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2011.08.05 18:17 from 공간/서울

잘 모르는 사람이고 강렬하지 않은데
계속 생각이 난다면
사랑에 빠진건가

나는 눈보다 귀가 큰 것 같다
분명 지금도 길을 가다 그를 만나면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겠지만
그의 목소리는 언젠가부터 주변소리에서 분리가 됐다

꽤 한동안 그저
목소리에 익숙해졌나보다, 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래서 그 한동안이 쉽게 지나갔던 거였다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쪼그맣고 귀여운 할머니가 돼서
옥수수 한자루를 짊어지고 무릎이 아프게 길을 가는데
어떤 친절한 아가씨가 다가와 그 자루를 들어주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난 사랑에 빠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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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누구야

2011.07.29 06:43 from 공간/서울

처음 시작은 충고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아 대화로 시작했던 건데.

- 공감하는 건 좋지 않을까. 게다가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싫다면
  이미 죽은 사람들은 어때, 예를 들면 예수님이라든가.

그래서 나도 대답을 하게 된 건데, 역시 첫 대답은 괜찮았다

- 예수님은 쫌 봤어. 아직 서먹한 사이지만 좋았어
  그리고 예수님한테 죽었다고 말하지마. 부활하셨어
- 성당다닌지 얼마나 됐다고!!! 실은 믿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그 맥락 속에서 곧장 고인이 된 인물들과의 소개팅 주선이 펼쳐졌는데
문제는 이 주선자 놈이 본인의 역할을 겸허하게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에 비해 절대적으로 그 인물들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는데
그게 당연한게 아니라 문제거리처럼 보였나보다

- 역사나 철학을 자꾸 미감 쪽으로 가져가는 걸 보면 미학을 얘기한 철학자들도 괜찮을 거 같아. 들뢰즈라든가.
  아, 영화를 좋아했으니까 라깡도 괜찮겠다.
- 예전에 영화동아리할 때 라깡 읽으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단 한페이지도 이해가 안가더라.
  무지 오래전이긴 하지만 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으니까, 지금 읽어도 이해가 안갈거야.
  그리고 하여간 그런 이름들은 들어는 봤는데 하나도 몰라. 새삼 어디서부터 봐야해. 그냥 뭉쳐놓은 진중권 책을 읽을래

그들이 낯선 떼거지라는 이유로 정중한 거절

- 막스는 읽어봤지? 그럼 그 다음은...
- 안 읽어봤어
- 헉. 이 무식한...

나도 막스의  <자본론>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그 책을 권했던 지인이 거의 빌다시피해서 내게 책을 맡겼다
굳이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 책은 책장 장식용이 되었다
그냥 단순히, 읽기 싫었다
단호한 거절

- 그럼 취향에 좀 맞게 가보자. 글쓰는 걸 보면 니체는 좋아하는 것 같고 벤야민은...
- 니체 안읽어봤어
- 니체를 안읽어봤어?
- 하나는 알아. 신은 죽었다
- 그건 니가 가르치는 애들도 다 알아!! 니체 안읽어봤어?
- 안읽어봤어. 그런데 벤야민은 누구...
- 멍청아 니체부터 읽어.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내 책장에 꽂혀있는 건 보르헤스밖에 기억이 안난다 (장르는 소설이지만, 지금 대화에 껴도 되고도 남는다)
그나마도 <찾아가는책>을 한다면서 다 길에다 뿌렸다
부질없게도

- 그렇게 무식한 줄 몰랐어. 합리적이고 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 합리적이고 지적인 거 맞아. 그냥 책을 많이 안읽은 것 뿐인데.. 그래도 음악은 많이 들었어
- 아, 음악! 지난 달 론 카터 공연 있었잖아...
- 그게 누구야
- 재즈는 별론가? 그럼 누구 좋아해?
- 메탈리카
- 메탈리카, 좋지. 스래쉬메탈 종결자. ㅋㅋ 또 누구 좋아해?
- ...메탈리카.
- ...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인데, 난 보르헤스랑 메탈리카 말고는 좋아하는 것도 아는 것도 없다
그래서 삼백보 양보하기로 했다

- 그럼 나를 잘 아는 네가 보기에, 난 어디서 독서를 시작해야할까
- 니체.
  대학다닐 때 네가 했던 말이 기억나. '나는 반항한 적이 없다'고. '반항할 대상을 인지할 수가 없었으니까 반항한 게 아니다'고.
  무지하게 반항한 주제에. 너는 술만 먹으면 엄마를 부르며 울었고, 장담하건데 너네 엄마는 맨정신에도 너를 부르며 우셨을거야.

퉁퉁 얻어맞고 푹푹 찔리고
이제 니체 책을 인터넷 주문하는 일만 남았다
돈 없는데.

근데 생각해보니,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하기만 할 뿐, 사실 전혀 모르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나한테는 그런 것 같다


(위 사건은 가능한 극적으로 재구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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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은 좀 됐으나 여전히 가슴과 정신에 불을 지르는 적절한 예시




           역사감1: 이게 바로 역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무개념 세상의 한 단면
                     (무개념 현상에 대한 담론들이며, 실제 내용은 그걸 비판하는 글들임)




            역사감2: 반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이런 경우는, 
                        비록 내 가슴은 무너지나, 받아들일 수 있음...ㅠㅠ






+




이미지가 난무하는 우리 시대에 역사개념까지 없으면 이 판은 난잡해질 거다. 하지만 그놈의 역사개념은 고리타분하게 조언처럼 강제적으로 다가온다. 그럼 남은 방법은.... 역시 나로서는 이야기밖에 없다. 처음엔 그게 문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문학은 너무 위에서 내려다본다. 최고의 매체가 왜그런가 했더니, 문학하는 사람들이 구석기시대 출신이라 그런거였다. 그래서 문학 말고, 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대안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페북은 너무 빠르고 트윗은 훨씬 더 빠르다. 속도감은 한번 붙으면 줄지 않는데...어디서 새로운 통로를 찾지...
    •  
      Ha-oon Kim 구석기 출신 아니면 별나라 출신. 둘다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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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짐이 많다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는 카메라가 있으니 그렇다치더라도
재밌는 건 카메라를 안들고 다닐때도 짐의 양은 줄지 않는다는 거다
그건 마치 십년 전에 비해 받는 월급은 늘었고 나의 생활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은데도
항상 돈이 없는 거랑 비슷하다

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집'인데,
꿈에서 나오는 내 집은 '집'이라기보단 항상 '통로'다
말 그대로 통로에 있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문을 잠글 수 없거나
여럿이서 우물거리며 머무르는 장소거나, 그런 식이다
그것도 아니면 재개발 중이다
것도 대규모로.

