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진정한 용사는 인생의 비참을 외면하지 않으며 눈 앞에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외면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애통하고,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러나 조물주는 항상 시간의 흐름으로 옛 흔적을 씻어내고 빛바랜 핏자국과 흐릿한 비애만을 남겨준다. 이 빛바랜 핏자국과 흐릿한 비애 속에서, 사람들은 또다시 목숨을 꾸역꾸역 부지해 가며, 사람들이 살고는 있으되 결코 사람의 세계가 아닌 현실을 지탱해 간다. 도대체 이런 세상이 언제 끝날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세상에 살아 있다.

 나는 예전부터 뭔가를 써야 할 필요를 느꼈다. 3 18일에서 이미 두 주나 지났다. 망각이라는 이름의 구세주가 강림하려 한다. 지금이야말로 나는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

 18일 아침, 나는 오전에 군중들이 정부청사 앞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다. 오후에 비보가 날아왔다. 호위병들이 발포, 사상자가 수 백이며, 유화진 군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나는 이 소문이 참으로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최대의 악의를 지니고서, 중국인들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서슴없이 진단을 내려왔었다. 그러나 나는 상상도 못했거니와 믿을 수도 없었따. 그들이 이다지도 비열하고 잔인할 줄을!

 더구나 언제나 미소를 띠고 그처럼 상냥하던 유화진 군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정부청사 앞에서 피를 흘렸다니!

 그러나 그날로 사실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녀의 시체가 그 증거였다. 다른 시체 한 구는 양덕군 군이었다. 그리고 보통의 살해가 아니라 학살이라는 것도 입증되었다. 몸에 곤봉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명령을 내려, 그들을 <폭도>라 불렀다.

 이어, 유언비어가 꼬리를 물었다. 그들이 남에게 이용을 당해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다.

 참상, -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유언비어, - 차마 귀를 열고 들을 수가 없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을 것인가? 멸망해 가는 민족이 왜 침묵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침묵이여, 침묵이여! 만일 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는다면 침묵 속에서 멸망할 뿐이다.

(유화진 군을 기념하며, 1926)

 

 

167

 전에 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 파티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잡아먹는 자도 있고 잡아 먹히는 자도 있다. 지금 남에게 먹히는 자도 전에 다른 사람을 먹은 적이 있으며, 지금 먹고 있는 자도 언젠가는 남에게 먹힌다. 그러나 지금 저는, 제 자신이 이 파티를 돕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항 선생, 선생은 제 작품을 읽어 보셨겠지요. 읽으셨다면 한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선생은 제 작품을 읽고서 의식이 흐려졌습니까, 아니면 맑아졌습니까, 침울해졌습니까, 아니면 활기있어 졌습니까? 만약 후자라면 저의 자가진단은 반 이상 실증된 셈입니다.

 중국 잔칫상에 오르는 요리 중에 취하란 요리가 있지요. 새우가 푸들푸들 살아 꿈틀거릴수록 먹는 사람은 유쾌하고 흡족해합니다. 저는 바로 이 취하요리를 거들고 있는 셈입니다. 성실하고, 그러면서도 불행한 청년의 머리를 깨어나게 하고, 그 감각을 예리하게 해줌으로써, 만일 그들이 재앙을 당할 경우 곱절의 고통을 맛보게 하였고 청년을 증오하는 자들로 하여금 깨어난 청년드르이 배가된 고통을 감상하면서 찌릿찌릿 쾌감을 느끼게 한 것입니다. 빨갱이 토벌군이건 혁명가 토벌군이건 간에, 유식한 자들, 예를 들어 학생을 체포하면, 노동자나 다른 비지식인들보다 훨씬 더 난폭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그들의 고통스런 표정을 감상하면서 한층 각별한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상상이 틀리지 않다면 저의 자가진단은 완전한 실증을 얻은 셈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저는 결국 아무런 할 말이 없음을 깨달았고,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유항선생에 답하여, 1927) 




170.

 아무 것도 모르던 때가 행복했습니다.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독약을 저에게 먹인 것은 선생님입니다. 저는 선생님에 의해 산 채로 술에 담궈졌습니다. 선생님, 제가 여기까지 이끌려 온 이상, 제가 가야 할 최후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제발 저의 신경을 마비시켜 주십시오. 아무것도 모르는 게 행복하니까요. 다행히 선생님은 의학을 배우셨으니, 제가 작가 양우춘 선생을 흉내내어 <내 목을 돌려다오!>라고 외친다해도 어려울 게 없으실 겁니다.

