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치,하면 왠지
두더지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두더지의 물고기 버전.

지인이 곰치국을 먹었다고 한다
난 요즘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데, 다 심리 상담과 약과 신앙과 나의 노력 덕분이다
아, 부모님이 항상 나를 기다려줬다는 게 먼저다
그래서 부모님과 놀러를 다니는데
어느 해안도로를 따라서 어느 해수욕장에 들어갔더니(고유명사 기억 잘 못함)
건물에 온통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하고 써 있었다
곰치국이 테레비에 나온 적이 있다고 하는데
테레비를 안봐서 잘 모르겠다
곰치국을 먹고 온 지인은
'조낸 맛있어요'
라고 했다
하긴,
그러니까 온 사방이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곰치국, 이었겠지

곰치국, 하면 나는 두더지국, 하고 어감이 같다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고, 오히려 먹어보고 싶기도 한데
그냥 이름에서 나는 느낌이 그렇다
두더지국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마 오랫동안 페스코채식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페스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육고기는 안먹지만 물고기는 먹는다



   
    
 

   
  

곰치 곰치 곰치 곰치 곰치










곰치가 쳐다본다






나는 채식을 안 한지 오래됐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홍초불닭을 먹기 시작했고
수년 동안 안먹은 걸 보충하려는 듯, 고기를 골라먹기 시작했고
안주도 막 고기를 시켜 먹다가
몸이 아파버려서, 실은 고기 때문에 아픈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원래도 물고기는 좋아하는 편인데
아구찜도 잘 먹고 회도 잘 먹고 홍어도 엄청 잘 먹는다
그러니까 곰치국도 문제없다

하지만 굴이나 멍게는 싫다
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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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일러 아저씨한테 반하게 된 것은
표정 때문이었다
쫌 어디서 맞고 다닌 듯한 얼굴에 서늘하게 웃는 표정이 있는데
나는 세상에서 그거에 제일 약하다
처음 만나서 인연인 걸 알았던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냥 얼굴만 보고 반한 건 처음이다
처음이어서,
가슴께에 이름표가 달려있는지 확인도 못했고
왼손 약지에 반지가 있는지도 확인 못했고
그런 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주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니지,
그 전에 할 일이 있는데
지금이 나한테는 일종의 차분한 기간, 이기 때문이다

1. 우선은 5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5월은 되어야 새벽에도 날이 따뜻해지는데, 난 요새 추위를 많이 탄다
   그리고 새벽에 밖에 앉아있고 싶다 졸린 건 싫은데 새벽냄새는 좋다
2. 일년동안 안만났던 가까운 지인들을 먼저 만나야 한다 순서란 게 있으니까
3. 한달 묵주기도 클리어... 그 정도 노력은 해줘야 손목에 십자가를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4. 그리고서 손목에 십자가를 새긴다 빅문오빠가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타투이스트도 괜찮다고 한다
5. 줄어든 귀를 다시 늘린다 목표는 12mm,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찾아서 하는 중이다
6. 약을 먹지 않아도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을 정도로
   약을 오래 먹은 상태였으면 좋겠다
7. 주양쇼핑 지하에 있는 빵을 종류별로 다 먹어본다 싸고 크고 맛있고 나는 빵을 좋아하니까
8. 담배를 끊는다, 오늘부로 다시 끊었다
9. 돈을 모은다 모으는 게 아니라 아낀다
10. 메모를 한다

일부러 숫자를 맞춰서 10개다

보일러 아저씨,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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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온 스펙타클 청년의 페북에서 퍼왔습니다
홍대에 있대요
닭발 좋아하는데.





+

이건 개새.
사진은 불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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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엄마는 입을 거랑 먹을 거를 챙기고
아빠는 갈 곳을 꼼꼼하게 수첩에다 적었다
운전은 아빠가,
운전 못하는 나는 조수석에,
아픈 엄마는 뒷자석에 누워서
아침에 출발할 때부터 눈이 왔다
눈 비스무레한 싸레기가 전에 한번 오긴 했었지만
제대로 펄펄 내리는 눈은 처음이었다

                 

고치같은 자태의 엄마                                                                  사진기를 피하시는 아빠



갈매못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올라가보지 못했다.
삼차원입체십자가가 멋있다



가족여행에서 스타일따위는 중요하지 않은거다! 따뜻하면 제일 좋은거다!
이날 아침 엄마는 나를 위해 솜바지를 준비해놓으셨지
하지만 차마 그것만은 입을 수가 없었어
미적감각은 인간과 역사에 대한 예의라고 항상 말해왔기에



                  

공세리는 영화촬영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엄마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을 바라보고 계셨다
성당에 들어가서 거금 만원을 내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는데
나와보니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깔맞춘 아빠 엄마



점심에는 간장게장을 먹고 저녁에는 매운낙지볶음을 먹고
차 안에서는 엄마가 개인별로 싼 과일과 떡과 달걀과 고구마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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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싸움

2011.12.07 20:28 from 공간/서울

재방송을 보는데 곰들이 마구 싸웠다

이 세상에는 마치 우주의 법칙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주스는 오렌지주스
쨈은 딸기쨈
인형은 곰돌이인형

하지만 실제 곰돌이는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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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the Field>   by Gabriel Boray








나는 이 그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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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대화2

2011.11.23 16:25 from 공간/서울

열심히 노력을 한다면,
종교인인 경우, 열심히 기도를 한다면,
또는 착하게 산다면

그러면 마땅히 와야하는 결과는 뭘까

그게 공부에서는 좋은 성적이고
사회적으로는 남에게 인정받는, 소위 성공이고
건강하거나 병이 낫는 거고
큰 키, 멋진 외모,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지 않다

그냥 확률적으로, 숫자로 따져봐도
'소위' 서울대연고대를 가는 아이들의 수는,
적다. 적게 정해져있다
'소위' 변호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소위' 삼성에 들어가는 사람의 수도
정해져있다. 적다
성인 남자 키 평균이 174인가라고 하던데
그 와중에 키 180이상인 근사한 남자친구가 생기는 경우는
(그것도 나는 가만히 있는데 무작정 와서는 '너같은 애는 처음이야' 하며 나를 열렬히 사랑해주는 경우는)
그냥 확률상으로 적다

