럼 그렇게 잘 됐으니까



엊그제 엄마가 퇴원한 다음날,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방이 허전했다
서랍장 위에 있던 그림이 없어졌다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엄마 방으로 가져갔다고 하셨다
엄마는 그 그림에 있는 사람이 삼신 할매 같다고 했다
꼭 애기를 가져다 주는 삼신 할매가 아니어도,
옛날 시골에는 부엌이나 큰방이나 대들보 아래 꼭 하나씩 있었던
집과 가족을 지켜주는, 그런 종류의 수호신 같다고 한다

- 창 틀 있는데다가 걸어놓고 보려고 했는데, 딱 이만큼이 남더라
그래서 엄마는 그림을 걸지 못하고 벽에 기대놓고서는
어떻게 걸 수 있을까 궁리 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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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1.11.23 08:00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23 06:30 신고

      비슷해, 언니랑 비슷해.
      힘든 일 겪었지만 그 와중에는 최선인 게 분명해.
      감사하면서 살아야해. 고마워요!
      쌀롱에서 오는 소식들으면서 나도 자극 많이 받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은 이렇게 잘 비켜갔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대강해버리면 좋지 않으니까 :)

요즘 나의 마음은

2011.11.16 08:01 from 동선












봉춤을 추는 토끼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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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run 2011.11.16 08:16

    에로틱하구나...;;;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imaginer BlogIcon 2011.11.16 08:53

    헉.. 저건.. 어떤 마음일까요.... 속세를 초월한 무아지경인걸까요..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16 11:06 신고

    어느날 문득 깨달았는데
    나의 사랑, 나의 친구, 나의 딸, 나의 분신인 정신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던거에요
    정신이 없으면 죽을 것 같은 마음에
    나는 간절하고 진실하게 정신이를 찾으러 다녔던 건데,
    어느 지하술집에서 저 질알,을 하고 있는 정신이를 딱 마주친거죠
    ...바로 그런 기분.

  4. addr | edit/del | reply 가방 2011.11.17 07:33

    당신 여전..^^ 좋은 의미로...어떤 분위기나 느낌이 그래요

  5. addr | edit/del | reply 코코 2011.11.17 16:41

    쌩쌩하네

불효녀 엉엉엉

2011.11.09 12:01 from 공간/서울

우리 성당 보좌신부님은 쫌 웃기시다
미사 때마다 농담을 찐-하게 하시는데,
저번주 일요일 미사 때는 무슨 농담을 하시다가
처음 당신이 사제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쉽게 보내주셨을 거 같냐고 하시면서
'그죠? 저라도 저같은 자식은 곁에 두고 싶었을 거에요.'
라고 하셨었다
근데 이랬다:
1. 그 말을 듣고 내가 즉각 이해한 내용- <나같이 걱정되는 자식은 어디 멀리 못 보내고 어머니 당신 곁에 두고 싶을 거다>
2. 사실 보좌 신부님이 말하고자 한 내용- <나처럼 멋진 자식은 나라도 보내기 싫었을 거다>

크면서 자식들은 부모 얘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너도 커서 너같은 딸 낳아봐라>
라는 말은,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엄마는 내 (지금 생각해보면 장난같은) 결혼을 반대하면서
<네가 커서 너같은 딸 낳을까봐...>
이랬었다..
저 말을 듣고서
저렇게까지 모두 품고가려는 모성애와 희생에 감사드려야 하나,
아니면 결국 내가 저만큼이나 속을 썩였다는 말이니 죄송해해야하나,
그냥 짜증을 부려야 하나,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젠장! 미안해 죽겠어!



+




엄마가 다시 입원을 하셨다
폐에 종양이 있는데,
우선 암은 아니고 떼어내기 좋은 위치고 뭐 하여튼
어떻게 보면 좋은 상황이다
젠장
하지만 나나 우리 친오빠 말고 다른 누가 <어떻게 보면 좋은 상황이니 힘내> 라고 말하면
죽여버릴테야.

아빠랑 엄마는 수술할 거라는 얘기를 언젠가 화요일에 듣고서도
그 주 목요일까지 나한테 얘기를 안하셨다
뭐 일부러 숨기신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에 <아 맞다, 내가 안경을 어따 뒀었지> 하는 식으로
그렇게 이틀을 넘긴 거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은 따로 사는 것도 아니고 같은 집에 사는데
이틀씩이나!

