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사한다, 라는 건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이다

속죄를 해야한다

깊은 속죄를

속죄라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마치 안도감을 얻을 수 있는 어떤 것 마냥

그런 자기합리화까지 무한정 덧붙여지는 속죄를 해야한다


이슬람에서는

용서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알라가

하지 않는 게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른 잘못은

그 상대에게 속죄하고 용서를 받지 않으면

알라는 대신 용서하지 않는다


바그다드에서 머물렀던 곳은 시아파 동네였다

그 동네에는 똑똑한 쿠르드 청년이 살고 있었다

그는 종종 우리 집에 와서 수많은 전설에 대해 끝도 없는 얘기를 해줬었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에 있는 검은 사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용맹한 쿠르드 전사들을, 아무도 모르게 주워가서 동굴에서 키우는 암콤

온갖 진니들

그리고 대신 용서하지 않는 전지전능한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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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용사는 인생의 비참을 외면하지 않으며 눈 앞에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외면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애통하고,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러나 조물주는 항상 시간의 흐름으로 옛 흔적을 씻어내고 빛바랜 핏자국과 흐릿한 비애만을 남겨준다. 이 빛바랜 핏자국과 흐릿한 비애 속에서, 사람들은 또다시 목숨을 꾸역꾸역 부지해 가며, 사람들이 살고는 있으되 결코 사람의 세계가 아닌 현실을 지탱해 간다. 도대체 이런 세상이 언제 끝날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세상에 살아 있다.

 나는 예전부터 뭔가를 써야 할 필요를 느꼈다. 3 18일에서 이미 두 주나 지났다. 망각이라는 이름의 구세주가 강림하려 한다. 지금이야말로 나는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

 18일 아침, 나는 오전에 군중들이 정부청사 앞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다. 오후에 비보가 날아왔다. 호위병들이 발포, 사상자가 수 백이며, 유화진 군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나는 이 소문이 참으로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최대의 악의를 지니고서, 중국인들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서슴없이 진단을 내려왔었다. 그러나 나는 상상도 못했거니와 믿을 수도 없었따. 그들이 이다지도 비열하고 잔인할 줄을!

 더구나 언제나 미소를 띠고 그처럼 상냥하던 유화진 군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정부청사 앞에서 피를 흘렸다니!

 그러나 그날로 사실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녀의 시체가 그 증거였다. 다른 시체 한 구는 양덕군 군이었다. 그리고 보통의 살해가 아니라 학살이라는 것도 입증되었다. 몸에 곤봉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명령을 내려, 그들을 <폭도>라 불렀다.

 이어, 유언비어가 꼬리를 물었다. 그들이 남에게 이용을 당해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다.

 참상, -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유언비어, - 차마 귀를 열고 들을 수가 없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을 것인가? 멸망해 가는 민족이 왜 침묵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침묵이여, 침묵이여! 만일 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는다면 침묵 속에서 멸망할 뿐이다.

(유화진 군을 기념하며,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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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 파티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잡아먹는 자도 있고 잡아 먹히는 자도 있다. 지금 남에게 먹히는 자도 전에 다른 사람을 먹은 적이 있으며, 지금 먹고 있는 자도 언젠가는 남에게 먹힌다. 그러나 지금 저는, 제 자신이 이 파티를 돕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항 선생, 선생은 제 작품을 읽어 보셨겠지요. 읽으셨다면 한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선생은 제 작품을 읽고서 의식이 흐려졌습니까, 아니면 맑아졌습니까, 침울해졌습니까, 아니면 활기있어 졌습니까? 만약 후자라면 저의 자가진단은 반 이상 실증된 셈입니다.

 중국 잔칫상에 오르는 요리 중에 취하란 요리가 있지요. 새우가 푸들푸들 살아 꿈틀거릴수록 먹는 사람은 유쾌하고 흡족해합니다. 저는 바로 이 취하요리를 거들고 있는 셈입니다. 성실하고, 그러면서도 불행한 청년의 머리를 깨어나게 하고, 그 감각을 예리하게 해줌으로써, 만일 그들이 재앙을 당할 경우 곱절의 고통을 맛보게 하였고 청년을 증오하는 자들로 하여금 깨어난 청년드르이 배가된 고통을 감상하면서 찌릿찌릿 쾌감을 느끼게 한 것입니다. 빨갱이 토벌군이건 혁명가 토벌군이건 간에, 유식한 자들, 예를 들어 학생을 체포하면, 노동자나 다른 비지식인들보다 훨씬 더 난폭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그들의 고통스런 표정을 감상하면서 한층 각별한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상상이 틀리지 않다면 저의 자가진단은 완전한 실증을 얻은 셈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저는 결국 아무런 할 말이 없음을 깨달았고,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유항선생에 답하여, 1927) 




170.