그렇게 숫자로 '적게' 정해져 있는 게
기도나 노력이나 선행으로 주어지는 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거꾸로,
성적이 안나오거나, 몸이 아프거나, 돈이 없거나, 외모가 마땅치 않을 때는
(확률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해당하게 되는데도)
열심히 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고, 착하게 굴지 않은,
하여튼 뭐가 돼도 자기가 잘못해서 '벌 받은' 게 되어버린다


+


실제로 그런 가치관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쪽팔려하고 비난하고 불행해하는 경우는 너무 흔하다

성적이 아이들을 결정하는(이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뜻을 담고 있다. 때로는 말 그대로 성적이 그 아이가 '된다'. 성적이 낮은 아이는 가치가 낮아지고, 성적이 높은 아이는 그냥 가치가 높아진다) 시스템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적이 안나오면 스스로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 걔가 초등학교 때 어학원을 보냈어야 하는데, 저희가 맞벌이를 하느라 종합학원에 보내놓고 신경을 안썼어요. 그래서 듣기가 다른 거에 비해 약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애한테 미안하고 답답해요. 이제 어떻게 해야하죠?

모 외국어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때 서먹서먹한 아이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부모님 직업을 거수로 답하라고 했었는데,
변호사, 의사, 중소기업 사장, 고위직 공무원 등등 사이에서 단 두명이었던 자영업자(소위 '장사하시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 순간 자기 부모들이 쪽팔렸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사랑해준 부모가.

'남자친구 키가 컸으면 좋겠어' 가 아니라, '키 180도 안되는 남자를 왜 만나?' 하는 분위기에서는
둘만 있을 때는 좋은 애인을
자기 친구들에게는 소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쪽팔려서.
그리고 '겨우 그 정도' 남자를 만나고 있는 자기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는 그냥 공부를 못하는 것 뿐이다. 엄마도 아이도 잘못된 건 없다
사실 대다수의 부모들은 변호사, 의사, 중소기업 사장, 고위직 공무원이 아니다. 소위 서민이다. 그건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사랑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소한 스스로가 분열되는 그런 기준이라면
그건 애인의 잘못이 아니다. 본인이 가치가 없어서도 아니고.
 

+


나는 잠시 길거리에서 놀았었어
지금은 강사하니까 그나마 이렇게 치마도 입고 깔끔하지만 (BGM: 야유 '우~우~')
그때는 피어싱에 문신에 머리는 지금처럼 땋고서
꽃무늬만 보면 환장해서 분리수거함 같은 데서 주운 꽃무늬들을 이렇게 막 두르고 다녔었다고

어느날 새벽에 나같은 친구들하고 헤롱헤롱 노는데
양복 잘 빼입은 새끼들하고 시비가 붙은 거야
여러분이 나 보면 알겠지만, 내가 성질은 더러워도 먼저 시비를 걸거나 하진 않아
피곤하니까!
별 일도 아닌 걸로 파출소에 갔는데
그래도 경찰, 하면 뭔가 억울하고 그럴 때 제대로 판단을 내려줘야하는 거잖아
그런데, 들어갈 때부터 대우가 다른거야
그 양복놈들한테는 친절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 앉아서 이거 쓰세요'고
우리한테는 삿대질을 하면서 '니들은 꼴이 그게 뭐냐.' 이랬어
지나가던 개새끼는 '부모들이 뼈빠지게 고생해서 키워놓으면 저러고 다니고...쯧쯧쯧' 이러는데
그 혀차는 소리가 얼마나 분한지 모를거다
근데 말했잖아, 별일 아니었다고
경찰새끼 한 놈이 실수를 한거지
정도껏하고 입을 다물것이지 지 말에 지가 취한거라, 이랬어
'니들 중에 서울대연고대, 아니지 모모모모 대학(이렇게 한 일고여덟개를 주워 세면서) 거기 다닌 놈들 하나라도 있으면 내가 보내주겠다'
병신
우리 중에 있었거든, 그 대학 중 하나를 다니던 애가.
코 앞에 학생증을 들이밀고는
벙쪄 있을 때 우리를 다 끌고 파출소를 걸어나왔지

(BGM: 탄성 '이야~')

왜, 통괘하냐?

(BGM: 대답 '네~')

통쾌하지
근데 봐라
이거 통쾌한 얘기가 아니야, 졸라 답답한 얘기지
만약 우리 중에 그 대학 다니는 애가 없었으면,
그럼 어땠을까?
억울하게 뒤집어 썼겠지
그럼, 대학이 우리 자신의 성품이나 그 때 있었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데?
없지
그러니까 이건 통쾌한 게 아니야
(소위) 좋은 대학, 좋은 집안, 돈, 권력이 없으면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야

그럼 너네는 통쾌하게 살 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려고 기를 쓰는 게 빠르겠냐
아니면 확률상 소위 좋다는 대학에 안가더라도 억울하게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고 기를 쓰는 게 빠르겠냐

나야 학원 강사지만.


+



나는 그래서,
언뜻 '공평하다'고 주장하는 그놈의 경쟁 사회가 싫다

출발점은 엄청 불공평한 주제에
게다가 그 목표라는 것도 때로는 우스운데,
결국 모두가 확률적으로 낮은 어떤 목표를 향해가야하고,
무엇보다도 확률적으로 높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싸그리, 게다가 스스로 개새끼가 되어버리는 그게 싫다
그냥 있는 자기 자신이 부끄럽고 쪽팔리고 하찮아지는
그게 뭐야


+


...라고 애들한테 말했다
나는 애들한테는 내 고민을 거의 전부 다 얘기하는 편이다

하지만 기말고사기간이기 때문에
진도를 나가야 했고
본문암기를 하나라도 틀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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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녀 엉엉엉

2011.11.09 21:01 from 공간/서울

우리 성당 보좌신부님은 쫌 웃기시다
미사 때마다 농담을 찐-하게 하시는데,
저번주 일요일 미사 때는 무슨 농담을 하시다가
처음 당신이 사제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쉽게 보내주셨을 거 같냐고 하시면서
'그죠? 저라도 저같은 자식은 곁에 두고 싶었을 거에요.'
라고 하셨었다
근데 이랬다:
1. 그 말을 듣고 내가 즉각 이해한 내용- <나같이 걱정되는 자식은 어디 멀리 못 보내고 어머니 당신 곁에 두고 싶을 거다>
2. 사실 보좌 신부님이 말하고자 한 내용- <나처럼 멋진 자식은 나라도 보내기 싫었을 거다>

크면서 자식들은 부모 얘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너도 커서 너같은 딸 낳아봐라>
라는 말은,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엄마는 내 (지금 생각해보면 장난같은) 결혼을 반대하면서
<네가 커서 너같은 딸 낳을까봐...>
이랬었다..
저 말을 듣고서
저렇게까지 모두 품고가려는 모성애와 희생에 감사드려야 하나,
아니면 결국 내가 저만큼이나 속을 썩였다는 말이니 죄송해해야하나,
그냥 짜증을 부려야 하나,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젠장! 미안해 죽겠어!