꾸준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원했는데도,
내가 그동안 살던 집은 왠지 '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나는 항상 내 집들을 '창고' 정도로만 느꼈다
들고다닐 수 없는 것들을 부득이하게 쌓아두긴했지만, 전혀 안정감이 들지 않았다
대신 당장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방에 쟁이고
그 가방을 들고다녔다
가방은 어느정도 만족스러울 때까지 점점 커지거나 늘어났고
허리랑 무릎은 점점 아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가방에 대한 페티쉬가 생기게 되고 만 것이다

      

                                               너무 깊고 각이 잡힌데다가 방수도 안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멋진 편에 속하는 가방의 예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가방을 찾기는 쉽지 않다


괜찮은 가방의 조건
1. 틀이 어느정도 융통성있는 것. 너무 형태가 고정되어 있으면 들어가는 양이 확실히 적어진다
2. 여는 통로가 많은 것. 옆에, 위에, 아래에 별도의 지퍼가 있는 게 편리하다. 크면 클수록 그게 진리다
3. 그물 주머니가 최소 한 개는 있는 것. 물통이나 우산 등, 뭔가 갑갑한 안에 넣어버리면 답답한 것을 막 집어넣을 수 있게
4. 어깨끈의 패드는 필수. 가방은 큰데 어깨패드가 없는 유명브랜드 가방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면 자본주의의 헛점을 볼 수 있다
5. 수납 공간은 충분히. 안그러면 지갑, 담배, 전화기, 메모지, 펜, 휴지 기타등등을 위한 가방이 하나 더 필요하게 된다
6. 예쁜 것. 항상 말하듯이, 미적감각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예의다


결국, 난 가방은 하나만 줄곧 들고다니는 편이라서 가방이 많을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가방 구경하는 취미를 갖게 됐다
옷이나 신발보다도, 가방을 보면서 얻는 만족감이 있다
그리고 새 가방을 살 때마다 항상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이건 여행을 갈 때도 겸사겸사 쓸 수 있어'

하지만 그 가방은 여행이 아니라 일상에서 매고 다니게 된다
매일 모든 것이 든 가방을 매고 집에서 나와서
약간은 추가되고 약간은 빠지지만, 어쨌든 비슷한 모든 것이 든 가방을 매고 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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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과제물

2011.07.03 15:02 from 공간/서울


아, 나의 입장에서는 과제물이라기보단 업무라고 해야하나보다



1.
에너지의 근원은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을 과거로 추억하면서부터 에너지가 사라졌다
그런데 사랑을 하기에는 에너지가 없다
이게 무슨 젠장맞을 상황이야

+  

2.
좌표찍기. 나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는 찾아야 한다
그 동안 믿고 있었던 나의 좌표가 사실은 둥둥 표류중인 부유물이었다는 걸 알았다
내 현실을 부정한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인 적도 단 한번도 없었다
그동안 나 대체 뭐한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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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봐야한다
이 장면이 최고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달에서 온 음악> 중 어떤 노래를 만났는데,
낯이 익었다
기억이 희미한 어떤 일을 떠올리게 하는 거였는데, (난 사실 어제 일도 가물가물하다)
굳이 영화로 말하자면, 저 장면이다
똑같이 낯이 익다


                                                                 <Little Victories>                    by  Giardini di Mir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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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꺼이 하는 취미활동이 많지 않은데,
그 중 하나가, 다음 아고라 - 즐보드 - 반려동물방,에 들어가서 동물들 사진을 보는 거다

그 훈훈하고 작은 게시판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법칙들과 다양한 관점들을 볼 수 있다
싸움도 난다
'동물한테 옷 입힐 시간 있으면 주변에 가난한 사람들이나 돌아봐라'
하는 종류의 사람들도 꼭 있지만,
동물을 무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도 싸운다

종종 반복되는 일 중 하난데,
한 사람이 여자고양이 불임수술을 시켰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랬더니, '사람의 잣대로 동물들이 고통받는 게 싫어요,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하는 답글이 붙었다
그러면, '그런 말 하는 분들은 동물 키워본 적 없죠? 특히 여아들은 불임수술이 얼마나 중요한데,' 하는 답답글이 따라온다
나도 잘 몰랐다면,
불임수술은 강아지 못짖게 하는 수술처럼 나쁜 거라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우리 봄이도 자궁축농증으로 눈을 감았다
나는 지금도 봄이를 생각하면 운다
봄이가 세상을 떠날 때 즈음 썼던 글은, 다시 보지도 못한다
강아지 불임수술을 반대했다거나 한 건 아니었고
그거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아무생각이 없었던 거였다
그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더라면, 일찍 불임수술을 해줬을 것이다
봄이에게 하염없이 미안하다

+

때로는 진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서 그 곳에 섰는데,
실은 알고보면 그건 '내가 잘못알았던 것'일 뿐 아니라
실제로 내가 서고 싶었던 위치도 아니고, 나답지도 않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어버릴 때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점점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딱 보니까 쓰레기 같았던 것도, 실은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고, 혹은 내가 해야하는 얘기일 때가 있다
어찌 그럴 듯 한데,
알고보면 쓰레기인 쪽이 더 무섭긴 하다

