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4.29 윤동주 서시 - 음악과 시 (4)
  2. 2012.04.26 시리아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Yoon, Dong-Ju(or Yun, Dong-Ju)   <Prologue>

"Let me have no shame
Under the heaven
Till I die
Even the sound of wind
passing the leaves
Pained my heart.
With a heart singing stars.
I will love all dying things.
... And I must step my path
That's been given to me.

Tonight also
The wind sweeps past among the stars."

(translation by The Korea Times, 2009)

윤동주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해방 6개월 전에 일본 감옥에서 세상을 떠난 윤동주 시인

작곡가 윤형주의 아버지는 그 조카의 유해를 가지고 한국으로 온다

그리고 "시도 노래다. 시 그 자체도 노래다. 작곡으로 시를 건드리지 말거라" 라고 윤형주에게 말했다고 한다.

 

 

 

+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세대에 이르자 폴 발레리는 1893년 시르크 데테 원형건물에서 개최된 라무뢰 연주회에 대하여 언급한 다음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홀의 맨 뒷자석에는 벽을 이루며 늘어서 있는 입석 손님들의 그늘 속에 한 기이한 감상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는 바로 각별한 호의를 입어 시르크 회관에 입장하곤 하는 스테판 말라르메였다. 그는 베토벤이나 바그너의 마력에 매혹되긴 하지만 동시에 고차원적인 라이벌 의식에서 오는 저 순결한 고통을 맛보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항변하고 잇었다. 그는 또한 위대한 언어예술가로서 저 음의 신들이 그들 나름대로 내뿜으로 퍼뜨리는 바를 판독하는 것이었다. 말라르메는 어떤 숭고한 질투심에 가득 차서 연주회장을 나섰다. 그는 너무나 강력한 음악이 그에게서 훔쳐간 신비스럽고도 중요한 그 무엇을 우리의 예술을 위하여 다시 찾아올 방법이 없을지 절망적으로 모색했다. 시인들은 그와 더불어 눈이 부시고 풀이 죽어가지고 시르크 회관을 나서는 것이었다.

 이 마지막 문장은 시인들, 눈부심, 풀죽음(눈부심이란 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먼다는 뜻)이라는 세 마디 말이 지닌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시인들이라면 필시 그럴 것이다......음악은 시에 너무 가까워서 시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다. 그 점이 바로 멜로디로 옮겨놓으면 불협화음으로 변해버리는 시의 위험이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내 시와 나란히 음악을 갖다놓는 것을 금지한다!"  ......

음악이란 것이 과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

 

 

 

오, 그래야 하는 군, 하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대로 깊이 깊이 공감하는 거다

마르셀 칼리페 Marcel Khalife는 시인 다르위시 Mahmoud Darwish의 시로 노래를 만들었고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 음악들은 아름답다

온 삶과 음악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했던 마르셀 칼리페와

나는 느낄 수 없지만, 아름다운 아랍어의 운율을 현대적으로 끌어와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마흐무드 다르위시와

그들이 서로 바라보며 그 시와 음악을 사람들을 향해 뿜어내는 건

그 자체가 아름답고도 의미있는 예술이었다

 

나는 어어부프로젝프밴드를 몹시 좋아하는데

백현진의 '시'도 그의 음악과 함께 하나가 된다

그 음들이 아니면, 도무지 그 말들이 살아나지가 않는다

 

 

+

 

 

나는 해독이 안되는 세상을 분석하려 애쓰기 보다는

나 좋을 대로 쪼개고 재배열해서 멋대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문제 상황이 생겼지만 도무지 적절하게 대처할 수가 없을 때면

그 문제가 아예 없었던 척을 한다

그 짓거리를 하다가 쌓여서 마음의 병을 키우긴 했지만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꽤 효율적인 방법이다

 

최근에 본 시리아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나도 카메라 앞에서 솔직한 척, 드러낼 수 있는 범위가 있고(이것만으로도 꽤나 솔직하게 들춰낸 건 맞다)

카메라를 꺼주시겠어요, 한 다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테면

내가 이스라엘 트랜스라고도 불리는 싸이트랜스, 그중에서도 이스라엘 디제이들을 몹시 좋아한다는 건 전자에 해당하고,

...

메탈리카가 텔아비브에서 공연을 했으며, 나는 침묵을 했고, 그 2009년을 내 인생에서 통째로 들어냈다는 사실은

후자에 해당한다

 

효율적으로 뭔가를 하려면

일반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을 치울 때도 마찬가지다

서재에 있는 책상 오른쪽 두번째 서랍에는 내가 수집하는 지포라이터 부수물들이 들어 있는데

정리한 지가 오래돼서 껍데기랑, 손보지 않은 라이터 몇 개랑, 라이터 돌이랑 심지가 엉켜있어서

그것만 정리하는 데도 하루는 걸릴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절대 방을 치울 수가 없다

방을 치울 때도 디테일은 과감하게 무시하는 일반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음악과 시와 이야기(삶이라고도 한다)에 대해 헷갈리는 상태를 내버려두는 게 나을 것 같다

내 친구들이 독일에 있는데

나는 소심하게 혼자 루프트한자 항공 보이콧에 참여 중이고

가장 싸고 편하게 독일에 갈 방법이 없어졌다

 

최근에 아픈 아기를 위해 결혼 신고를 하게 되는

어떤 비혼자 아가씨와 청년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사람이 시스템에 대항하는 게 어려운 건

폭력도 폭력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가능성(좀 더 편하거나 쉽거나...혹은 목숨을 구하거나 하여튼)을 눈 앞에 두고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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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기록하는 아가씨, 그 일을 말리려는 그 아가씨의 변호사 오빠.