아빠한테, 그것도 문자로, 엄마가 수술할 거란 얘기를 듣고서 엄마한테 득달같이 전화를 했는데,
그런 나에게 엄마가 통화로 말한 내용 요약:
<사람은 다 혼자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결국 혼자 아프고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자기 자신을 잘 간수하는 것이 주위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그러니 너도 이런 거 가지고 전화하고 방방거리지 말고,
 지금껏 아무말 안하고 있었지만 네 방 청소 좀 하고, 나갔다 들어오면 손발씻고 이 닦는 버릇을 들이고,
 엄마 없는 동안 집 어지르지 말길 바란다.>

그래서 요즘 집을 어지르지 않고, 씻고 자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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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09 12:11 신고

    내가 나같은 딸 낳을까봐 내 결혼을 반대했다는 거!!
    내가 어때서!!
    엉엉엉
    ㅠㅠ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 2011.11.09 16:41

    아놔... 엄마 아프셔서 너무 걱정되겠어요. 근데 가족들이 말도 안 해주구ㅡㅡ 우리 집도 그런데. 우이 아빠한테 무슨 일 있어도 나한테 말을 안 해ㅡㅡ 나중에 나만 몰랐단 걸 자연스럽게 알게됨 ㅡㅡ

    근데 엄마 말씀 너무 웃겨 ㅋㅋㅋㅋ 하운씨 엄마랑 아빠는 하운씨랑 비슷한 거 같애 ㅎㅎ 다들 사랑스럽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13 15:13 신고

      고마워 고마워 ㅠㅠ
      엄마 수술 중에 아빠랑 나는 불려가서 암으로 밝혀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줄줄줄 울어댔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아요. 위치도 좋았고 활동성도 없었고 폐도 쪼끔만 잘라냈고... 그래서 감사하면서 살라구요 어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처지가 비슷한 우리들, 효녀가 되어 보아요..!

  3. addr | edit/del | reply 코코 2011.11.17 16:44

    그래. 잘 넘기셨어. 그러니 곰은 앞으로도 방 청소 하고! 씻으라고.

집중력의 힘

2011.11.06 12:14 from 크리스찬곰

레크리에이션 약물로 경험할 수 있는건
뭐 쫌 많이 어렵긴 하겠지만 다른 발화제가 있어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는 어린이였는데,
그 책 중 마법을 배우는 아이가 있었다
마법은 짠, 하고 생기는 게 아니라 집중력 훈련을 해야하는데
집을 떠올리고 방을 떠올리고 바닥에 있는 벽돌을 떠올리고 그 벽돌의 패인부분이 보이고 감촉이 느껴질 때쯤
눈을 떠보니 땀을 흘리며 헉헉대고 있더라는 대목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나도 마법을 부려보고 싶어서 그걸 한 번 따라해봤는데
집 단계에서 포기했다
난 기억에 이미지가 없고, 이미지를 잘 떠올리지 못한다

최면도 비슷하다
그 상황 안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그정도는 아니고, 좀 더 노력하며 집중해서 뭔가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다
재밌는 건,
그 정도로도 울고 웃고, 맺힌 부분에서 감정이 평소보다 크고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거다
물론 잘 모르겠지만 그런 걸로 달라지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기도를 하기 시작하면서
왜이리 기도하는 게 힘든지, 자꾸 미루고 피하게 된다
그날 해야하는 얘기를 하는 기도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나 밤에 자기 전에 시간맞춰 행동하려고 애쓰는 기도도 있고,
근데 힘든 건, 집중해서 나 자신을 바라보거나 고백을 하는 기도다

나는 멋진 대모님이랑 쌍으로 갖고 있는 빨간색 장미묵주가 있다
카톨릭 성물은 의식적으로 비싼 걸 피하기 위해 금이나 은, 이런 게 많지 않아서 다른 악세사리보다 많이 저렴한 편인데,
그 중에서도 이태리제나 이스라엘(썅!!)제를 쫌 쳐주는 것 같다
이스라엘(썅!!)제는 뭐, 성지 개념이 들어가 준 것 같고..(이 얘기는 나중에 또 하겠습니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지금까지도 하느님...은 커녕 예수님...도 그렇고, 그래서 가장 편안한 마리아님...에게도 감정이 닿지 않아서
가끔 엄마아빠를 그 자리에 놓고서
내가 한없이 받은 거, 용서 받은 거, 사랑 받은 거 생각하면
아 진짜 눈물이 줄줄 나온다
뭐 그렇다고 평소에 효도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뭐야 이건..