+

대신, 나에게 명확한 것은 난 편견일지라도 좋아하는 편이다
편견이어서 좋다
양쪽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애매모호하게 구는 건 질색이다
'개신교는 쉣이야', 라고 말했는데, '하지만 좋은 개신교도 얼마나 많은데.'라는 식의 얘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나는 '참 좋은 개신교도 많지만, 그래도 개신교는 쉣이야.'라고 말해야 한다
물론 앞뒤맥락이 있을 때의 얘기다

+

내가 어려서 배추흰나비를 잡으러 다녔던 배추밭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택시도 들어오지 않았던 동네에는, 신흥부유층을 대표하는, 이름만 대면 전국민이 다 아는 주상복합이 들어섰고
그런 변화를 겪던 어린시절에, 주변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동네에는 '구마을'이라는 데가 있었다
지금도 있다
말 그대로 '올드씨티'인 셈인데, '옆은 재개발이 돼서 고층아파트가 섰으나 여긴 아직 빌라와 다세대주택과 상가들이 있는 지역' 이라는 뜻인 거다
구마을과 아파트 단지의 차이는 없는 듯 있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구룡마을'이란 데도 있었다
지금도 있다
사람들이 등산을 하러가는 길목에서,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고 때로는 무관심하게 때로는 호기심에 돌아보는 동네였는데
'구룡마을에도 잘 보면 외제차 고급차가 득실하더라' 
라는, 완전 거짓말만은 아니지만 어조에는 악의가 있는 얘기도 있었다
같은 반에는 구룡마을에서 사는 아이들이 당연히 있기 마련이었다
그애들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그 중 아는 애들은,
조금은 꾀죄죄하고, 조금은 체격도 작았고,
게다가 운나쁘게도(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반에서 미운짓을 하던 애가 구룡마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럼 그렇지'
하고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아이들도 그 모든 상황에 어른스럽게 익숙해져있었던 거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라면을 끓여먹다 실수로 집에 불을 냈다는 소문이 났던 적도 있다
또, '그럼 그렇지'
하고 아이들은 다시 끄덕였다
우리를 그렇게 잔인하게 키운 것이 뭐였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최근 강남구청 앞을 지나면서
구룡마을 주민들이 공영개발을 반대하면서 당장 민영개발을 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는 걸 봤다
소복을 입고 꽹가리를 치고 더러는 드러누워 있었는데
시위치고는 다채로웠다
난 처음엔 욱,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곧 모든 게 헷갈려졌다
그러니까 공영이니 민영이니 하는 건 둘째치더라도
그 욱, 했던 게
어렸을 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잘못 찍었던 좌표 탓인지
아니면 커가면서, 나름 노력하고 생각하면서 찍는 중인 좌표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익숙한 이름과 주제에 아는 척을 하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어서였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광대가 전화를 했었다
포이동에서 큰 연기가 난다고 했다
이후, 눈으로 익숙해진 주변 인물들은 포이동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
나는 눈으로 그것들을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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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은 얘긴데,
큰 거 말고 작은 참치를 잡는 법이라고 했다
1. 돌고래가 지나간 뒤에는 꼭 참치 떼가 따라온다고 한다
2. 배에 작은 물고기를 잔뜩 싣고 가서 바다에 뿌린다
3. 그리고 비가 오는 것처럼 보이게 물을 분사한다
4. 반짝반짝하는 찌를 던진다
5. 그러면 눈이 침침해진 참치들이 그 찌를 먹이인 줄 알고 덥썩덥썩 문다
6. 그 때 참치를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막 건져 올리면 된다
7. 집에 갈 때쯤이면 배에 참치가 한가득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1번이다
돌고래를 따라다니는 참치라니
귀여웠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우리는 참치 잡을 때 돌고래를 해치지 않았음' 로고라는 게 있었다
 사람들이 참치는 맛있게 먹지만, 돌고래는 '사랑스러운 바다의 포유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치를 잡으면서 돌고래가 같이 당하는 거에 분노한 사람들이
참치캔을 보이콧 하고, 데모를 하고, 바다에 나가서 보초를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계 공통 기준은 없어서, 이 '돌고래를 보호하면서 잡은 참치캔 로고'는 종류가 많다

    
    
    
      

    
     
        
돌고래를 보호했다는 참치캔 로고들


 




돌고래 고기는 달다, 라는 구절이 있는 책을 어려서 읽은 거 같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노인과 바다>였을 것이다
배가 고파서 죽을 거 같은데, 배 위로 돌고래가 뛰어올라 왔던가,
그런데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그 배고픈 사람이 돌고래는 맛이 없다던가 해서 별로 먹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이 있는데
나는 영화를 먼저 봤다
이 영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제일 처음에 나오는 돌고래쏭이다



돌고래들은 알고보면 인간들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한데,
지구멸망을 감지한 돌고래들이 '인간들아 잘있어, 물고기들아 고마웠어', 하면서
달 위로 날아간다
경고를 무시한 건 사람들 쪽이다




난 먹는 것 가지고 크게 뭐라하는 편은 아니라서,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나란히 유영을 하는 두 물고기가(아차 돌고래는 포유류) 
한쪽은 철저하게 먹잇감으로 보여지고 한쪽은 보호해야할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별 생각이 없다
참치는 맛있고, 돌고래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든다
하지만 참치와 돌고래의 엇갈린 상황이 자꾸 나를 잡아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작가와 새를 좋아하는 동물학자가 함께 돌아다면서 쓴 책이 있다
<마지막 기회라니?>라는 책이다



엄청 재밌고 슬픈 책이다


이 책은 내가 유일하게 팬클럽에 가입한 <푼돈들> 팬카페에도 올렸었는데,

그때 <푼돈들>의 <다크박>님께서, <은하수...>를 무지 좋아하신다며, 한때 <습지를 탐방하는 생태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함께 하던 지인들이 떠나가는 바람에 안하게 되었다는데,
그 지인들이 돌아와서 그 책이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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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밑의속삭임            by 크라잉넛(feat.심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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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뱀이나 쥐 같은 건 좋아하고
풍뎅이 류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바퀴벌레, 매미, 귀뚜라미 등을 몹시 무서워한다

