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갔었다 지겨운 여름이 시작되려던 6월에 엄마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네 토끼같은 딸년이 토끼같은 짓을 하네 엄마 난 속세에선 살 수 없어 먼 이국 땅 동굴 속에 들어가서 도를 닦고 돌을 닦다 그렇게 살거야 난생 처음 가본 춘천 엄마는 딸년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했네 볼품없는 길 가에 담배꽁초들 버려진지 오래되어 말라버린 빨간 마이 작은 담 아래 죽은 고양이 그리고 그 옆에 잊혀진 사진기 기찻길 옆 작은 냇가에선 스며버린 노랫소리가 환청같이 들려오네 삼백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
고등학교 때 채식을 시작했다 그 때는 육식은 일체 하지 않고, 달걀이나 달걀이 들어간 빵, 마요네즈, 라면 등도 먹지 않았다 해보고 나서 느낀 건데 우리 나라는 채식을 하기엔 전혀 편리하지 않은 나라라서 건강은 좋아졌지만 삶이 피폐해졌다 나이가 훨씬 들고나서 다시 채식을 시작했을 때는 물고기와 달걀을 먹기로 했다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는 생각보다 조금이라도 실현 가능한 생활을 하고 싶었던 거다 물고기라도 먹으면 그나마 외식도 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도 덜 힘들어졌다 게다가 난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해서 남에게 백프로 의존하는 식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물고기는 뭐랄까 식습관 범위 안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인 셈이다 동영상을 찾으려고 뒤지던 폴더에서 발견한 물..
8월 걷고 있다 술을 잔뜩 먹었고 난 술취한 기분이 좋다 나는 술에 취하면 사람들에게 다정하다 맨정신에는 잘 안보이던 나의 손짓하나 몸짓하나 말투 하나가 드러나는 게 신기하다 기억력이 매우 나빠서 항상 오늘만, 지금만, 나만 보고 걸었다 그래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나간 것을 잘 놓게 된다 시간도, 이미지도 없는 나의 기억들은 어떤 느낌의 덩어리로 그냥 떠돌다가, 가끔 필요에 의해 말로 설명하게 되면 그제서야 언어라는 뚜렷한 형상으로 새겨진다 그리곤 그대로 기정사실이 된다 난 내게 일어난 일을 모른다 기억을 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그 일에 대해 언젠가 얘기했던, 그 언어를 새기고 있을 뿐이다 지속적이지 않은 모든 것들은 나를 떠나간다 나의 시간에는 연속성이 없고 나는 사건들을 꿰맞추는데 양심의 가책..
난 이거 좋다 다만, "두 명 있데." 가 아니라 "두 명 있대." 가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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