+




엄마가 다시 입원을 하셨다
폐에 종양이 있는데,
우선 암은 아니고 떼어내기 좋은 위치고 뭐 하여튼
어떻게 보면 좋은 상황이다
젠장
하지만 나나 우리 친오빠 말고 다른 누가 <어떻게 보면 좋은 상황이니 힘내> 라고 말하면
죽여버릴테야.

아빠랑 엄마는 수술할 거라는 얘기를 언젠가 화요일에 듣고서도
그 주 목요일까지 나한테 얘기를 안하셨다
뭐 일부러 숨기신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에 <아 맞다, 내가 안경을 어따 뒀었지> 하는 식으로
그렇게 이틀을 넘긴 거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은 따로 사는 것도 아니고 같은 집에 사는데
이틀씩이나!

아빠한테, 그것도 문자로, 엄마가 수술할 거란 얘기를 듣고서 엄마한테 득달같이 전화를 했는데,
그런 나에게 엄마가 통화로 말한 내용 요약:
<사람은 다 혼자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결국 혼자 아프고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자기 자신을 잘 간수하는 것이 주위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그러니 너도 이런 거 가지고 전화하고 방방거리지 말고,
 지금껏 아무말 안하고 있었지만 네 방 청소 좀 하고, 나갔다 들어오면 손발씻고 이 닦는 버릇을 들이고,
 엄마 없는 동안 집 어지르지 말길 바란다.>

그래서 요즘 집을 어지르지 않고, 씻고 자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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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나

2011.10.30 00:02 from 공간/서울

나는 중등부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다
강사는 선생님과 다르기 때문에 나는 애들앞에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
'나' 아니면 '강사'라고 부른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었는데
내 골반을 풀어주던 선생님이 직업을 물어보시더니,
- 무서운 선생님이시죠?
하고 물어봤다
내가 벼락맞은 것처럼 놀라서
- 어, 어, 어떻게 아셨어요(학부모님인줄 알았음;;)
했더니
내 온 몸이 경직되고 굳어있다고 했다
성질 더러운 사람들이 보통 그렇다고 한다

나는 성적이 나쁜 건 본체만체 하는 편이지만,
숙제를 제대로 안 해온 아이들이 있으면 개처럼 짖는다
그렇게 세 번을 안넘기고, 그 다음에는 가방을 싸게 한다
가방 싼 애를 끌고 교무실에 가서는, 애가 보는 앞에서 보호자에게 전화를 해서
<학습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수업을 할 수가 없으니 돌려보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보강 날짜를 통보한다
애들은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바짝바짝 굳어간다

옆 반 동료 강사가 
- 이러면 되니 안되니. 잘못했니 안했니
하고 훈계를 할 때,

- 이 개새끼 눈깔아 공부하기 싫으면 학원을 끊고 다닐거면 공부를 해 하고말고는 니네 부모님하고 쇼부를 봐서 결정할 것이지 다 큰 것들이 줏대도 없이 끌려온 것처럼 기어와서는 강사랑 기싸움 하지마 죽여버릴테다 멍멍멍
하면서 짖어댄다
특히 머리 큰 애들이 돈과 강사 비율제의 권력구도를 이미 파악하고서
'데스크에 말할 거에요' 라든가 '이런 거 엄마한테 말해도 돼요?'
(그러니까 데스크를 통해 강사에 대해 컴플레인을 하거나 학원을 그만두면, 강사에게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이용하는 거임)
이러는 아이들에게는, 최소한 <아이>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모든 어드밴티지조차 절대 주지 않고 물어뜯는다
항상 촛점은
<네가 잘못했다>나 <반성해라>가 아니라
<네가 어떤 놈이든 나는 관심없으니 어설픈 기싸움을 신청해서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들면 죽여버리겠다>가 주제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기본적으로 포용하는 선생의 자세란 건 애초에 없다

애들은 나를 <개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내가 평소에 애들을 개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학교에서 서로 모르는 애들이 학원얘기를 하다가 <개새> 얘기가 나오면서
지들이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걸 깨달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건 귀엽다. 예전 별명은 <미친개>였다
나는 쇠파이프나 빨래방망이(애들은 엑스칼리버라고 불렀다)로 애들을 팼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제정신일 때는 애들에게 설명하려고 애는 쓴다
애가 우두커니 버려져 있을 때
그 애의 팔을 붙들고 말을 걸지, 랩실로 쫓아버릴 지는 
나한테는 순전히 선택의 문제지만
애들에게는 삶의 문제다
나는 개싸가지같은 놈들이 아니면 대개는, 애들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가서 말을 건다

내 방 벽에는 단어시험 결과와
내 반에서만 보는 독해 복습 시험 결과를 적어두는 표가 있다
처음에는 애들이 자기 점수가 공개적으로 적힌다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같은 이유로 아이들은 발표나 대답하는 것도 꺼린다
나는 수없이 반복적으로, 나는 니들이 맞고 틀리고는 관심이 없고 내가 관심 없는 거에는 니들도 관심 끄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경을 써야하는 건 뭘 알고 뭘 모르는 지라고 세뇌시킨다
나는 좋은 선생님의 방향은 최소한 알고 있고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하는 법도 최소한 알고는 있기 때문이다
애들은 서서히 벽에 붙어있는 시험 결과에 무덤덤해진다
어떤 애들은 60개 단어 시험 커트라인 54개 중에서, 열심히 해와도 30점대 후반을 지속적으로 치는 애들이 있다
표에 써진 결과에 지속적으로 30몇점이 수번 이상 반복되면
난 그 놈의 커트라인을 40개로 줄인다
대신 40개는 넘으라고 강요한다
그게 불공평하다며, 어떤 애들은 지들은 왜 54개를 넘어야 하고 어떤 애는 40개만 넘으면 되냐고 항의한다
나는, 그게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장치이고, 그런 장치가 있을 때 니들은 덕을 보면 봤지 손해를 보지는 않는 범위에 속해 있다고 말해준다
그런 게 손해가 되는 아이들은 상위 영쩜일프로나 그렇다고.
애들은 대개는 이해를 한다