어젯밤 9시쯤에
집에 송아지만한 바퀴벌레가 나왔다

내가 그 바퀴벌레를 보고 숨도 못쉬고 있는 사이에
그 놈이 현관에 둘러 놓은 빨간 커텐 사이로 사라졌기 때문에
나는 왠지 별 생각 없이 그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벽 2시 정도에 그 바퀴벌레는 욕실 문 옆에 붙어 있었다
나는 또다시 숨을 못쉬고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그 바퀴벌레가 날았다
퍼덕퍼덕하는 날개 소리가 다 들렸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소리를 질렀는데
이불 밖으로 나온 팔뚝이나 등 같은 데가 얼음처럼 시린 느낌이었다

간신히 옷을 집어 입고
현관문을 열어 놓고 복도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송아지 바퀴벌레는 계속해서 욕실 옆만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형광등으로 날아들기를 반복했다
나는 토할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때리고 서서
그냥 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길 바랬다

그러다가 4시가 다 되어서야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가
가방을 집어들고 나왔다
나는 본가로 가는 택시를 탔다

아픈 엄마가 아침밥을 푸짐하게 차려주셨다
나는 송아지만한 바퀴벌레가 있더라고, 그래서 새벽에 택시를 타고 온 거라고 했는데
아빠가 자꾸 안믿고 바퀴벌레가 아니라 매미인게 아니냐며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나는 아침밥을 먹다가 새벽에 날아들던 바퀴벌레가 생각나서
몸서리를 쳤다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아침내내 먹은 걸 다 게워냈다

편치 않은 엄마와 아빠가 약을 사러 가신다며 온 동네를 돌았지만
약국 놈들이 싸그리 다 문을 닫아서 한 시간 만에 빈속으로 오셨다
엄마는 잔뜩 화가 나 계셨다

오후에 나는 간신히 성당에를 나갔고
엄마와 아빠는 바퀴벌레를 잡아주겠다며 내 집으로 가셨다
예비자교리가 끝날 때쯤 아빠한테서 문자가 왔다
- 한마리 잡았음. 욕실에서 엄마가.

집에 오자 엄마는 눈에 보이는 벌레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들이 더 무서운 거라며
외출했다 돌아오면 꼭 손발을 씻고 몇번이고 양치를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두 분다 바퀴벌레는 이정도 크기였다면서
손가락 한마디를 들어보이셨다
장담하건데, 그거 네 배는 되고도 남는다


 

                      이거다 이렇게 생겼다..우리집 바퀴는 미국바퀴. 미제는 덩치가 다 크다. 제발 오지마 다시는 오지마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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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K씨(본명)와 라이오넬씨(가명)와 써니씨(가명)를 만났다
나름 K씨의 총각파티였는데
우리는 원래 술을 왕창 먹고 노래방으로 마무리를 하고 해가 뜨면 집에 가는 코스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어제도 잘 지켰다

그리고 어제는 건강문제로 참고 참고 참았던 술을 몇 개월 만에 마셔버린 대신에,
서울이 절대 허술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몇몇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1. 러시아의 자존심

구소련의 KGB가 개발했다던가 밤늦게까지 영업하고 아침일찍 출근하면서 먹었다던가 하는
숙취해소 알약인데,
made in Russia라고 확고하게 적혀있고
이름도 Russia Identity의 앞글자를 조합한 <루스-아이디>다
포장 앞면에, 러시아 광대복장 같은 걸 입은 눈 풀린 아저씨가 그려져 있는데
손으로 마법을 부리고 있다
그게 아마도 숙취해소 마법인 듯 하다

최근 제약회사 영업직으로 인생의 전환을 이룬 라이오넬씨가 스스로에게 임상실험 중이었는데,
우리는 모두 그 디자인과 효력에 감탄을 감탄을 쏟아냈지만
써니씨는 그런 우리를 비웃으면서,
몇년 전인가 종로에서 술에 잔뜩 취했을 때 내가 오빠에게 줬던 그 약이 바로 그 약이라며
심지어 인터넷으로 박스채로 구입한 것이 지금까지도 집에 있다고 말해줬다

실무자보다 얼리아답터가 항상 앞서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고,
우리 삶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러시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그동안에도 러시아의 뜬금없는 멋진 그림들과 멋진 문학들과 멋진 사진작품들에 감탄을 한 적이 많았는데
이 약은 이름과 디자인에서 뭐랄까,
앞서간다





2. the Key Maker

이 표현은 K씨가 단지 홀로 인용해서 써오던 단어였다
K씨는 애플빠인데
나는 요즘 한번 사면 세계 어디에서나 쓸 수 있다는 아이폰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스마트폰 자체가 부담스러운 애매한 상태라서
K씨의 아이폰에 관심을 보이다가
화제가 예전에 맛이 갔던 K씨의 맥북으로 옮겨갔고
- 그래서 맥북은 어떻게 됐어요?
하는 나의 무심한 질문에
- 그거 고쳤어요. 키 메이커를 찾아냈거든요.
라는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출처는 <매트릭스 3>라고 하는데(나는 안봤다),
거기에 절대 열쇠를 만드는 Key Maker가 나온다고 한다
물론 그런 사람은 골방에 틀어박혀 있고,
어딘가 사교성에 문제가 있으며,
당연히 중국인이다