 아무 것도 모르던 때가 행복했습니다.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독약을 저에게 먹인 것은 선생님입니다. 저는 선생님에 의해 산 채로 술에 담궈졌습니다. 선생님, 제가 여기까지 이끌려 온 이상, 제가 가야 할 최후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제발 저의 신경을 마비시켜 주십시오. 아무것도 모르는 게 행복하니까요. 다행히 선생님은 의학을 배우셨으니, 제가 작가 양우춘 선생을 흉내내어 <내 목을 돌려다오!>라고 외친다해도 어려울 게 없으실 겁니다.

 끝으로 권고드릴 게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좀 쉬십시오. 더 이상 군벌들을 위해 신선한 요리를 만들어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와 같은 청년들을 지켜주십시오. 생활 문제에 쫓기신다면 <옹호> <타도>니 하는 글을 더 쓰시면 될 터이고, 위원 자리든 주임 자리든 선생님의 부귀 쯤은 염려하실 필요가 없겠지요. …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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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중

2015.06.20 16:02 from 아랍의 꽃저녁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던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어야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광야와 사막에서 미치광이의 위, 예언자의 아래인 언어를 들어야 했던 아랍의 시인들은

뉴욕 뒷골목, '동양'의 신비와 깨달음을 어설프게 지껄여대는 자칭 히피와 자칭 수피와 자칭 여인들 사이에서

뒤틀린 사막을 잘못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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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원하는 것이나 바라는 것이 없을지라도

온전히 소통의 단절, 혹은 오해, 혹은 무례함에 의해서만

돌아버리게 화가 날 때가 있다


그가 마치 우주의 귀를 대변이라도 하는 것처럼 

난 그가 알아듣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확신했다

알아듣고 나서의 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난 곧 떠날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자체가 문제였다

너무 큰 문제여서 나는 의지를 잃었고 과거를 잃었고 

존재하는 데 필수적인 관성을 내 손으로 없애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 말하지만, 애정은 이미 오래 전에 잃은 상태였었음에도


소통에서 오는 건 관성의 병이다

그의 기억은 뒤틀린 그의 세계와 광기어린 그의 눈빛 반경 백미터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알아듣는 것 뿐, 이라고 말했지만

당신의 성벽에는 흠집하나 내지 않겠어, 라고 말했지만

그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도, 인지하지조차 못했던 것 같다

그의 세상이 맨 아래부터 흔들릴 것이라던 사람들의 말은 틀렸다

그가 지어놓은 완벽한 성의 문제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쌓아올렸다는 것에 있다

존재는 그렇게 이어진 시간들의 관성이니까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 기억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잊어버리는 것들에는 공통점이나 방향성이 없다

그리고 난 기억하지 못하는 내 공간도 그대로 다시 지어낼 수 있다

선별적으로 기억을 바꾸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를 이해했지만, 그와 같은 부류로 묶이는 건 극구 거부했다

그런 세밀한 것들을 놓치면 서사시의 맥락이 사라진다

맥락이 사라진 서사시에서 남는 건 영웅성, 대담한 모험담, 매력적인 개체로서의 인물들 뿐이다

그 지경에 갔을 때는 더 이상 서사시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된다


그가 붙들고 있던 건 게임이었다

분명한 우와 열이 존재하는 세상의 게임에서 

그는 자신의 법칙이 호소력은 있지만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게 우월이란 순전히 관계의 문제, 그저 상대성 뿐인 상대성 그 자체의 병이었고

또 다른 게임일지라도 여전히 게임이라는 사실은 그대로였지만,

그에게 그것은 실체였고 법칙을 투영해야하는 세상이었다

어느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도 

그가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이해를 하는 것도, 죽여버리는 것도 그나 그의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할 수 없을 거란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다행히도 선택지는 많았다

절대적으로 상대성의 문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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