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키우던 삼색고양이가 있었는데 여자애였고, 이름은 '꼬마' 였다 할머니는 꼬마를 보면 항상 "옷을 참 잘 입었어" 하고 말씀하셨다 털 색이 예쁘다는 표현이다 꼬마는 옷만 잘 입은 게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할머니 댁인 전남 장성 시골에서 도둑고양이로 태어났다가 고양이가 갖고 싶다는 나 때문에 서울로 오게 되었다 꼬마는 모래상자와 함께 커다란 박스에 포장되어서 고속버스 짐칸에 탔고 그걸 엄마가 터미널에 가서 데리고 왔으니,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하악 거리며 벽을 박박박박 긁어대며 성질을 부렸다 하지만 사춘기를 거치고 어른 고양이가 되었을 때는 꼬마는 손톱을 세우고 박박거리던 자태는 찾을 수 없이 우아한 삼색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그게 다시 시골로 내려가자 적절한 우아함과 타고난 야생성이 ..
처음 산 파이루즈 씨디에 들어있던 곡이다 라말라 레코드 가게의 청년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좋을 거라며 일종의 파이루즈 베스트를 권해줬고, 그건 우리나라로 치자면 조용필 골든베스트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파이루즈 누님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 저.......눈. 표정. 손짓. 울리는 성량. 목소리... 파이루즈가 부르는 사랑 노래는 사랑 노래라기 보다는 인생에 관한 노래가 된다 팔레스타인 지인들이 "파이루즈는 아침에 듣고 움칼숨은 저녁에 듣는다"고 얘기할 때, 파이루즈는 "아침에 마시는 커피" 같은 음악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상징적인 표현이다 실은, 파이루즈는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집트의 다방에 가면 온통 움칼숨이라던데... 다만, 움칼숨을 아침에 듣는 건 좋지 않다 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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