각자의 위치에서 던져지는 말이 무지 공감되고 또 고민되었다.

그냥 어떤 일이 있었어, 그렇게 나빴어, 혹은 심각했어, 의 나레이터식 서술이 아니라,

그 안에서 그들이(그리고 우리도) 감추어 놓은 심리의 기복까지 드러나는 거다.

 

 

 

1.

감옥에 갔다 온 아리따운 아가씨는 자유분방한 차림이다.

에스틱한 큰 스카프를 두르고, 간식 겸 식사일 것 같은 과자통을 들고, 담배를 피우고, 말할 때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카메라 앞에서 한 얘기는, '다른 사람은 안그랬다던데 나만 남자 교도관 셋 앞에서 옷을 벗어야 했다'는 내용이다.

 

근데 내가 더 공감했던 건, 그 아가씨가 카메라를 꺼달라고 한 후 말했던 내용이었다.

기준과 가치관이 다 사라져버린 심문실이라는 공간, 나에게 폭력이 닥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사람들은 연기를 한다.

그 연기는 상관도 없는 내 친구들 이름을 대고 여기서 나가겠다는 그런 식의 거짓말이 아니다.

그건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그 연기는 그냥, 그 상황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까지한, 평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성격을 따온 듯한

그런 행동인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경험은,

때로 배신이나 인간적인 욕망의 추구 등 보다 저급으로 취급받지만 명확한 행동보다도 오히려 더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카메라 앞에서 말했던 솔직한 내용들과 카메라 앞에서 말할 수 없었던 솔직한 내용들의 차이가 그것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2.

감옥에 갔다 온 남자는 사색적이고 눈이 깊어보인다.

나는 그의 말 혹은 머리 스타일과 마른 체형 때문에 키파가 생각났다.

그는 자기가 왜 감옥에 갔는 지 모른다.

그래서 주변 모두를 의심하게 되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옥에서는 어떤 이유로 복도 보일러에 손이 뒤로 묶인채 눈을 가리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그를 때린 사람 중에는 교도관이 아닌 청소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독 한 사람은 멀리서부터 달려와서 발차기를 날린다. 마치 그게 재밌다는 듯이.

폭력을 행하는 교도관(혹은 기타등등)과 두려움에 떨며 그것을 당하는 사람 사이에,

더 이상 정부 대 반군, 안정 대 혁명, 가치관과 이념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시스템의 영향으로 굉장히 뒤틀려있으나 또한 굉장히 개인적인 관계만 남아있다.

나를 때린 나쁜 새끼, 잘 대해주는 좋은 사람, 청소부주제에 나를 때리다니......

 

폭력에 길들여져 간다.

그 폭력이란 게 바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나는 환경에 익숙해져 간다.

비명 소리로 사람들을 알아보고, 누구 차례인지 세게 되고(마치 계단을 올라가며 세보듯이),

자신이 어디 갔다온 사이에 그 순서가 틀리면 비명이 아니라 추측했던 순서가 틀렸다는 그 사실에 신경을 쓰게 된다.

고문 당하는 비명소리에 인간적으로 아파하고 분노하는 게 '겪지 않은' 우리들이 추측할 수 있는 경험의 한계라면,

그것이 일상이 되는 환경의 사람들은 또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에 스스로 놀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극을 통해서 그것을 간접적으로 겪게되는 우리도 마찬가지.

 

 

 

3.

카메라를 든 아가씨의 고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이 공감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직접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점(감옥에 갔다온 사람들의 얘기를 기록하며 간접적으로만 겪는다),

이 상황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확신하지 못하는 점(오빠와 논쟁을 할 때도, 왜 그 기록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타고난 것에 필연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아빠 소유의, 오빠가 쓰던 사무실을 쓰고 있고, 후에 감옥에 갔을 때 역시 변호사인 아빠와 오빠의 도움을 받게 된다)

등등이 나와 가장 비슷하니까.

그는 자기가 하는 이 기록이,

이 큰 상황, 혁명 혹은 내전이라는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우선 기록을 하고, 나중에 봐서 어떻게든 쓰이겠지, 라는 막연함

+그게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하는 건지 아니면 혁명과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는 건지에 대한 불명확함

이 있다.

당연하다.

그림 분석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안에 있는 개개인은 자신이 어떤 소용돌이 안에서 결과적으로, 다시 말하지만 어떤 역할을 한 셈이 될지 알기 힘들다.

 

마지막에 이 아가씨가 행동을 취해서 감옥에 가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내 감정이입의 결과이다.

하지만 끝내 무슨 일인가로 그 아가씨는 감옥에 갔고, 말리던 오빠와 면회하는 상황에서 마주한다.

가슴이 먹먹했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기도 뭐든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혹은 게다가), 그녀가 감옥에 간 게 혁명에 무슨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까를 생각해보면(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다)

대답이 없다.

감옥에서도 그녀는 아빠와 오빠의 힘으로 비교적 나은 대우를 받는다(그래서는 안된다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녀는 가족, 특히 아빠와의 관계를 걱정한다.

 

한 개인으로서 뭔가를 해야만 했던,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효용도 없고 가족에게 또다른 짐을 안겨줬을 뿐이며 스스로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게 바로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아닐까.

뭐 대단한 게 아니라.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 어떤 거대한 힘을 뿜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그런 수많은 개인들의 노력은 스러지고 막상 세상은 몇몇 강자들의 정책결정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지는,

후에 볼 일이다.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

한번 더 보고 싶고

배우들도 만나보고 싶은데

아쉽다

참고로 대사 번역은 쉣이었음

내가 초벌번역하고 남들더러 알아서 보라고 무책임하게 훽 던져놓을 때가 그 수준이다

돈 삼만얼마 받는 공연치고는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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