한 소년은 숙제가 듬성듬성이었다
처음에는 대강 해왔다는 생각에 개처럼 짖었지만
두고 보니 그건 걔 성격이었다
그래서 애한테 숙제를 다시 설명하고 당분간 수업 끝나고 남아서 하고 가라고 했고, 소년은 동의했다
어느날 그놈 어머님이 애가 맨날 남고 늦게 온다며 상담전화를 하셨다
애는 벌벌 떨다가 나한테 뭐라고 상담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나는 그놈 엄마한테,
이놈의 현재 상태는 실력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은 시간이 걸려야 하니까 남기는 거라고 말씀드렸었다
어머님은 거듭, <그놈이 숙제를 제대로 안했나요> 하고 물어보셨고
나는 거듭, <제대로 안한 건 아니고 시간 문젭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놈은 그날 내 손을 꼭 잡았었는데,
그 의미를 미처 몰랐던 나는 그 다음 시간에 그 놈의 어떤 점을 개처럼 물어잡고 또 개처럼 짖고 개처럼 팼었다
하지만 그 애는 그렇게 쳐맞고도 그 다음에도 내 손을 꼭 잡았다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난 때로는 애들의 이해심이 어른들 꺼보다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은 한번 생긴 믿음을 잘 안버린다

+

그러니까 나는 좋은 강사이기도 하고 동시에 나쁜 강사이기도 한 거다
나는 직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는 거다
고민은 여러 지점에서 시작된다

얼마전 아무 이유없이 어떤 기운을 감지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나를 이해하고 내 행동방식을 이해하지만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욕>을 먹거나 내가 <화>를 내는 건 상처가 되는 거다

중3아이들은 학기가 끝났고, 기말고사가 끝나면 이제 고등부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수업도 다 끝난 마당에 한 놈이 단독 면담을 하다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내가 야단 친 거에 비해서 너무 서럽게 울길래 교무실 문을 닫고 말을 해보라고 했다
- 야단 칠 때 욕 좀 하지 마세요
그게 첫마디였다
- 이제 수업도 다 끝난 마당에 그 말을 이제서야 하냐. 알았다 앞으로 1, 2 학년 애들한테는 신경쓸게
유언같던 그 말이 어찌나 가슴을 찌르던지.
또 뭐가 서운했냐고 물어봤더니
하나를 더 털어놨고
거기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아이는 눈물을 삼켰다
또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제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랑질을 했다
뭔가 기분이 풀린거다
대신 이제 마음껏 욕을 못하게 된 나는 왠지 뭔가 서먹서먹해져서 애를 먹었다

어쨌든 아이들의 이해심은 상상을 뛰어넘고
동시에 원초적인 화나 욕이 사람에게 주는 상처도 상상을 뛰어넘는 게 확실하다
나는 좋은 강사이기도 하고 나쁜 강사이기도 한데
수 년째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모든 게 여전히 어려울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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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eria>      by Echo and the Bunnymen, 2005



Where were we
Fearless and only ever scared of me
Peerless and tearless

That was me
Cold as ice
On my knees
Everynight
Snow white

Where were you
When all the doors were closing

It's you who chose

Not me
Cold as ice
On my knees
Everynight
Snow white

Where were we
When I was fearless and only ever scared of me
Peerless and tearless

Where am I
Still trying to find the light
That burns the northern sky
A rarer borealis

Born to be
Made of lights
On my knees
Everynight
Snow bright

Yeh thats me
Cold as ice
On my knees
Everynight
Snow white

Born to be
Made of lights
On my knees everynight
Snow 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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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2011.10.02 22:15 from 공간/서울 아닌 곳


내가 갔던 베트남은
쉣이었다
태국에는 있었던 사람들의 여유나 편안한 눈길이
베트남에는 없었다
욕망과 사기와 무례가 드글드글해서
베트남에서는 하루빨리 떠나버리고 싶었고
떠나고 나서는 안도감이 들었다

김정환 시인이 본 베트남(하노이 서울 시편 - 문학동네)은
내 꺼랑 다르다



<공항>  - 하노이-서울 시편 1

100년 전쟁은 편안하다 하노이 공항
입국 절차도 하기 전에 별이 달린 군대 계급장
제복의 공안원은 시골처럼 꺼칠하고
여행가방은 귀성객의 보따리를 닮아가고
공습을 겨우 면한 역사 건물이
망가진 기념시계보다 편안하다.
문득, 5.16은 쓸데없이 육군 소장 박정희
라이방만 새까맣다.
쿠데타만 지독하고 지리멸렬하다.
100년 전쟁은 편안하다 제국주의(이 말도 벌써 소란하다)에 이긴 100년 전쟁은
사과도 사양하는
온화한 권위다.
이 말도 소란하다

6.25와 4.19, 그리고 5.16
숫자가 요란하다

우린 왜 그리 이를 악물고 살았던가



<첫 논과 밭>  - 하노이-서울 시편 2

좌우로 논이 펼쳐진다 첫눈이 내리듯
이전도 그후도 춥지 않은 첫눈 내리듯
그 위로 자상한 호치민 아저씨
입간판이 지나간다 가난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전망처럼
그래. 정말. 박정희 없는 60년대 혹은
반공교육 없는 70년대 같아. 냄새 숭한 빡빡머리 중고생 때
반공강연회에서 귀순간첩의 남파와 암약에서
드라마를 배운 나는
반공도 예술도 철저하지 못한
뒤늦게 그것이 다행인 나는
새마을운동이 저렇게는 안 되지
공장 건설도 저렇게는 안 되지
사랑의 남세스런 냄새를 처음 맡았던
대학 4년 때 베트남
'패망과 해방'이 겹치는 충격을 겪었던 나는
웬일인지 다시 군대 내무반 생활로 돌아와 있는
그게 지겹지만 운명인 듯 지겨움에 벌써 익숙해진
악몽을 꾸는 나는.
어쨌더나 그 세월 펼쳐진다 나무,
나무 사이로 첫눈 내리듯 논밭 펼쳐진다 공습의
흔적이 사람의 흔적으로 군데군데 묻어나느 하노이 외곽로
해체와 건설이 동시 진행되는 2차선 도로가 펼쳐진다
그럼. 그런 사소하고, 사소한 만큼 당연하지......
세월 펼쳐진다 '모종과 이중'의.



