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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집의 호박

2015.05.05 06:35 from 공간/서울



내가 사는 집은 지렁이집이다

지렁이가 주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전부 지렁이에게 주는데, 그러면 조금 지나서 모두가 탐내는 흙이 생기고 음식물 쓰레기는 사라진다

어느 날에는 비가 들쳐서 지렁이들이 단체로 탈출을 하는 바람에 물을 걷어내고 지렁이들을 주워담아야 했다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주는 건 좋은데, 스티로폼 박스 속에 지렁이-음식물-흙, 에서 끝나는 관계여서 고민을 좀 했다

나무를 심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먹은 호박씨가 자랐다



그런데 이 호박싹은 '웃자란' 거라서 생명으로서 기능이 약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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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서 유심으로

2015.05.05 04:50 from 크리스찬곰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흩어져 있는데 또 모여있어서 알아볼 수 있다

인상파라고 한다

왜 수업시간에 모네를 배웠던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유명사를 쓰지 않고 냈던 첫 레포트는 성적이 좋았고

마찬가지로 써냈던 기말 레포트 때 교수는 '이제는 아니야'라고 말했다

모네의 그림에 대해서 말을 하더라도 윤곽선을 그릴 줄 알아야 하는 단계가 있는 법이었다


말을 잘 못하는 건

말 하려고 하는 게 자꾸 흩어졌다 모였다 하면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어쩌다 모여있는 것들을 어쩌다 언어에 가둬서 심지어 기억도 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그 전에 다시 흩어져서 다른 데서 다른 모양새로 모인다

심지어 그것도 또 흩어진다

이건 말을 잘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말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지인은 스님이 되었다

난 그 친구가 나에게 화엄경을 보여주려고 스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에 대해서 얘기하자 스님은 '이제 공은 됐고 유심으로 가라'고 말했지만

사실 스님이 내게 던져줬던 건 공(연기)이나 유심이 아니라 화엄이었다

소설 화엄경은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지만, 친구가 권하면 같은 책도 다른 책이 될 수 있다

화엄은 다른 차원, 다른 층을 보여준다

내가 봤던 화엄이 긍정하는 건 삶과 전달이다

화엄의 빛은 고요하고 그 빛을 전하는 입들은 보살들이라, 거기서 중요한 건 관계성이다

전달은 삶에서 이루어진다

삶의 만남이 전달이 된다

가르치고 깨닫고 발전하는 목표지향적 임무가 아니라, 

어느 순간 그 상태인 두 존재가 만나서 그 순간의 서로를 채워줄 수 있는 관계성 안에서의 성장이다


+


한 개인 안에 모든 것을 잘, 가능한 완벽하게, 다 장착하라는 걸 우리는 어디서 가르치고 어디서 배운걸까

난 내 아이가 온전히 나 개인에게 의지한 채로 이 세상에 나오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방편, 혹은 삶의 다른 시간들과 단절된 하나의 방법으로서 유치원협동조합이나 공동육아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정말 멋지게도 생각이 같은 지인들이 있지만 난 아직도 하염없이 수줍다

온갖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매력적이며 준비되어있는 개인인지를 발산하는 데 익숙해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면 행복해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진실로 애매모호하지만 또 굉장히 명료한 어떤 자격선 밖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그 밀려난 자들이 불편하고, 멋지지 않고, 분위기를 망쳤다는 죄목으로 온 책임을 다 진다

난 밀리다 밀리다가 대체 내가 설정하지도 않은 그 기준선이 왜 그리 힘이 센지를 이해하려고 애써본 적이 있는데

그건 대개 내가 뭔가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미묘한 입장이 낳는 커다란 실수를 절대 하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닌데

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이를 갈지는 않지만, 뭔가 알아가고 배우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잘 모르겠다

같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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