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에 대한 회의 

 

번호:1 글쓴이:  서정적인곰

조회:5 날짜:2004/07/13 15:45

 

군대와 관련한 시위를 하는

모 단체의 경우는

기존의 시위 방식을 거부하고

그러니까 일종의 쇼 같은 걸 기획하는 것이

취미이다

그들이 대학로에서 했던 캠페인에서

사람들은 군복을 입고 얼굴에 하얀 페인트 칠을 하고

놀거나 율동을 하거나

때로는 노래를 불렀다

아니, 솔직한 나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그들은 수줍게 놀거나 율동을 하거나 노래를 불렀다

라고 할 수 있다

그 모습의 어설픔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다만 내 주관적인 시각의 도도함을 말하고자 한다거나

또는 그들의 의지나 열정 때로는 노력이라는 것에 대해

판단judge를 하려는 것 보다는

고착화된 이상 또는 관성에 몸을 내던지는 자들이 가지고 있는

방법

이라는 것에 대한 회의때문이다

 

운동권의 관성은 노가다라고 했다

그 안의 시스템에 종속되어

주어진 이슈에 대해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만들어 온 소위 '효율적'이라고 하는

결론일 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또한 그 시스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미묘하고 복잡하고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역시 관심이 없고

내가 관심이 있는 부분은

실질적인 표현에 있어서의 그들의 방법론

그리고 그 안에서 그러한 관성을 따라가는

개개인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방법론

이라는 부분이다

 

안티 문화는 때로

아니 상당히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반대하고자 하는 대상과

내용면에서는 반대극의 입장을 취하고 있겠지만

사실 맥락에서 본다면

같은 줄기의 끝에 서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류급 안티로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우선의 반감과 경계심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

젊은 선생

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 있을 수 있겠고

소위 진보적이며 자유로운 사상과 분위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래서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을 싸잡아 비웃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꼬뮨의 고교자퇴생들과 같은

발달된 형태도 있다

문희준의 빠순이들을 공격하는 행태는

그 내용의 합리성과는 상관없이 때로는 관성이 되어

역시 그 내용의 합리성과는 상관없이

라디오헤드와 그 음악을 좋아하는 집단전체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상당부분은

바로 그러한 관성의 소유자들이

'진보' '서브컬쳐', '자유', '소수' 등의 단어를 앞에 붙이고 다니는 경우에 등장하는

구역질나는 자부심이다

 

관성을 따라간다는 것에 대해

환경이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하지는 않는다고 하면

개개인이 자신들의 삶에 대해 가지는

무책임과 의식없음은

그리고 특히

다른 사람, 다른 집단에 대해 삼자개입을 하며

함께 가겠다고 선언함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는

운동

에서까지 보여지는 방법에 대한 관성은

그 결과가 미치는 파급효과에 상관없이

다만 너무도 익숙하여 당연시 되는 틀은 비록 건드리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의식과 의지가 진실로 기특하고

또 기특해야만 하는

그런 자위들로 합리화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안이 없는 자는 말도 하지 말것이며

때로는 역사가 이루어 온 것에 대한 책임까지 얼떨결에 져야하는

그런 사태에 대한 근거이기도 하다

 

기존의 시위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과 다른 또다른 시위문화를 택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누군가는 판을 만들었겠지만

사실 그들은 천재거나 혁명가가 되지 않는 이상

그 판을 떠난 존재가치가 흐지부지 되며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선택할 판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다양성을 희망하고 애써 등장한 어떤 판의 경우엔

그만 기존의 운동문화와 내용면에서만 다를 뿐

마찬가지의 고착화라는 서글픈 길을 걷게 된다

새로운 시위문화는

얼굴에 하얀칠을 한다거나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나체시위를 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촛불시위에 참가하여

깃발 아래 모이는 취향

프로그램을 받아보는 취향

그렇게 보낸 세 시간에 만족스러워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만 모르는 건 아닌 것이다

 

이런 투박한 일반화나

도도한 시각의 표출같은 것은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판의 존재가 절실한 게으른 나의 현재 상황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관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만 깃발아래 모이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믿어지는 것과 해야하는 것을 혼동하지 않고

조촐하지만 멋진 깃발 아래 모인다거나

다만 시위와 텔레비전에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근거없는 권력이 만들어 나눠주는 수동적인 프로그램들에 대해

불만을 품고

조금 더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옷을 벗기가 너무도 수줍은 한 아가씨에게 나체시위를 강요하는

그런 비효율적인 운동은 안해도 될 것이고

그런 어설픔을 지켜봐야하는 가슴아픈 일도 없지 않을까

 

사회의 틀을 깨는 것이 너무도 혁명적이라

부담스러워 하는 복지지상주의자 타입들에게 필요한 것은

면벽수도가 첫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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