+



(반공교육 없는 70년대 같아. 냄새 숭한 빡빡머리 중고생 때
반공강연회에서 귀순간첩의 남파와 암약에서
드라마를 배운 나는
반공도 예술도 철저하지 못한
뒤늦게 그것이 다행인 나는
- 이 대목에서 웃었다. 흐흐흐)

내가 숫자 가득하고 천박한 우리의 6,70년대를 못 겪어서 그런가
아니면 딱 그만큼이 사소하고 일상인, 춥지 않은 베트남 첫눈의 '이전'을 못 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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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2011.10.02 22:01 from 공간/서울

2008. 9. 12

주위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나는 내 밖으로 세발자욱도 나가지 않아왔다
그것은 나를 중심으로, 웅크리고 비집고 들어가 있어야 하는 좁은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그게 세상의 전부다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간단했다
그들의 방식이 가진 내용은 어려웠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일은 쉬웠다
왜 천구백몇십몇년에 어떤 나라의 어떤 지역에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몇 천명, 몇 만명 단위로 죽이는 건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지를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활자로 그 사실을 읽고, 인식하고, 세상의 모든 불합리한, 불가해한 죽음과 광기들을 역사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간단했다

게다가 아..죽음과 광기.
그게 역사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랑이 있었지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것
그렇게 넓고, 다양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카테고리에 포함된 듯 하면서도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랑
...
하지만 난 그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그 자리에 들어갈 수많은 시간들과 상황들이
너무 개인적인 반경에 머물러 있어서
그렇듯 찜찜한 일반화된 이름을 붙이고 싶지가 않아서다

그 외부세계
죽음과 광기와 사랑으로 가득한 그곳은 내게 현실이 아니다
냄새맡고, 맛보고, 손 댈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지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곳은
내 발 밑이었다



난 억지로라도 나를 외부와 단절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전화기를 꺼두었다
한마디 해명이나 설명이면 오히려 영원히 잠잠할 수도 있었을 상황들을,
대책없고 고집스러운 침묵으로 뒤덮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던져놓은 돌에서 퍼진 파문조차 두려워서
더욱더 눈과 귀를 막았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만든 외로움이 격해져서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지각변동이 일어난 곳은 세 발자욱 안, 내 현실 속이었다

아마도 난 나자신을 더욱 좁을 곳으로 몰아넣거나,
아니면 내 세계 밖으로 밀어내서
조각조각 깊게 갈라져 무너져 내린 그 땅이 속한 곳이 내 현실 속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을 천명씩 만명씩 죽이지만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은
저 외부세계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은 것 같다

그곳에서는 재판이 일어난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한 사람을 죽이고, 그를 아프게 하고,
그 주변에서 애써 만들어진 아슬아슬한 균형을 무너져 내리게 만든 댓가로
변호사가 모이고, 검사가 모이고,
거쳐야 할 절차들이 나오고,
판결이 내려진다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죽음을 이해하는 데 번호가 달린 절차들이 등장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가 않다
그곳에서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꼭 잡은 속, 웃음 소리
호기심 어린 그 눈빛들도 전부 다
그곳에서는 자연스럽다

그 자연스러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고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인데도 아직 한낮인데도
코엑스 몰에 갔었다
그 많은 얼굴들, 손짓 몸짓으로 흘러다니는 감정의 에너지들,
서로 다른 관심사, 표정, 그들의 소리
거기서 들리는 간접적인 촉감
모든 것들이 너무 이해하기 쉬웠다
내겐 현실이 아닌 풍경이어서
쉽다

아니다
무너진 곳은 내 발밑이었다
내가 얼마나 망설이다가 손을 대고,
다시 한 번 대고,
촉감을 느끼고,
기억하려고 애도 쓰고,
그러다 내 얘기가 되어 내 발밑을 단단하게 지탱하게 되었던 현실이었다
아무리 눈을 막고 귀를 막고
말로 상황을 고정하려고 해봐도
현실과 풍경은 다르다
현실은 풍경이 되지 않는다

내 발밑이
조각조각조각조각 조각이 나서
깊게 갈라져서, 다 부서져 버렸다
나는 무서워서 눈을 막고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려는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도로 삼켜버렸다

아 맞다
외로운 게 아니고 무서웠던 거야

내 입으로 맛보고, 내 손으로 느끼고,
그 냄새가 노랫소리에 섞여 기억으로 남는, 그런 게 현실이라면
현실에서는 한 사람이 죽었는데 번호가 달린 절차를 내밀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이상한 거잖아

나는 이 모든 게 어떻게 된건지
언제부터, 어쩌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너무 다 이상한데
그렇게 간단한 절차에 간단한 방식으로...
그렇게 간단한 게 당연해서는 안되는 거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으니
좀 더 복잡한 설명을 해 봐.
내가 한 꼬투리 움켜쥐고 버텼던 이 믿음은
이렇게 사라지는 게 당연해서는 안되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망각이라는 거.
지금이 되자 다시 기억이 난 게 있다
 지금 이거, 전에 겪어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들부들 떨리는 외로움과 무서움과
온 촛침소리가 다 들리는 시간의 초조함과
고통을 느끼지 않고서는 멈추지 않는 이 체할 듯한 공허함을
전에 겪은 적이 있다
어떻게, 이런 걸 잊을 수 있었을까
아니 난 어떻게 그동안 이런 느낌을 느꼈다는 것을 잊은 채로
살 수 있었던 걸까

그럼 지금 이것도 잊을 수 있는 건가
그렇겠네

토할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좋은 선물을 줘야겠다
어쩔 수 없다, 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유로
현실을 외면하면서
망각을 택하느라, 오랫동안 알 수 없는 막막함에 시달려 온 나 자신에게
말초적인 선물을 주자

현실의 사람들에게서 눈을 돌리고,
이 아픈 시간에 우연히 함께 있는 책임을 뭍고,
내 편안함을 위해 기억과 함께 사라져주길 요구하면서도,
그 엄청난 반복을 반복을 했던 추억에는 손을 내미는,
이 얕은 나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선물을 줘야겠다