K씨가 말한 키 메이커는 신촌에 있다
간판도 없는 골방에 있고
성격이 더럽고 문 닫고 싶을 때 문을 닫고 모든 공휴일을 챙겨 쉬며
전화도 잘 안받는 아저씨인데,
모든 종류의 맥북 고장을 다 고쳐낸다고 한다
K씨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그 아저씨를 찾아내서 말도 안되게 그 맥북을 고쳤다는 거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나 중국 뒷골목에서나 있을 것 같은 헛점, 그 구멍, 그 신비로운 틈이 서울에 존재하다니!
나는 박수를 안 칠 수가 없었다




3. 무한상사 싱크로율 100%

영어강사로 순조로운 첫발을 디뎠던 라이오넬씨는
원래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이었고
수학이나 영어보다는 도덕과 체육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마저 준비할까 영업전선에 뛰어들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매우 값진 스시 뷔페를 제공하면서
- 자식이 어렸을 때 나이키 따위를 사주는 건 필요없어요. 보다 나이가 들었을 때 학비를 척척 대주고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공무원이 최고야!
라고 조언을 했었는데,
그는 스시 뷔페와 나의 조언을 둘 다 감사히 여기면서,
하지만 영업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현재는 멋진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우리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아침 6시에 헤어졌을 때, 그는 당일날 팀장님 딸 돌잔치를 가게 되어 있었다
팀장님 딸 돌잔치 뿐 아니라 
부장님 사촌의 결혼식, 이사님 당숙고모의 팔순잔치, 누구의 사촌의 팔촌의 발가락까지 챙겨야 한다는데,
예를 들어 노래방에 가면 충청도 출신의 부장님께서는 동선도 애매한 곳에 앉아계시면서
말단 직원들이 딸랑딸랑 불러제끼는 재롱잔치를 배경음악 삼아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이사람 저사람과 나누다가
때가 되어 누군가 미리 예약해둔 <충청도 내고향>인지 <내고향 충청도>인지의 전주가 깔리기 시작하면
- 어허, 또 이노래야? 그럼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나가서 열창을 하신다고 한다
그러면 모두들 자리를 박차고 나가 부장님의 앞, 뒤, 옆, 사방에서 각자의 포즈를 잡으며
손뼉을 치고 탬버린을 치고 화음을 넣고 박자를 맞추는데,
그게 또 한 번은 부장님의 고향인 대전으로 가는 당일치기 여행이었고
산행을 좋아하는 단 한 사람, 바로 부장님을 위해 대전의 모 산을 당일치기로 오르기 시작해서
모두들 기어서 정상에 올라갔을 때
- 정상에 오니 좋지 않나
라는 한마디가 떨어지자, 역시 기어가던 모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장님의 앞, 뒤, 옆, 사방팔방에서
- 그럼요 역시 정상의 공기는 상쾌해
를 외치는 식이라고 했다

나는 나름 개인사업자인데
앞으로는 좀 힘든 일이 있더라도 좀 참기로 마음먹었다
곰티비 무한도전 재방 중에서 <무한상사 야유회> 편의 평점이 왜 그리 높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


나한테 한국은 서울의 이미지가 크다
그래서 굳이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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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요즘 자전거를 타신다
살래살래 타는 게 아니라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양평이나 철원 같은 데를 팔구십 킬로씩 뛰고 오신다
과천이나 분당은 뭐랄까,
냉면 한그릇 먹으러 가볍게 갔다오는 정도

자전거 타는 데도 뭔가 요령과 규칙이 있다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음이 불편할 때는 자전거를 타서는 안된다'
는 거고, 또 하나가
'장애물을 만나면 반드시 직각으로 넘어갈 것'
이라고 한다

최근 엄마한테 당신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할 일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냐면, 뉴스에도 보도된 사건과 관련이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마음을 풀려고 아빠랑 자전거를 타고 분당을 갔던 거다
그리고 길에 작은 호스가 늘어져 있었던 거고
그걸 직각으로 넘지 못하고 비스듬히 미끄러졌던 거고
호스와 함께 밀려가면서 핸들이 180도 돌아갔고, 엄마 가슴을 쳤다

그래서 분당으로 가던 하천 공원길에서
아빠랑 다친 엄마는 도란도란 상의를 하신거다

- 119를 부를까
- 정신도 멀쩡하고 피도 안나는데 뭘. 그냥 슬슬 올라가보지 뭐
- 하긴 이런 일로 119를 부르기도 좀 그러네. 그럼, 나는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올까
- 그럼, 아빠가 자전거를 위에다 올려놓으면 난 길가에 가만히 앉아 있을께
- 그럼, 혹 택시가 올지도 모르니 여기 삼만원.
- 그럼 잘 다녀오세요

그렇게 착하고 합리적인 대화 끝에
아빠는 자전거를 도로 타고 차를 가지러 집으로 가시고
엄마는 길가에 오도카니 앉아계셨던 거다

(얘기를 듣다가 나는 속이 터졌다... 젠장!! 119를 부르란 말이야!! 119!! 119!!)

나조차 보기 답답한 그 자태를 부처님 하느님 알라님이 보시고
차도 안다니는 모중학교 뒤 그 골목 하천가에
착한 택시 기사분을 보내주셨다
그 아저씨는,
1. 엄마를 위해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싣고 엄마를 태우고
2. 차를 서울 우리가족 단골병원인 세브란스병원까지 살살 몰아주셨고
3. 심지어 미터기에 나온 요금만 받으시려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갈비뼈 3개가 골절이었다
팔은 인대가 뒤틀렸는지
엑스레이를 찍다가 통증으로 졸도를 하셨다
엄마가 눈이 천천히 뒤집히면서 정신줄을 놓더라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는 분명 많이 놀라셨던 거다

나는 어찌나 착하고 합리적이면 119를 부를 줄도 모르는 우리 부모님이,
아빠는 안좋은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사하셨다는 것과
엄마는 움직이고 돌아다니고 앉아있고 택시를 타고 오는 도중에 부러진 갈비뼈가 다른 장기를 건드리지 않은 것과
경기-서울 따블을 불러도 잘 안가는 요즘엔 착한 택시아저씨가 요정처럼 등장해서 엄마를 구해준 것이
진실로 감사했다

