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고 다니는 가방이 무거워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땅을 보면서 걷는 편인데 어젯밤 퇴근 길에는 너무 추워서 문득 고개를 들었다 새로 이사간 집으로 가는 길에는 시장이 있고 그동안에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만 바빠서 몰랐는데 돌아보니 눈에 들어오는 문닫은 점포들이 갑자기 낯익었다 지금 살고 있는게 나중에 떠오를 때면 어떤 내음과 이미지들과 느낌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을,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바람에 그걸 하마터면 놓칠뻔 한 것 같아서 마침 그 날, 추워서 고개를 들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이사간 집은 계단 밖에 있는 대문이 대박이다 직장이 숨막혀서 죽을 것 같았고 하지만 사람들이 다 좋아서 딱히 탓할 곳도 없었고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 걷는 것조차 어색했었는데, 마음이 가는 한 사람 덕분..
요즘 기분이 좋지 않다 잘못한 건 없고 잘못된 것도 없는데 뭔가가 잘 맞지 않는다 불편하다 불편하다보니 만족스럽지 못해지고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초라하고 초라하니 조급해진다 난 그래도 이게 제자리걸음같은 내 생활에 서른살 방점 찍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정적이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스트레스는 심하게 받지만 상처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롤플레잉 해본 적이 없었던 역할들, 상황에 필요해서, 이기도 하고 상황이 자연스럽게 세팅이 되어서, 이기도 한데 의외로 많이 어색하진 않다 없던 면이야 애쓴다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니 지금 보여지는 내 모습도 어딘가 있었던 내 모습인게 맞을 거다 그렇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뱉어진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 이미 눈빛을 보냈다면 그것도 주워담을 수 없다 나쁜 자태 뿐만 아니라 어설픈 자태도 당사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도 돌이킬 수 없다 그래도 살아 있다면 기회는 있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절대 없을 기회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양력설이라고 하더라도 새해가 바뀌기 전에는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게 좋지 않을까 살아있는 우리들에게는, 절대없는가능성 같은 거라도 있으니까요 멋진 노래를 부른 Vic Chesnutt도, 일년 만에 벌써 또 잊혀지는 팔레스타인, 가자도, 또 모두가 다 아는 그런 사람들도 아무도 모르는 그런 개인적인 기억들도 안녕안녕안녕 Vic Chesnutt의 멋진 노래와 함께.
이야기가 좋다 모든 사람들한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고 이 세상 모든 관계는 일대일.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이야기들이 좋다 자꾸 담아두면 병이 된다고, 처음에는 회사 동료였다가 나중에는 친구가 된 한 지인이 말한 적이 있다 서로 별로 잘 알지도 못했던 초반에 들었던 얘기다 그래서 말을 헤프게 하라고, 그러면 혼자 가지고 있을 때는 크고 대단한 일이었던 것도 그렇게 헤프게 얘기할 만한, 별게 아닌 일이 된다고. 나는 얘기를 많이 안하는 편이어서 가끔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그게 '나'의 모습으로 비춰지기 보다는 독립된 에피소드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에피소드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텍스트에는 무릇 흐름이란 게 있어야 하는 법이다 + 이 날은 8월이다 몸이 좋지 않았지만..
의사 처방을 받은 게 저저번주, "알러지 약을 먹으면서 어패류를 피하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육년 째 육지 동물을 먹지 않는 반쪽 채식주의자다 페스크테리안 pescetarian 이라고도 하는데 고기는 먹지 않고 어패류와 유제품 등은 먹는다 나같은 사람은 어패류를 먹지 않으면 풀만 씹어야 하는데, 그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풀만 먹기 시작하면 가뜩이나 열정적이지도 않은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 음식이란, 고기나 어패류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 ...난 식당을 갈 수 없게 된다 회식을 할 때나 술자리가 생길 때면 아마 배가 고픈채로 술을 먹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조개구이와 새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의사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종로에 있는 조개와 새우구이 무한리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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