적절한 용기가 생긴다면
내 현실 안에서 가장 낯선 사람에게 가서
물어볼 것이다



원래는 꽤나 오랫동안 가지고 다니던 질문이었다
<의미가 있을까>
난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며칠 전에 대학로를 걸어가면서 물어본 것도
같은 질문이었다
<인간이 원래 이렇다면, 예술이 문학이 문화가 무슨 소용이 있어>

난 원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내게 적절한 용기가 생기는 날엔
낯선 사람에게 물어볼 것이다
대신 좀 다른 말로.
<난 어떤 사람이에요, 내 얘기를 해주세요>

그가 내 얘기를 해준다면
그 사람이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면
내가 누군가의 입으로 내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이 대책없는 도망을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다 믿을게
번호가 달린 꼬리표가 붙은 게 나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
말을 할 수도, 말을 들을 수도 없다
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은
고민하는 동안에는, 가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과 같다
난 또 반복한다




+


2011. 10. 2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이 있다
- 난 기억력이 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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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이런 건 원래 무섭지 않았다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라크에서 총에 맞을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다음부턴 좀 무서워졌다





             전에도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는 다마스커스 칼
             칼은 좋아한다
             뭔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날이 5.5cm정도면 어디든 갖고 오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내가 무서워하는 건 바로 이런거다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뵤족이들
벌써 손가락 끝이 오글오글하다 

난 주사를 맞을 때도 소리를 지르고, 헌혈을 할 때도 소리를 지르고,
특히 링거 같은 것처럼 바늘을 쑤신 채로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난 손에 딱 잡히는 그 감을 좋아해서
그 정도 크기의 돌멩이나 나무조각이나 인형을 좋아한다
그리고 분명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 양감을 좋아하는 것 같다
뭐든지 한 손감이다
아마도 다루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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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적인간

2011.09.23 12:20 from 공간/서울

난 버스를 좋아한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버스다
전에는 버스를 무작정 타고 아무데로나 가다가 뼈다귀해장국집이 보이면 내려서 사먹고 그랬다
서울은 무척 익숙하지만
실제로 길 하나하나 정류장 하나하나는 낯설다
모모번 버스 빼고.
물론 그 모모번 버스가 지나가는 길목 구석구석을 아는 건 아니다
사실 버스를 좋아하는 핵심이 바로 그거다
구석구석이 아니라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 광경에 익숙해지는 거다
수박겉핡기의 매력이랄까

퇴근을 하면서 중간에 내린다
삼쩜오키로짜리 떡두꺼비 랩탑을 들고 커피숍에 가서 일도 하고 책도 읽고 슬슬 졸기도 한다
잡지나 각종 사이트나 책을 훑으면서 만나서 두근두근하는 것들이 생기면
메모지에 옮겨적고, 사이트를 즐겨찾기 하고, 책 귀퉁이를 접는다
그리고 또 메모를 한다
하지만 목적은 메모 그 자체라서 사실 그 노래나 글귀나 사이트들을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크고 복잡하고 무서운 세상으로 가는 길목을 하나하나 수집하고서
멀리서 바라보는 거다

사람에게 가장 매력을 느낄 때는
존댓말하는 관계에 있을 때다
나는 친해지면 금새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쓰는 버릇이 있는데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쓰는 구역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리와 예의와 신뢰를 요구한다
그리고 쫌 애매한 분들은 온리 존댓말 구역에 몰아넣고
그냥 음미한다
이 때가 가장 좋다
그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은 깜깜해서 잘 안보인다
집을 옮기면 동네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가급적 빨리 주변에 있는 목욕탕(가지는 않는다), 커피숍(인터넷을 쓰려고), 마트, 버스정류장
을 알아낸 다음에
그 지점들을 잇는 최단 동선을 만들어서, 대개는 그리로만 다닌다
그리고 시간이 좀 나면 주변의 낯선 길들을 좀 걸으면서 구경을 하는데
갈 때마다 길을 잃는 편이고
구경하는 걸 아주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내가 서 있는 곳은 대부분이 통로이고,
그래서 그동안 살았던 집들이 집으로 느껴진 적이 없고,
나는 대개는 구경꾼의 역할을 했었다
내가 십년 동안 메탈리카와 곰 얘기를 하는 건
거의 유일하게 세상에 있는 것들 중 목적지에 나 스스로 도착했던 게 메탈리카와 곰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나머지는
스쳐지나간다
내가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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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서나 자고다니면서 또 어디서 잘까 항상 고민하던 시기였다

참고로 따뜻한 본가가 있었지만

본가의 냉장고에서 마구 수박을 꺼내 먹기엔 나와 부모님의 생활 패턴이 너무 달랐고

생활패턴이 너무 다른 데도 마구 수박을 꺼내 먹기엔 내가 너무 수줍었던 거다

 

어느 따뜻한 오후에 길에서 지인의 지인을 만났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으나, 나는 염치없이 하룻밤만 재워달라며 매달렸다

그는,

자기의 집에는 사람을 들인 적이 없으며

자기 집 근처에도 동행한 적이 없고

아무리 친한 사람도 자기 집을 알려준 적조차 없다며

거절했다

거기서 끝내야 하는 건데

나는 계속 조르고 조르고 또 졸랐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결국 그는 친절하게도 나를 재워주기로 했는데

조건이 있었다

 

그의 조건:

1. 11시 전까지 무조건 그의 집에 입장

2. 집에 들어오면 무조건 발을 씻을 것

3. 11시 이후에는 무조건 핸드폰을 끌 것

 

나는

네,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면서 약속을 했다

 

그의 예외적인 친절과 철저한 조건을 생각해보면,

나는 그 약속을 당연히 지켜야 했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우선 시간을 맞춰서 그에게 연락하여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발을 씻으려는데 그 집에는 샤워기가 없고 세면대 뿐이었다

발을 씻기 위해서는

한 발씩 가슴 높이까지 올린 상태로 빡빡 깨끗이 비누칠을 하는 곡예를 해야했다

나에겐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그것도 해냈다

 

문제는 핸드폰이었는데

그 날 난 자정에 걸려올, 당시로서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돌이켜보면 짜잔한

그런 전화 한 통이 예약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수를 해버린 거다

11시에 불을 다 끄고 완전 어둡게 잠자리에 든 후 한 시간 동안

난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하면서 그가 잠들었기만을 기도했다

그리고 12시에 전화가 걸려오자 잽싸게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가서

잽싸고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 별 것도 아닌 통화를 끝내고

쥐새끼처럼 살금 방문을 열었는데

 

방 안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방 한 가운데 그가 떡하고 서 있었다

나는 얼어붙었다

 

그의 예외적인 친절! 집을 제공해줬는데! 조건이 있었는데! 세심하고도 구체적인 조건이었는데!