 끝으로 권고드릴 게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좀 쉬십시오. 더 이상 군벌들을 위해 신선한 요리를 만들어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와 같은 청년들을 지켜주십시오. 생활 문제에 쫓기신다면 <옹호> <타도>니 하는 글을 더 쓰시면 될 터이고, 위원 자리든 주임 자리든 선생님의 부귀 쯤은 염려하실 필요가 없겠지요. …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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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자가 정말로 인식에서 욕망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니다. 아니 매우 불행한 일이다. 정말로(!) 그랬다면 그들은 결코 새로운 인식의 창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성은 진리라는 아이를 가질 수도, 갖게 할 수도 없다. ......욕망을 몰아내고 객관적 사실과 가치중립을 내세우는 학자들의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임증'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인을 그 누구와도 혼동하지 않는다.>

 

+

 

<차라투스트라가 말을 이었다. 그들은 중력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는다. 강한 중력 때문에 그들의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중력의 영'이라 불리는 난쟁이가 자기 귓속에, 그리고 자기의 뇌 속에 무거운 납덩이를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중력의 영'으로 불리는 난쟁이가 당신의 귓속에, 그리고 뇌 속에 무거운 납덩이를 떨어뜨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차라투스트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그 의미에 대해 말해주었다.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하면 난쟁이는 그것이 예전에 이미 시도되었던 낡은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예전에 해봤는데 아무 소용없어!', '너 그러다 큰일 난다. 세상 물정을 통 모르는 녀석이군!' 뭐 그런식이다. 지혜와 관심을 가장한 난쟁이의 말들은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납덩어리이다. '중력의 영'은 경험, 관습, 도덕, 법률, 법칙 등 다양한 것들 속에 기거하면서 내 자유로운 비상을 가로막았다.

......

'유일신이 왜 그리 위대해졌는지 아는가?' 엉뚱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신이야 원래 위대한 자 아닌가? 그러나 뜻밖의 답이 나왔다. '그건 인간들이 왜소해졌기 때문이다.'>

 

+

 

<그런데 차라투스트라는 이 무리도 잘 보면 진짜와 가짜가 있다고 일러준다. 세상일에 냉소적이고 '세계에 싫증난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진자 '세계에 싫증이 난 병자'나 '기력을 잃어버린 자'가 아니라 '간교한 게으름뱅이'거나 '훔쳐먹기를 즐기는 쾌락의 고양이'들이다('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에 대하여'. 쾌락의 고양이라고? 그건 학자들에게 던졌던 욕이 아니던가. 그렇지. 차라투스트라가 답한다. 그놈들은 세상에 대해 뭔가를 아는 척 뻐기며 세상을 욕하는 데 바쁘지. 그놈들 눈에는 이놈도 틀렸고, 저놈도 틀렸지. 언젠가 세상을 떠나는 배가 한 척 있었는데, 그놈들 중 어떤 놈도 타려하지 않아. 그런데도 세상 욕은 끔찍이도 하더군. 세상에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작 세상을 등지진 않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

이들 입이 삐죽 나온 건 엄밀히 말해 세상 살기 싫다는 게 아니다. 그건 무언가 욕망하는 게 있는데 얻지 못했다는 것이지. 이들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야. 차라투스트라에게 물었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나서서 회초리로 때려야 한다. 회초리로 때려서 이들 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못된 고양이들에게는 회초리를!>

 

+

 

<차라투스트라는 단호했다. "중력의 영은 불구대천의 적이다. 나는 그것이 창조한 모든 것, 이를테면 강제, 율법, 필요와 귀결, 목적과 의지, 선과 악을 뛰어 넘고자 한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을 이해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자들도 제도와 법, 관습과 도덕이 그어 놓은 선을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 조금 벗어났다가도 그들은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처럼 다시 돌아왔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마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었다. 모두가 몸을 사렸다.

......

차라투스트라는 날개가 생겨난 이들에게 기대를 건다. 물론 날개가 있다고 해서 발로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보다 더 빨리 달리는 타조가 날 수 없는 이유는 그 머리를 여전히 무거운 대지 속에 처박기 때문이다"('중력의 영에 대하여'). 분명히 우리 주변에도 시대의 중력장에서 탈주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이들이 있다. 심지어 탈주가 초래할 위험성을 감수할 결심이 선 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기 시대 자기 삶에 대한 거부만으로는 결코 날 수가 없다. 부정과 거부는 여전히 무거운 자들의 정신이다. 중력의 영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중력의 영이 던진 그물에 걸리면 부정과 거부는 금세 반동이나 허무로 돌면할 수 있다.