엄마는 오른팔이나 다리가 멀쩡하셔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씻을 수도 있고
다만 기침할 때만 힘들어하신다
나는 본가에 가서 내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고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처음에는 너무 우울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가만히 엄마 옆에 딱 붙어앉아 있었다
아빠는 동네 상가에서 뼛국을 사가지고 오셨고
저녁에는 친구분들이랑 민어회를 드시고 오셔서, 피부에 밤나무 가지가 좋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우리는 언제 한번 경동시장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완전 사랑스런 우리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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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활의 폐해

2011.05.12 07:42 from 공간/서울


지인들이 해방촌으로 이사를 갔다
원래 살던 사람들은 일종의 공동생활을 했는데
나는 지나가면서 흘끗, 살짝만 봤을 뿐이지만
집을 얼마나 개판으로 썼는지,
엉망진창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냉동식품들까지 싸들고
원래 좋아하던 402번 버스를 타고 남산에 도착했더니
지인1은 경사진 골목에다 장판을 깔아놓고 물과 세제로 뻑뻑 닦고 있는 중이었고,
지인2는 똥이 묻은 변기가 있는 화장실을 우엑우엑하면서 다 닦았고,
지인들의 친구인, 친절한사람1은 창틀을 떼고 사방에 물청소를 했다

나도 커다란 쓰레기봉투 두 개에다가
젖어서 축축한 드랙용 복장, 깨진 형광등, 찢어진 영화 포스터, 곤봉, 휴지더미,
썩은 콜라, 썩은 상자, 썩은 비닐, 썩은 나무토막, 썩은 화분,
등등을 집어넣어봤는데,
쓰레기봉투 두 개가 꽉 찼지만 전혀 치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공동생활이라는 거였기 때문에
누가 이 지경에 책임을 져야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는 거다
이 공동생활을 운영하는 사람? 아니면 거기에 마지막으로 살던 사람? 아니면 그곳을 스쳐갔던 에브리바디?
지인1은,
- 몸으로 때우는 거면 하겠는데, 돈드는 커다란 쓰레기들이 있어요. 그건 치워주면 좋겠는데.
하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많이 도와주지도 못해서 얌전히 있었지만, 속으로는 무럭무럭 화가 자라났다

요즘에는 성당에를 나가기 때문에 기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정다운 지인들에게 복이 내리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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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블랙홀

2011.04.16 14:26 from 공간/서울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공기가 어쩌다 모이면 빙글빙글 도는 토네이도가 되고
물이 이러저러하게 힘을 받으면 회오리가 생기듯이,
과학적으로는 굳이 설명이 되지 않겠지만 우리를 감싸고 있는 기운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허공, 어디쯤에
기운이 몰려드는 블랙홀 같은 게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라는

그런 데가 한참 허공에 있다고 치자면,
바벨탑이 무너질 때까지만 해도 안전하게 보존 되었셈이다
그 공간이 아니라 인류쪽이.
그런데 이제는 흔해빠진 고층건물 덕분에
인간의 생활 영역이 그런 기운의 블랙홀과 겹치게 됐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거기서 대부분을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집단적인 이상한 일에 대해
어느정도 설명이 되지 않을까




별 얘기가 아니라
새로 옮긴 직장 얘기다
8층 건물의 8층에 있는 작은 규모의 학원인데,
감정선도 이상하고, 피드백도 이상하고, 사람들도 단체로 이상하고
그냥 거기엔 이상한 규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나와 함께 입사한 언니뻘의 선생님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을 토로하다 보면
기운이 쭉 빠지면서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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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몸 어디가 잘못된 건지 궁금해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동시에 하려고 수면마취를 했다
우선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팔에 주사바늘을 꽂은 채로 30분 가량을 누워있어야 했는데,
난 특히 바늘이나 샤프처럼 끝이 뾰족한 것을 상당히 무서워하기 때문에
어찌나 긴장을 하고 있었던지 30분이 다 지나갈 무렵에는 바늘을 꽂은 팔에는 마비가 왔고
마취제가 들어가기도 전에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어떤 원리인지는 이해는 안가지만 왼팔에는 주사바늘이 여전히 박혀 있는데도(핏줄은 도대체 얼만큼 두껍고 얼마나 직선인걸까) 
사람들이 자꾸 그 팔을 들었다 놨다 하고

심지어 나를 왼쪽으로 돌아눕히면서 왼팔을 몸통 밑으로 쑤셔박으려고 해서
난 공포 때문에 가뜩이나 잡고 있던 마지막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수면 마취약이 들어갈 때는
팔이 뻐근했고 코에는 기분 좋은 마취제 냄새가 맡아졌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내가 간호사 한 분의 손을 더듬어 잡았던 거다

그 간호사 아가씨는 내 손을 꼭 마주 잡아 주었다

마취제라는 게 있어서 다행이다

그 사람들은 그걸 '잠꼬대'라고 불렀다
예전에 꿈에서 엄청나게 정교하고 합리적이고 어려운 인문학 공식을 만든 적이 있는데
물론 나에게는 그런 지능이 없기 때문에 잠이 깨면서 동시에 내용은 다 까먹었지만
대단한 것이었던 건 틀림없다
그러니까 분명 꿈에는 무의식 속에 파묻혀 있는 뭔가에 닿는 빙산의 일각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별 건 아니지만,
무의식이라는 공간에 어떤 원리로 이것저것들이 들어가게 되고 그 중 어떤 것들이 어떤 자태로 남게 되고
그것들이 기회가 닿을 때 어떤 자태로 표출되는 지 전혀 알 길이 없지만,
마침 내 속에 있는 그 공간에 마침 그런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상당히 재밌다
그러니까 매일 들고 다니던 가방 속에 웬 랜덤 포장 선물 세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두근두근 하는 거랑 비슷하다



"외국에서 살다 오셨어요?"