약속을 했는데!!

내가 그걸 망쳐버린 거다

내 심장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방 안에 환하게 불을 밝히고, 방 한가운데 서서,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오그라들었다

 

- 약속을 어겼어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

- 너 때문에 잠을 깼어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

- 너 때문에 잠을 깼으니 살사를 춰야해

 

..

살사를 춰야한다고 했다

나는 살사가 뭐하는 건지도 몰랐다

그러자 그는 살사 스텝을 가르쳐주었다

마주보고 손을 맞잡고 앞으로 뒤로 지그재그로 하나둘 하나둘.

민망함에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는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말했다

 

- 웃지마. 살사는 그렇게 추는 게 아니야. 진지하게 추는 거야

 

나는 진지하게 살사를 추려고 노력했다

그 다음은 기억이 잘 안난다

진지하게 잘 추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떻게 그 밤을 보냈는지,

약속도 어기고 살사도 제대로 못췄으면서 어떻게 그에게 제대로 사과를 했는지,

안타깝지만 잘 모르겠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토록 가혹하게 살았던 나도 그런 실수를 했구나 싶다








페북 안천익 쟉이의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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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모트오빠 페이지에서 퍼왔다
춤같은 몸짓 Krump 다







Bratson 은 썹컬쳐(비주류문화) 놀이 프로젝트(그들의 홈페이지에 따라서)고, 춤을 추는 건 Monster Woo FAM 다
저 몸짓같은 쎈 춤은 Krump라고 한다
평소에 많이 봤던 브레이크댄스는 멋지긴 하지만 기계체조를 닮아 있어서
뭐랄까 발레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마찬가지로 느껴졌었는데,
크럼프는 좀 더 원초적인 몸짓이면서도 발작같은 맛이 있다



+


(페북에서 퍼옴)

얼마전에 어떤 교수의 문화평론을 본 적이 있다
<장기하>와 <달빛요정만루홈런>을 비교하면서,
장기하는 '싸구려커피'라는 단어를 쓴 것과 그가 '교대 근처'에 산다는(혹은 살았다는) 정보를 종합해볼 때
그렇지 않은 자가 가난을 이해하는 척하며 그것을 재밌게 표현한데다 인기까지 얻었으니 진정성이 없다고
숨어있는 계급적 관점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낸 이중적인 정서라면서,
반면 달빛요정만루홈런을 보라고, 얼마나 암울한 것을 암울하게 진짜 변두리에서 변두리 정서를 진정성 있게 담아냈냐는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그 말이 역겨웠다

같은 사실을 근거로 하는 개인의 감상이라면 상관없다
역겨웠던 지점은, 그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일반화시켜서 문화평론이라는 틀로 문화에 '진정성'을 강요하는 그 자태다

똑같은 수준의 예를 들어주자면,
내친구 동팔이는 실제로 가난하고 노래도 잘 만드는데 
'싸구려 커피' 뿐 아니라 '막장 내인생'이라든가 '허름한 옥탑방' '물차는 화장실' '훔친 내 자전거' '천박한 우리들' 등등의 표현을 쓴다
그는 주소지가 논현동인 물차는 지하 월세방에서 살고 있으니
이제 그의 진정성을 말하자면, 마치 외부에서 평가하는 듯한 눈으로 스스로에 대해서 말할 '여유'가 있는 
이중적인 정서가 되겠다
웃기네
똑같이 모순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주장하는 펑크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인 이중성의 승리라고 말할 기세다 

또 똑같은 수준의 예를 하나 더 들자면,
꼭 화장하고 제일 화려한 옷으로 차려입고 안하던 악세사리까지 온몸에 두르고는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 척 하는 한참 아래 제자를 따라서 클럽에 방문하신 모 여사(혹은 모 사장님)께서
한참을 춤 구경을 하시다가, 휘적휘적 춤을 추는 클러버들과 각기 춤을 추는 제자를 번갈아 바라보다,
'아니 얘, 춤은 그렇게 추는 게 아니야. 자유와 자기표현의 시대에 그렇게 남을 의식하는 듯한 딱딱한 춤을 춰서야 되겠니. 
좀 더 자유롭게 저들처럼 휘적휘적 추도록해. 남을 의식하면서 클럽에서 춤을 추는 건 촌스러운 이중성이야.'
라고 말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저런 강요적인 틀은 그대로 고수한 채
그 안에다가는 온갖 최신 사상, 하위문화, 대안문화, 인디문화, 새로운 트렌드, 자유, 표현, 재미, 예술, 거기다 지식까지
잔뜩 몰아때려넣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는 열려있다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자부심 또한 대단해서
감히 반박할 수도 없다

그건 마치, 흑백논리가 만연한 세상에서 분연하게 일어나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빨강과 노랑과 파랑을 인정하라고 외쳐부르면서,
막상 흐리덩덩한 검정, 얼룩덜룩 회색, 쥐색, 컴퓨터 팔레트에 온갖 문자와 숫자로 표현되는 무채색 퍼레이드에 대해서는
빨강인 척 하지 말고 검정임을 인정하라고, 뭔가 다른 척 가식적으로 굴지 말라고,
듣는 사람 속터지게 하는 소리를 하는 
그런 거다

소위 된장녀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굳이 있다면,
혹시 있을 수 있는 그네들의 등쳐먹는 습관(오빠, 나 xx백 사줘) 때문이지
그들이 밥값을 아껴 비싼 커피를 먹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커피 맛을 알고 커피를 좋아하는데 좋은밥과 좋은커피 둘 다를 사먹을 여유가 없으면
밥값을 아껴서 커피를 즐길 수도 있는 거다
남이사 그러든말든

대단한 평론가들
참 대단한, 그놈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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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실화다. 1983년 여름이다. 앨버트 스터블바인 장군은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벽을 응시하고 있다. 벽에는 그가 받은 수많은 훈장들이 걸려 있다. 훈장들은 그가 오랫동안 눈에 띄는 경력을 쌓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미 육군의 정보 부대 지회관으로 1만 6000명의 병사들이 그의 휘하에 있다......
그는 훈장들 뒤쪽의 벽을 바라본다. 비록 생각하는 것 자체가 두렵긴 하지만 그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무엇인가가 거기에 있다. 그는 자신이 내려야 할 선택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자기 사무실에 그냥 있을 수도 있고 옆 사무실로 가고자 한다......
그는 일어나서 책상을 돌아 걷기 시작한다. 그는 생각한다. 원자는 주로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공간이야! 그는 걸음을 빨리 한다. 나는 주로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지? 그는 생각한다. 원자야! 내가 할 일은 그저 공간과 융합하는 거야......
그 순간 스터블바인 장군은 사무실 벽에 코를 쾅 들이박는다. 제기랄. 그는 생각한다. 스터블바인 장군은 왜 벽을 뚫고 가지 못하는지 아리송하다.