                     내꺼랑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생긴 5단 장미 묵주(출처: 명동 가톨릭 성물 www.catholic-holygift.co.kr)



어쨌든,
묵주기도를 하는데
감정이 잘 닿지 않고, 내가 바라는 거, 내가 보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손을 휘젓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려 봤다
(심지어 미로를 헤매고 있는 것조차 나한테는 사치다. 허공이 딱이다)
나는 분노의 화염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에
허공+화염+나 이렇게 세개가 한세트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휘휘 휘젓고 있는 거였는데
그 다음에는 온전한 내가 아니라 가슴팍에 커다란 연필심 같은 걸 꽂고 나타났다
그 거대한 연필심이 창이 꽂혀있는 것처럼 앞뒤로 길게 나와있을 때는 차라리 나았는데,
어느날부터는 매끈하게 잘려서 딱 내 몸 가운데 까만 원통이 박혀있는 형태였다
그게 더 깝깝하고 죽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화염을 헤치고 뭔가 코앞에 어렴풋이 등장했는데
낡은 느낌의 고풍스러운 탁자같은 거였다
처음에 난 그게 상상 속의 성당(실제 성당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에서 내가 팔을 괴고 기도하는 탁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화염이 더 가시고 그 고풍스러운 탁자의 자태가 드러났는데
탁자로 착각할만큼 무지 커다란 십자가였다
오마이갓
내 취향의 십자가니까 내꺼가 맞는 거 같은데
내가 지고 있지는 않았고 그냥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누군가 그 십자가를 지고 있는데
엄마든 아빠든 예수님이든, 하여튼 나는 아니었다
열라 무거워보이는, 쇠로 된, 묵직한, 고풍스러운 내 십자가를!
항상 남이 지고 있었다
가슴팍에 딱 맞는 사이즈의 연필심을 꽂고 화염방사를 하고 있는 나는
그냥 멍청히 있거나 손을 휘휘 젓거나 가끔 기도를 하는 게 다다


  
 





내 머리스타일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선발된 기도 소녀
(출처: 마리아사랑넷
www.mariasarang.net)




심지어 깨달은 사람조차도 그동안의 관성을 버리기 위한('죄'나 '업'보다 난 '관성' 쪽이 더 와닿는다) 
오랜 노력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돈오점수파에 한 표다
뿅, 하고 이루어지는 치유나 변화는 당연히 없겠지
공부나 운동처럼
꾸준히 조금씩 집중하고 노력하다보면
어느날 쪼끔은 가까이 다가가 있는 나를 볼 수 있을테다
기도를 하면서 비로소, 카톨릭 기도와 내가 좋아하는 불교 사이에 엄청 많은 공통점이 실제로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세례받은지 얼마나 됐다고 미사를 두 번씩이나 빼먹고
묵주기도는 안한지 오래고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으려고 생각해봤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더라도, 힘든 기도를 꾸준히 오랫동안 애써하면서
몸이 익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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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냄새

2011.11.05 15:07 from 모텔 동물원





<At the Same Time>              by Hindi Zahra

Here comes the time

For my heart to heal the past
From now and then
There will be the good and the best
Oh when your eyes and mine
Can see the same
Our love could last
Should i follow you?

Yes i remember flowers
Sent in blue skies
And you with your sweet smile
With your sweet smile
Holding me tight

You told me give your self away
And i would buy yourself
Knowing that your touch could heal my heart

I should die
I should die in your arms right now
And give it all
Give it all to you

You're my precious memory
I'm getting down on my knees
All that i've got is love for you
I should die
I should die in your arms
Oh, love is so beautiful and cruel at the same time
At the same time, at the same time
Oh your love is beautiful and cruel at the same time good at the same time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쯤에 바람에 섞여 오는 내음이 있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면 가끔 돌아버릴 것 같다

뭔가 겹겹이 싸여있어서 기억은 항상 흐릿한데
그때도 겨울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 전부터 그 찬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는 알고 있었다
그 언젠가, 그의 서늘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정확하게는 그때 그 서늘한 얼굴을 봤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나는 명예만큼이나 정의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단연코 사랑은 아닌(사랑은 딴 데서 했다) 그 느낌이다
항상 그거였다
뭐라고 불러야 할 지를 몰라서 누구에게도 말 할 수가 없었던, 그 느낌만을 원했다