무공을 잘못 익히면 몸을 망친다. 특히 이제 날개가 돋기 시작한 어린 새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정을 통해 도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변증법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약은 긍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다"('중력의 영에 대하여').>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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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좋아합니다
무지하게.

책: 보르헤스 단편집
사람: 김하운
배경음악: <Lotus Eaters>   by Moloko




주변의 좋아하는 물체들을 모았습니다


 


태국인가에서 사온 소원들어주는 부적.
엄마가 좋아하지 않으셔서 현재 주석으로 된 컵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떡찍기
손 안에 딱 들어오는 양감을 가진 것들을 좋아합니다


지포라이터를 모읍니다
이건 첫지포였던 곰지포(가출했음)에 이은 두번째 곰지포


팔레스타인에서 선물로 받은 자수지갑
땀땀뜨는 걸 그 동네에서 많이 봤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건 진실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사동에서 산 물고기


학생 하나가 가지고 다니던 얼룩소필통
똥꼬가 열려있어서 펜이 드나들게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반지 무지 좋아함


H.G.Giger 타로카드
어렸을 때 빌려봤던 공상과학단편집에 있던 삽화에서 보고 그 때 이후로 쭉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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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책 Walking Books Flying Books>
광고할 간단한 스틸 또는 동영상을 곧 찍으려고 합니다

우선, <찾아가는책> 참여는 아주 간단.
- 자기가 살면서 의미있었던 책, 현재 의미 있는 책, 하여튼 내 기준으로 뽑을 수 있는 책들을 수에 상관없이 추려주세요
- 책 목록 중에서 '기증 가능한 책들'도 꼭 생각해주시길.
- 책 안에 같이 넣을 1. 연락처(전화번호, 웹사이트, 블로그, 트위터, 기타등등) 2. 이름(가명, 실명, 별명, 기타등등) 3. 지령(책 받는 무명씨에게 시키고 싶은, 혹은 나누고 싶은 그런 '행동'들) 를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홍보용 클립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1. 하나,는 책과 그 사람에 관련된 걸로, 인터뷰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 그 책에 관련된 이야기, 기억, 추천하는 말, 연관어, 기타등등 뭐가 되었든지 얘기를 해주시면 됩니다.
- 물론, 그 책들을 추린 특별한 기준이 있으면 그 얘기도 해주세요.

2. 둘,은 간단한 이미지 스틸 컷입니다.
- 말이 간단이지 최소 열개 이상의 이미지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배경까지 생각하면 시간은 좀 걸릴 수도 있어요
- 그 사람의 동선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촬영 전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찾아가는책> 사람들은 지금까지 열명 정도...삼백명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때요? 소박한가요 -_-?








김하운 010-7119-0227 / rememberborabo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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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찾아가는책 Walking Books Flying Books>에다가는
행운의 중국빨강색 봉투를 붙였다
봉투 안에는 연락처와 지령과 때로는 기념품을 곁들였다
상래씨 말처럼, 그건 마치 도서관 책에 붙어있는 카드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을 때처럼
아니면 헌책방에서 산 책들 속에서 편지나 밑줄이나 쪽지나 기타등등과 조우했을 때처럼
그런 재미인데,
좀 더 인위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쏭의 트윗으로 날라온 반가운 소식

<쏭의앞밴드>의 쏭을 만나면 꼭-안아주세요, 라는 이 쪽지가 붙은 책을 받은 분이 대답을 해줬다는,
멋진 일이다

아, 말한대로 십년을 기다리면
뿌린 책의 십분의 일은 <나무> 도서관에 도착하려나.

<찾아가는책 Walking Books Flying Books>
업그레이드 버전:
영상과 음악이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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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책

WALKING BOOKS FLYING
BOOKS



 http://blog.jinbo.net/ssong/?pid=199 








곧.

coming soon.

@5월1일 10:30 홍대 두리반 무대A
@프린지페스티벌 길바닥평화행동
@...

/길바닥 평화행동
/쏭
/한나슬리살롱
/GOM GOM LO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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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inbo.net/channel/show/158


책들이 너무 많아서 책방은 매력이 떨어졌다
나누고 싶은 책이 있지만 누군가 그 책을 집어갈 확률은 로또 당첨 확률 정도

그래서
찾아오지 않으면 찾아가는 기특한 책들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주세요
헌책방에서 사들인 오래된 책 더이상 나오지 않는 좋은 책들 새로 나왔지만 퍼져가지 않은 책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줄게요

책 안에는 온갖 블로그 주소와 사이트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랜덤으로 넣어둘게요

로또를 사는거나 혁명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한 확률로
친구를 만듭니다

필요하다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하나 마련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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