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려있고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불이 꺼져있어서 어둑한 곳에는, 집약된 기운들이 덩어리가 되어 쌓여있어서 고민없이 성큼 들어가면 안된다 그런 염들은 간절하지는 않지만 짙고 무거워서 숨을 쉴 때 들이키면 중독이 되고 만다 술이나 감기약이나 커피 같은 거에 취하면 감정을 지탱해주던 기둥이 사라진다 기둥과 함께 집이 무너지면 남아있는 것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장마였다 얼굴에 머리에 팔에 떨어지는 비가 시원하고 시원해서 그냥 걸었다 눈을 가렸지만 봤던 이미지가 없던 것이 되지는 않았다 해가 떴는데 아침같지가 않았다 하루만 여기, 이 모텔에 틀어박혀서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침대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모텔에는 침대가 꼭 있어야 한다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면 좋..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 갔더니 이게 일종의 소원을 들어주는 부적 같은 거라고 했다 돌이고 비쌌다 무슨 사막 한 가운데에 거짓말처럼 서있는 쇼핑센터였는데, 오직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만들었고 한국인 관광객만 오고 한국말을 잘하는 현지인들이 일하는 그런 데였다 비싼만큼 효과를 기대하면서 샀는데 엄마는 어딘가 마음에 안드셨는지 이걸 백퍼센트 주석으로 된 큰 컵에다가 넣어버렸다 이건 엄마가 좋아하는 품목 중 하나다 이거 말고도 오리, 개구리, 코끼리, 꽃 등이 있는데, 엄마는 가끔 오리들과 개구리를 둥글게 늘어놓기도 하고 마주보게 해서 대화를 시키기도 한다 이 달마상에 걸어놓은 팔찌도 엄마 솜씨다 웃는 자태가 해맑지만 않았더라면 변태같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사진에는 없지만 이거 뒤에는 비슷한 사이즈의 ..
왜 그를 따라가지 않았냐고 그 아가씨가 슬픈 표정으로 물었다 - 모르겠어. 어쩔 수가 없었어 어쩔 수가 없는 일은 세상에 없다고, 아가씨는 화를 냈다 - '따라가는' 게 아니었어. 처음에 우린 그렇지 않았어. 손을 잡고 같이 가는 거였어. 그냥 무작정 춘천에, 목포에, 도갑사에, 부산대학교에, 무슨무슨 기차역에, 아무데나 있는 건물들에 갔던거였어. 하지만 서울에 돌아왔더니 모든 것이 달라졌지. 서울은 모든 걸 다 바꿔놔. 그가 뒤돌아서 가기 시작했을 때는, 따라가야 했던 게 맞아. 그런데 그래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를 몰랐어. 그래서 따라가지 않았어. 어쩔 수 없었어. 아가씨가 자기 얘기를 해줬다 나는 밤새도록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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