그러니까 정의를 원해서도, 평화를 원해서도, 돈이나, 명예나, 아름다움이나, 지식을 원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그 느낌, 그 주변만을 맴돌면서
거기에 가까워지려고 했던 시간들이 쌓여갔던 것 뿐이다
그게 내 말투에서, 내 옷차림에서, 내 표정, 내 손짓발짓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
 
나는 그 서늘한 표정이 뚜렷하게 기억났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건, <기억>, 그 뿐인데
그래서인지 나는 아무것도 이미지로 기억 하지 못한다
대신 찬바람이 불면 더욱더 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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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나

2011.10.29 15:02 from 공간/서울

나는 중등부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다
강사는 선생님과 다르기 때문에 나는 애들앞에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
'나' 아니면 '강사'라고 부른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었는데
내 골반을 풀어주던 선생님이 직업을 물어보시더니,
- 무서운 선생님이시죠?
하고 물어봤다
내가 벼락맞은 것처럼 놀라서
- 어, 어, 어떻게 아셨어요(학부모님인줄 알았음;;)
했더니
내 온 몸이 경직되고 굳어있다고 했다
성질 더러운 사람들이 보통 그렇다고 한다

나는 성적이 나쁜 건 본체만체 하는 편이지만,
숙제를 제대로 안 해온 아이들이 있으면 개처럼 짖는다
그렇게 세 번을 안넘기고, 그 다음에는 가방을 싸게 한다
가방 싼 애를 끌고 교무실에 가서는, 애가 보는 앞에서 보호자에게 전화를 해서
<학습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수업을 할 수가 없으니 돌려보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보강 날짜를 통보한다
애들은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바짝바짝 굳어간다

옆 반 동료 강사가 
- 이러면 되니 안되니. 잘못했니 안했니
하고 훈계를 할 때,

- 이 개새끼 눈깔아 공부하기 싫으면 학원을 끊고 다닐거면 공부를 해 하고말고는 니네 부모님하고 쇼부를 봐서 결정할 것이지 다 큰 것들이 줏대도 없이 끌려온 것처럼 기어와서는 강사랑 기싸움 하지마 죽여버릴테다 멍멍멍
하면서 짖어댄다
특히 머리 큰 애들이 돈과 강사 비율제의 권력구도를 이미 파악하고서
'데스크에 말할 거에요' 라든가 '이런 거 엄마한테 말해도 돼요?'
(그러니까 데스크를 통해 강사에 대해 컴플레인을 하거나 학원을 그만두면, 강사에게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이용하는 거임)
이러는 아이들에게는, 최소한 <아이>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모든 어드밴티지조차 절대 주지 않고 물어뜯는다
항상 촛점은
<네가 잘못했다>나 <반성해라>가 아니라
<네가 어떤 놈이든 나는 관심없으니 어설픈 기싸움을 신청해서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들면 죽여버리겠다>가 주제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기본적으로 포용하는 선생의 자세란 건 애초에 없다

애들은 나를 <개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내가 평소에 애들을 개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학교에서 서로 모르는 애들이 학원얘기를 하다가 <개새> 얘기가 나오면서
지들이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걸 깨달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건 귀엽다. 예전 별명은 <미친개>였다
나는 쇠파이프나 빨래방망이(애들은 엑스칼리버라고 불렀다)로 애들을 팼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제정신일 때는 애들에게 설명하려고 애는 쓴다
애가 우두커니 버려져 있을 때
그 애의 팔을 붙들고 말을 걸지, 랩실로 쫓아버릴 지는 
나한테는 순전히 선택의 문제지만
애들에게는 삶의 문제다
나는 개싸가지같은 놈들이 아니면 대개는, 애들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가서 말을 건다

내 방 벽에는 단어시험 결과와
내 반에서만 보는 독해 복습 시험 결과를 적어두는 표가 있다
처음에는 애들이 자기 점수가 공개적으로 적힌다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같은 이유로 아이들은 발표나 대답하는 것도 꺼린다
나는 수없이 반복적으로, 나는 니들이 맞고 틀리고는 관심이 없고 내가 관심 없는 거에는 니들도 관심 끄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경을 써야하는 건 뭘 알고 뭘 모르는 지라고 세뇌시킨다
나는 좋은 선생님의 방향은 최소한 알고 있고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하는 법도 최소한 알고는 있기 때문이다
애들은 서서히 벽에 붙어있는 시험 결과에 무덤덤해진다
어떤 애들은 60개 단어 시험 커트라인 54개 중에서, 열심히 해와도 30점대 후반을 지속적으로 치는 애들이 있다
표에 써진 결과에 지속적으로 30몇점이 수번 이상 반복되면
난 그 놈의 커트라인을 40개로 줄인다
대신 40개는 넘으라고 강요한다
그게 불공평하다며, 어떤 애들은 지들은 왜 54개를 넘어야 하고 어떤 애는 40개만 넘으면 되냐고 항의한다
나는, 그게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장치이고, 그런 장치가 있을 때 니들은 덕을 보면 봤지 손해를 보지는 않는 범위에 속해 있다고 말해준다
그런 게 손해가 되는 아이들은 상위 영쩜일프로나 그렇다고.
애들은 대개는 이해를 한다