내 팔에 주사를 찌른 간호사인지 손을 잡아준 간호사인지 모를 아가씨가 나를 꽉 누르면서 말했다
내 체형이나 체질은 엄마를 많이 닮았는데
마취제 따위에 별 영향을 잘 안받는 엄마가 검사가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나갔던 게 첫번째였고
그 딸인 내가 역시 검사가 끝나자마자 좀 더 누워있어야 한다는 간호사들의 만류에도
자꾸 일어나겠다고 침대 옆에 붙어 있는 쇠막대기를 흔들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적 없고, 저 나가면 안돼요?"

간호사는 안된다고 했고, 1분 있다가 다시 내가 쇠막대기를 흔들어댔는데도 짜증을 안냈다
대단한 인내심이다
나도 월급만 많이 주면 나 정도 인간은 참아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난 결국 삼 분 만에 내 발로 걸어 나왔다

하여튼 결론은 내가 수면 마취 상태에서 그 사람들이 '잠꼬대'라고 부르는 걸 영어로 했다는 건데,
난 경계가 허술한 인간이라 잠시만 영어를 쓰는 환경에 있어도 영어랑 우리말이 뒤섞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전혀 영어를 뱉을 환경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게다가 무의식 중에 영어로 하고 싶은 말같은 건 전혀 없다

그래서 너무 신기하다
난 대체 왜 무의식의 공간에 영어따위를 재어놓았을까
무엇보다 난 내가 중얼거렸다는 그 말의 내용이 알고 싶어 죽을 거 같았다
분명히 멀쩡한 상태의 내가 추측할 만한 내용은 아닐 것 같다
뭘까 뭘까 뭘까
뭘까

어차피 기억이 안나는 거라면 지어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
오늘은 하루 종일 그 목록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마취상태에서 굳이 영어로 말할만한 것들의 목록
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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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2011.03.05 08:43 from 공간/서울


내가 사는 곳은 가로수길인데
우리집 근처에는 카페가 굉장히 많다
옷가게도 많고 음식점도 많고
상당히 예쁜 동네지만
어딜가나 서비스는 별로다
차라리 하위문화의 중심지'였'던 홍대쪽이 더 깔끔한 편인데
그걸 과대평가한 사람이 롯데시네마인지 롯데마트인지를 두리반 옆에 지었고
쫄딱 망했다
그러니까 홍대는 롯데씨네만지 마트인지와 가로수길의 중간 레벨쯤 되는 것 같다
요즘 동네에서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를 찾고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
내 미각이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찾는다'라는 사실 자체가 나한테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에 나는 아팠고
쫌 바보가 되었다
실은 천천히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픈 걸 계기로 공식바보선언을 하게 된 것 뿐이다


멋진 아가씨들을 찾기 좋은 장소는 게이바이고
좋은 책은 술에 취해서 새벽에 눈을 뜬 낯선 사람의 책꽂이에나 있는 거고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는 중계동 같은 데, 그러니까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난 술을 더이상 못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면 담배의 부작용이 더 심해지는데
그러니까 사실 문제는 술이 아니라 담배인 것이다
그래도 난 술을 안마시는 쪽을 택했다
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난 최근에 어떤 아가씨 두 명에게 반했다
한명은 Parov Stelar라는 일렉트로닉 재즈인지 스윙인지를 부르는 목소리인데
반한지는 꽤 됐지만
아직까지 점점 빠져드는 것으로 봐서
종종 내가 반한건지 착각하는 건지를 헷갈리게 되는
말초신경의 자극만은 아니라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한명은 사진으로 본 외국인인데
난 평소에는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아가씨가 데모를 하는 사진을 처음 본 순간 가슴이 뛰었고
내가 변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동선을 잘 안바꾸는 편이라
이사를 온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저 집 앞에 싸고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맛있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이 될 것 같은데
'싼' 부분은 아마 힘들 것 같다
내가 사는 동네는 물가가 비싸다


최근에 만성피로로 아팠고
직장을 그만두었고, 곧 다시 새 직장을 찾았다
어쩔 수 없어서 쉬어야 했는데, 막상 쉬게 되니 나한테 쉴 만한 돈이 없다는 걸 알았다
샌드위치 따위는
실은 현실적인 고민이 아니었던 거다


하지만 실은 우리 동네가 마음에 든다
자정까지는 북적거리지만 그 이후에는 다 문을 닫는다
조용한 와중에
집 옆에 있는 재즈바에서는 계속 공연을 한다
난 재즈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음악 소리는 좋아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창문을 열 수 있을 거고
그럼 음악소리가 더 잘 들릴 것이다


반대쪽에는 폐가가 있는데
고양이와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딱히 폐가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지만
폐가가 있어서 그럴듯 해진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딱 한 명을 제외하고) 가로수길에 올 일이 없다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역시 날이 따뜻해지면 길에서 사람들을 구경할 것이다
그럼 만성피로도 좀 가시고
허깨비를 보아야 현실에 발을 디딜 구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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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봤던 최고의 장면은
문득 등장한 양복입은 토끼 한마리가 사과를 토끼모양으로 깎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영상은 올해가 토끼 해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단지 감독의 주관적인 취향이었거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적인 그 광고(혹은 뮤직비디오)의 분위기와 맞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등장하는 또다른 동물은 눈이 하나인 부엉이었다
토끼 인간과 부엉이가 같은 영상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토끼 모양으로 깎은 사과가 가장 귀여울 때는
굳이 눈모양을 파거나 참깨 등으로 눈을 달지 않고,
토끼 귀 부분의 현실감을 살리겠다고 길고 굵게 파서 과장하지도 않고,
그냥 단란주점 과일안주에 나오는 것처럼 딱 그정도로 두번 칼집을 내서 잘라낸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꽤 전부터 지자체가 싸구려 이벤트기획사에 맡겨서 만들어 댄 관제물건뽀시라기들의 캐릭터 따위는
미적감각 면에서의 한심함은 말할 것도 없고,
안타깝게도 자본주의가 그나마 내세우는 겉껍데기 세련됨(그걸 발전이라고 하든가 선진이라고 하든가 경쟁체제의 핏빛 승리라고 하든가)도 못되는,
그저 안타깝고 처량한, 과장된 토끼사과의 귀때기 같은 거다