- 존 론슨 <염소들을 노려보는 사람들>

스터블바인 장군이 퇴역 후 부인과 함께 운영하는 사이트 : HealthFreedomUSA
"무슨 약으로 치료를 해야 할지를 규정하는 기업들(정부의 강요를 통해)의 간섭 없이 영양보충제(비타민, 광물질, 아미노산 등), 약초, 동종요법, 식이요법, (살충제, 제초제, 항생제에 오염되지 않은) 무공해 음식"에 몰두한다. 귀중한 체액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은 빠져있다.           

www.healthfreedomusa.org



                                                                                                   - 이상 전부 출처: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나는 신앙을 갖기 위해서 이런 책을 읽는다.       
  리처드 도킨스 보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를 쓴 더글러스 애덤스가 삼백배 더 좋긴하다.       
  순전히 말투의 문제로!)      





우리나라에서 <초(민망한)능력자들>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개봉한 지도 몰랐기 때문에,
누가 저 이름을 말했을 때 뭔 소린지 못알아들었다

 
심지어 포스터도 이상함. 영화내용을 전혀, 조금도, 전실로 약간도 안보여주며, 게다가 의미심장하게 비추지도 않음     


이 영화가 지금 나온 시기가 마음에 든다
반전이라..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쩐지 전쟁들은 점점 더 다각도로 복잡해지니까 더불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문제다
히틀러가 있던 2차대전은 얼마나 독해하기 쉬웠던가
우리에게 일본에 핵폭탄이 투하된 일이 독해하기 하염없이 쉽듯이.

이들에게는 돌아볼 감정적 향수가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히피 스타일, 주장, 운동, 실천, 그게 뭐든간에
심지어 그게 결과적으로 그저 스타일뿐인 스타일, 무책임, 일탈, 중산층의 여유, 실패, 하여튼 뭐였든간에.

근데 중요한 건, 다시 말하지만 시기다
항상 현재가 중요한 거다
저 영화의 첫장면을 장식하는 스터블바인 장군의 벽치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나는 채식을 하다가 그만뒀고, 다시 물고기만 먹는 반편식을 하다가
역시 그만뒀다
그만 둔 이유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안말할거다

다 알고 있듯이,
문방구에 볼펜 진열되어 있듯이 슈퍼에 진열되어 있는 닭들은
이미지 속에서만 존재하는, 마당을 돌아다니는 꼬꼬닭들하고는 거리가 멀다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에 가둬놓고, 빨리 커야 하니까 호르몬을 마구 주면서,
그러면 당연히 괜찮을 리가 없으니까 그건 항생제 기타등등으로 메꿔서
그렇게 키워진 닭상품들(불행한 현대의 닭들아..) .
오늘 광대가 한 말이다
그리고 더불어,
- 그런 건 절대 먹고 싶지 않아
라고 말했다

나의 모든 생각이 행동으로, 즉 삶으로 연장되는 걸 막는 건
바로 그놈의
-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최악의 해석법이다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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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방식의 틀

2011.08.28 00:16 from 공간/서울

그렇게나 '진지함'을 강조하면서, 경계인으로 태어난 사람들마저 가식적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그 손가락들
아, 경계인의 첫째 조건은 DNA였나, 아니면 겉으로 명확히 보이는,
즉 단색이어야만 하는 거였나


그 너그러움은
흑백을 믿던 사람이 빨간색은 인정해주겠지만
그 흑색 속에 있는 다양한 파노라마를 보고서는, 가식떨지 말고 흑색임을 인정하라고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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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당신을 배신했다. 극복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아는 그런 집단들은 의리에 민감하지.
  의리에 민감하다는 건 배신에도 민감하다는 거야
- 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난 그를 죽이지 않았어요.
  그냥 그라서 그렇게 행동했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 충격은 인과성이 깨어질 때 오는 거야
  재판이 시작될 때만해도 너희 둘은 별 생각이 없었지. 하지만 그는 재판에서 말을 바꿨어.
  결국 너를 팔아넘기고 자기는 풀려난 건데, 감옥에서의 삼년은 증오를 키우기에 충분한 시간일텐데.
- 증오를 키우기에도 충분하지만, 작은 이해가 몸에 배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죠.
  그는 돈에 매달렸어요. 감옥에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던 거죠. 재능이 있는 놈이었으니까요.
  그는 나가자마자 다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고, 얼마간을 저에게 부쳤어요. 매달.

- 계좌추적은 이미 했어. 그래서 그를 공범으로 다시 잡아올만큼은 아니었다는 건 알고 있지.
  천만원을 벌어서 그 중 십만원씩 준 걸로도 만족이 되고 용서가 되던가? 웃기고 있네.
-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당신 말대로 그는 재판에서 말을 바꿨어요. 미리 말을 맞췄던 게 아니라구요. 확실히 말할까요?
  그는 날 팔아넘기는 대신에 돈을 주겠다고 했던 게 아니에요. 그냥 날 배신한 거죠.
  그런데도 그 십만원씩을 매달 부친거에요. 그 정도로 배신이 상쇄되진 않는다는 건 그가 제일 잘 알텐데요.
  삼년동안 서서히 그가 내 증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죠.

- 그럼 누가 죽였다는 거지?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한가지 분명한 건, 그는 어디에서나 그런 식으로 행동했을 거고 어떤 사람은 그의 행동방식을 알아보지 못했던 거라는 거죠.
  하긴,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하는 건 받아들이는 쪽의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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