한 소년은 숙제가 듬성듬성이었다
처음에는 대강 해왔다는 생각에 개처럼 짖었지만
두고 보니 그건 걔 성격이었다
그래서 애한테 숙제를 다시 설명하고 당분간 수업 끝나고 남아서 하고 가라고 했고, 소년은 동의했다
어느날 그놈 어머님이 애가 맨날 남고 늦게 온다며 상담전화를 하셨다
애는 벌벌 떨다가 나한테 뭐라고 상담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나는 그놈 엄마한테,
이놈의 현재 상태는 실력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은 시간이 걸려야 하니까 남기는 거라고 말씀드렸었다
어머님은 거듭, <그놈이 숙제를 제대로 안했나요> 하고 물어보셨고
나는 거듭, <제대로 안한 건 아니고 시간 문젭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놈은 그날 내 손을 꼭 잡았었는데,
그 의미를 미처 몰랐던 나는 그 다음 시간에 그 놈의 어떤 점을 개처럼 물어잡고 또 개처럼 짖고 개처럼 팼었다
하지만 그 애는 그렇게 쳐맞고도 그 다음에도 내 손을 꼭 잡았다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난 때로는 애들의 이해심이 어른들 꺼보다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은 한번 생긴 믿음을 잘 안버린다

+

그러니까 나는 좋은 강사이기도 하고 동시에 나쁜 강사이기도 한 거다
나는 직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는 거다
고민은 여러 지점에서 시작된다

얼마전 아무 이유없이 어떤 기운을 감지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나를 이해하고 내 행동방식을 이해하지만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욕>을 먹거나 내가 <화>를 내는 건 상처가 되는 거다

중3아이들은 학기가 끝났고, 기말고사가 끝나면 이제 고등부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수업도 다 끝난 마당에 한 놈이 단독 면담을 하다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내가 야단 친 거에 비해서 너무 서럽게 울길래 교무실 문을 닫고 말을 해보라고 했다
- 야단 칠 때 욕 좀 하지 마세요
그게 첫마디였다
- 이제 수업도 다 끝난 마당에 그 말을 이제서야 하냐. 알았다 앞으로 1, 2 학년 애들한테는 신경쓸게
유언같던 그 말이 어찌나 가슴을 찌르던지.
또 뭐가 서운했냐고 물어봤더니
하나를 더 털어놨고
거기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아이는 눈물을 삼켰다
또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제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랑질을 했다
뭔가 기분이 풀린거다
대신 이제 마음껏 욕을 못하게 된 나는 왠지 뭔가 서먹서먹해져서 애를 먹었다

어쨌든 아이들의 이해심은 상상을 뛰어넘고
동시에 원초적인 화나 욕이 사람에게 주는 상처도 상상을 뛰어넘는 게 확실하다
나는 좋은 강사이기도 하고 나쁜 강사이기도 한데
수 년째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모든 게 여전히 어려울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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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핑 2011.11.02 09:54

    님아... 님의 손을 꼭 잡아준 학생의 마음에 저는 눈물을 총총총 흘리고 말았어요. 이건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까..ㅜㅜㅜㅜ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05 14:16 신고

      아이들이 다가올 때마다
      그와중에도 낯가림이 발동해서 물러설 때마다(욕이란 욕은 다 해놓고, 정답게 굴면 낯가린단 말이에요)
      나 이뭐병... 이래요 흐흐

      아이들의 꿰차고 있는 그 넓은 세계가 있는데
      나는 항상 걔들 볼때마다 한편으로 마음이 초조해요
      성적, 성적, 성적.
      많은 얘기들을 해주고, 토론을 이끌어내보려고 하고, 내 얘기나 고민을 이야기 하고...그렇게 관계를 쌓으려고 하면서도
      분명 한켠에서는 급하고 초조한 게 있어요
      직업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어쩔 수 없나 싶고 그래...