지상 13층에 있는 병원에는 로비에 초코렛과 과자와 팜플렛이 있었다
좋은 동네였고, 서비스도 좋았으며, 일말의 양심 따위가 아닌 제대로 된 양심과 실력을 갖춘
좋은 병원이었다
진료가 끝나고 내가 조심스럽게,
이보다 더 좋은 동네에 좋은 서비스에, 잠바를 걸치고 가는 아주머니들에게도 친절한,
참으로 프로페셔널한 어떤 피부과 얘기를 꺼내면서
가끔 여드름이 나서 거기에 가면, 꼭 끝나고 보습 마사지였나 비타민 마사지였나를 시키는데
마치 필수로 해야하는 듯 한 그 코스는 한시간이 걸리고 오만원 든다는 얘기를 하자,
의사 선생님은 웃으면서
세상은, 아니 최소한 한국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으며
점점 진료를 하는 병원보다는 시술을 하는 병원이 늘어가고 있고
그런 현실이 슬프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일수록 명절 때 친척들과 대화를 할 때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서로' 행복해진다는 부분이다

가장 실력 좋은 성형외과를 원했던 한 지인도
대규모 건물에 무더기로 모인 전문의들이 소위 번쩍번쩍하게 신생광고를 때리는 그런 경향으로'만' 가는 것에
열렬히 반대를 했다
그런 통일성, 말하자면 하향 평준화가 자본주의 첨단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마치 그 옛날 원효대사가 옳았다던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교도의 질문에 대해
신이 오랜 세월동안 차곡차곡 준비해놓은 대답과도 같다
포장지의 중요성, 전달 방식의 중요성, 브랜드의 중요성, 외모의 중요성 같은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미 잘 알만큼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거기에 대한 나의 반응 속도나 내용이 급격하게 달라지는데
그 정확한 기준은 나를 포함한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서로' 행복해진다는 부분이다
명절 때는 모든 것이 과도해진다
나의 말초신경이나 거기에 따른 부담감도, 사람 사이에서 오는 압박이나 감동도,
그리고 멀쩡했을 사람들이 서로 불행해지기 위해 마구 뱉어대는 그 이상한 말들도
너무 심하게 과도해진다
그래서 때로는 진료가 아닌 시술을 하는 병원의 원장, 혹은 그 일원이 되는 것이 '서로에게' 덜 피곤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기도 한다

오직,은 아닐지라도 주로, 명절 때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마땅히 그렇지 않는다면 명절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토끼를 깎아먹는 토끼라니,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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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있는 어떤 병들은 치명적이긴 한데 지속적이진 않다

예를 들어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은 어느 순간 나타났는데
찌르는 듯한 통증 때문에 아예 전혀 걷지를 못하다가
멀쩡하게 생긴 병원에서 멀쩡하게 생긴 의사한테 수십만원짜리 신발깔창을 산 다음에
어느날 사라졌다
그 의사인지 깔창장수인지가 명의였던 듯 하다

그리고 실제로 편두통도 있었다
맨정신에 혼이 나갈 것 같은 고통에, 게다가 왠지 머리가 아프다는 사실이 매우 거슬렸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시 난 어떤 아가씨 때문에 매우 상태가 좋지 않았었는데,
나를 괴롭게 하는 것도 편두통이었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실질적인 감각도 그 편두통 뿐이었다
그러니까 뭐랄까, 나와 편두통은 애증의 관계였다

반면에 기관지염이나 수전증 같은 건
내 이름만큼이나 오래됐고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에 대한 저항감이나 반발심도 훨씬 덜하다
재밌게도,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퇴행성관절염이 걱정돼서 몸무게를 줄여야 겠다는 생각은 단호한데도
항상 달고 사는 기관지염 때문에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간의 저주인지 축복인지가 망각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큰 저주인지 축복인지가 익숙함인 것 같다

익숙함
또는 면역력이라고 하는 것.
호되게 당하여 생기는 내성 같은 것들.

전에도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했던 게 있다
나는 폭력에 면역이 생겼나, 라고
나는 억울함과 분노에 면역이 생긴 적이 있었나, 라고
혹은 나는 감사함에 면역이 생긴 적이 있었나, 라고.

그런데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물어보면
대답이 달라질까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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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랑 돼지가 땅에 묻혀서 죽었다
고통이 스민 땅에서는 독풀이 자라날 것이다
나중에 이 모든일이 잊혀졌을 때도
독풀이랑 독가스는 계속 자라나서
그걸 먹은 사람들이, 나는 잘못이 없었다, 를 외칠 때,
아니면 '마트'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살 때,
그리고 천국 가는 문 앞에서 '지은 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기억 대신에 편두통이 생길 것이다

우리 모두의 편두통
죽지도 않고 건강하게 살아서 머리는 깨질듯이 아픈 편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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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추워요

2011.01.05 07:23 from 공간/서울

겨울에는 사랑이 와서
나는 하나도 춥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날 기관지염 진단을 받고
담배를 끊었더니
그녀는 담배연기와 함께
나를 떠나갔다

젠장 기관지염따위

술을 마시러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난 차가운 방에 혼자 있었다

냉장고 밑에서 귀뚜라미가 우는데
그게 진실로 귀뚜라미일까
전기코드에서 나는 소리일까,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새벽이 밝는다

그때쯤이 되어야
저녁부터 틀어놓은 보일러도 따뜻해지고
냉장고 귀뚜라미도 울지 않고
배고픈 것도 까먹고
잠이 온다
곧 출근시간이라는 것만 빼면 가장 좋은 시간이다











                                                                       Parov Stela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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