 








멋진 레슬리 얼리 Leslie Early 씨는 멋진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멋진 씽어쏭롸이타다
나는 <한나씨>라는 멋진 지인이 있는데
레슬리 얼리씨는 <한나씨>와 함께 살면서
가끔씩 <한나슬리 싸롱>을 열고서, 먹고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노래를 한다

<한나슬리싸롱>에서 처음 레슬리씨의 노래를 들었을 때
목이 졸리는 것 같았다,
너무 멋져서.


+


레슬리씨가 5곡이 들어있는 첫 EP를 만들면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1,000달러 목표로 12월 1일까지 진행되는데
목표금액이 달성되지 않으면 모금이 취소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한분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레슬리씨의 첫 EP를 꼭 만져보고 싶기 때문에!

우선 레슬리씨의 노래를 들어보시고
뿅 간 다음에
저절로 모금에 참여!!


모금에 참여하려면 클릭 > 

 




레슬리씨에게 개인적인 관심이 자라났다면
여기로 > http://www.facebook.com/l.php?u=http%3A%2F%2Fleslieearly.blogspot.com%2F&h=EAQFcF3LO
            http://www.leslieearly.com/
            http://www.myspace.com/leslieearly
            http://www.cdbaby.com/cd/leslieea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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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jinbo.net/imaginer BlogIcon 2011.11.01 00:56

    음음.. 정말 좋네요..ㅋ

  2. addr | edit/del | reply 살금 2011.11.13 12:11

    진짜 오랜만에 들어왔다. 하운 보고 싶어. 우리는 언제 볼 수 있는 거야. -_- 이런 포스팅은 너무 눈물겹게 감사합니다요;
    우리 12월 17일에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할 테니 꼬오오옥 와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토요일이니까 괜찮지? 괜찮지?!!!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13 15:11 신고

      토요일도 못가요 못가요 :(
      토요일에도 일하는데 시험기간이어서요...게다가 요즘 사람들을 안만나고 있어요..그래도 한나슬리씨와의 인연은 꼬옥 쥐고 있어요 :)

  3. addr | edit/del | reply 살금 2011.11.16 10:29

    토요일에도 일하는구나? 기말고사 끝날 때쯤 아닌가? ㅠㅠ 아 슬프다. 하운 보고 싶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s://gotothezoo.com BlogIcon GOM GOM LOVER 2011.11.16 10:49 신고

      나도 살금씨가 보고싶어요!!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잘 안맞아...
      우선은 생각하는 걸로도 마음이 좋으니까 그걸로 됐어요!

         


                 

<Siberia>      by Echo and the Bunnymen, 2005



Where were we
Fearless and only ever scared of me
Peerless and tearless

That was me
Cold as ice
On my knees
Everynight
Snow white

Where were you
When all the doors were closing

It's you who chose

Not me
Cold as ice
On my knees
Everynight
Snow white

Where were we
When I was fearless and only ever scared of me
Peerless and tearless

Where am I
Still trying to find the light
That burns the northern sky
A rarer borealis

Born to be
Made of lights
On my knees
Everynight
Snow bright

Yeh thats me
Cold as ice
On my knees
Everynight
Snow white

Born to be
Made of lights
On my knees everynight
Snow 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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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2011.10.09 13:19 from 크리스찬곰

전에는 술 먹으면 이 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술은 안먹은지 오래됐고

이걸 기도로 한다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       by 어어부프로젝트밴드

책에서 읽어보듯 이곳 세상은 부명히 아름다운곳
나무도 태양도 바다,별,달도 아름다워라 분명히

정원에 꽃이 지는 어느 봄날
남자의 척추뼈가 분리가 됐네
남자는 그날부터 산소 대신에
한숨을 마시며 사네

지리한 장마 끝난 어느 여름날
남자의 아들놈이 차사고 났네
남자는 그날부터 한숨 대신에
소주를 마시며 사네

글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데 왜 많은 사람들은 이래야하나
그래서 오늘나는 아직 여전히
이처럼 빈둥거리네

나뭇잎 맥을 잃은 어느 가을날
남자의 마누라가 집을 나갔네
남자는 그날부터 소주 대신에
침묵을 마시며 사네

눈발이 창을깨는 어느 겨울날
남자의 집구석이 잿더미됐네
남자는 그날저녁 휘청거리다
염산을 들이 마셨네

글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데 왜 많은 사람들은 이래야하나
그래서 오늘나는 아직 여전히
이처럼 빈둥거리네
이처럼 혼란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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